[스페셜1]
[설 연휴 영화②] <드래곤 길들이기3> 시리즈 마지막편
2019-01-30
글 : 김현수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세상의 모든 드래곤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단다.” 드래곤과 인간이 공존하는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의 세계관은 알려지지 않은 자연의 신비로 가득하다. 버크섬에 사는 <드래곤 길들이기>(2010)의 주인공들인 바이킹은 씩씩한 체력과 저돌적인 리더십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산다. 특히 마을을 이끄는 히컵의 아버지 스토이크는 이쑤시개처럼 말라비틀어진 아들을 드래곤도 제대로 못 죽인다며 불신했다. 돌이켜보면 이 시리즈는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아들 히컵의 투쟁기였다. “드래곤을 길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던 히컵은 자신이 살려준 나이트 퓨어리와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을 통해 히컵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사람들의 삶도 변화시킨다.

1편이 흥행에 성공하자, 제작사 드림웍스는 <슈렉> <쿵푸팬더> <마다가스카> 시리즈의 뒤를 이어 <드래곤 길들이기> 역시 3부작으로 완결되길 바랐다. 연출을 맡았던 딘 데블로이스 감독 머릿속에 있던 기획은 어린 시절의 히컵이 나이트 퓨어리 투슬리스를 만나 버크섬에 변화를 가져온 지 5년 후 성인이 되어 겪게 될 엄청난 모험담이었다고. 딘 데블로이스 감독은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를 통해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란 한 소년이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가 준비한 히컵의 다음 모험은 <드래곤 길들이기2>(2014)에서 20여년간 마을을 떠나 죽은 줄 알았던 엄마 벌카와 재회하는 것이었다. 벌카는 지금으로 비유하면 자연으로 들어가 일종의 드래곤 보호시설을 운영하며 살고 있었던 것. 1편에서 아버지 스토이크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 자신이 무능력해서가 아니라 실은 드래곤과의 공감 능력이 뛰어나서였다는 걸 알게 된 히컵은 벌카를 만나 드래곤이 간직하고 있던 비밀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상상 속의 이야기지만 차별과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현실의 문제를 어루만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드래곤을 적대시했던 아버지와 아들 곁을 떠나야만 했던 엄마 벌카의 고민과 히컵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관객이 알게 될 때, 비로소 아들을 인정하게 된 아버지 스토이크는 사랑하는 아들과 아내를 남겨두고 멋지게 퇴장하면서 2편이 마무리됐다. 드래곤을 길들이며 사는 법에 여전히 반감을 품고 있는 악당들이 등장하지만, 그들과의 투쟁은 히컵을 더욱 단단하게 성장시키는 발판이 되어줬다. 딘 데블로이스 감독이 애초 구상했던 “드래곤을 길들이는 법이란 실은 타인에 대한 궁금증과 인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란 걸 두편의 영화에서 충실하게 보여준 셈이다. 거기에 덤으로 당시 <드래곤 길들이기>의 등장은 <아바타>(2009) 이후 한껏 기대치가 올라간 3D 상영의 매력을 충족시키기도 했는데, 히컵과 이빨 없는 드래곤 투슬리스의 우정이 대부분 공중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극장 좌석에 앉아 마치 테마파크에서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는 흥행에도 성공했다. 3편은 어른이 된 히컵의 성장과 모험의 최종장이다. 그리고 시리즈의 정체성과도 같았던 활강하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3D 상영의 재미도 잊지 않고 곁들여 히컵의 모험에 저절로 동참하게 만든다. 드래곤과 바이킹이 공존하는 근사한 사회를 꾸린 히컵은 이제 머물던 곳을 떠나야 하는 위기에 처하는데, 그것은 여전히 드래곤과의 공존을 인정하지 않는 무리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더해진다. 과연 투슬리스를 비롯한 드래곤은 인간 사회에 머무는 것을 원할까. ‘길들이는 법’에 관한 고차원적 질문을 던지는 시리즈의 마지막 3편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살면서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봤을 문제를 질문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이트 퓨어리는 인간 히컵이 아니라 제 짝인 라이트 퓨어리와 함께 있을 때 진정으로 행복한 것이 아닐까.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이런 묵직한 질문 공세도 잠시, 어느새 스크린에는 지난 시리즈 어디에서도 본 적 없었던 가장 아름다운 드래곤들의 비행 장면으로 뒤덮인다. 자연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비밀로 가득한 곳이란 걸 인간과 드래곤의 모험이 문득 깨닫게 해준다.

● 작가 크레시다 코웰의 원작 소설 <드래곤 길들이기>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전세계에 700만부 이상 팔린 영국 작가 크레시다 코웰의 동명 소설은 모두 12권의 이야기와 몇권의 스핀오프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3편의 장편애니메이션과 단편영화들이 만들어졌는데 영화화 과정에서 원작의 이야기 중에 주요 뼈대만 남겨두고 상당 부분을 영화적으로 각색했다. 원작에서는 투슬리스와 히컵 모두 각자의 무리의 낙오자에 가깝게 묘사되며, 영화에서와 달리 인간과 드래곤이 서로를 상당히 친숙하게 여기는 사회로 묘사된다. 흡사 들판에서 뛰어오는 반려동물을 대하듯 한다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딘 데블로이스, 크리스 샌더스 공동 감독은 히컵과 투슬리스가 만나 자신들과 적대 관계인 누군가와 싸우면서 서로의 핸디캡을 보완해주는 우정 관계로 나아가길 바랐기 때문에 극적인 갈등을 심어놓게 된 것이다. 이 시리즈의 보니 아놀드 프로듀서는 “1편 제작 당시 작가 크레시다 코웰이 각색된 시나리오에 믿음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나서, 특히 영화를 본 그녀의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고 작가 역시 감독의 팬이 되었다고. 작가의 소설 첫 두권의 이야기가 1편에 담겼고, 이후 시리즈의 이야기는 책과 별개로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한림출판사에서 ‘<드래곤 길들이기> 세트’라는 이름으로 3권의 책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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