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넷플릭스 <킹덤> 공개, 빠르게 시즌2 제작 확정… 초기 반응과 이후 한국 영상업계에 미칠 영향은
2019-02-13
글 : 임수연
좀비들, 달리기 시작했다

잘 만든 좀비물의 필요조건이 좀비 메커니즘의 정합성이라면, <킹덤>은 첫 단추를 잘 뀄다. 15세기 조선, 권력을 탐하는 이들이 죽은 왕을 살려내려다 의문의 바이러스를 가진 괴물을 만들었고, 왕과 하층민의 접촉으로 전파된 역병은 통제 불가능한 형태로 조선 땅에 확산된다. 좀비 바이러스가 혈관을 통해 확산, 독소를 해독하는 간부터 망가뜨려 좀비의 피부가 어두워진다는 제작진의 설명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무엇보다 절대 권력자만이 좀비였을 때는 은폐 가능했던 병이, 하층민들의 고단함이 원인이 되어 퍼져나간다는 설정은 자연스럽게 계급 문제로 연결된다. 그들과 맞서 싸우는 무리는 왕세자 이창(주지훈)을 제외하면 대부분 백성들로, 역병 환자들과 처지가 다르지 않다. 그들이 낮에는 숨어 있고 밤에만 활동하는 이유는 다음 시즌을 위한 근사한 포석이면서 궁핍한 민초의 삶을 모순적으로 암시한다. <킹덤>의 좀비는 이렇게 연민의 대상이다.

때문에 <킹덤>의 좀비는 끔찍하기보다는 처절하다. 시퍼런 핏줄을 강조하기보다는 시커먼 낯빛을 강조한 분장은 얼핏 보면 남루한 처지의 인간과 다를 바 없다(조운선에서 겨우 살아남은 조범팔(전석호)의 허름한 몰골을 보고 사람들이 좀비로 오인하는 신을 생각해보라). 원흉이 된 왕 좀비가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으며 하얀 얼굴을 유지하는 것과 대비되는 좀비 무리의 모습은 곧 신분을 반영한다. 그들이 취하는 액션은 단지 전력 질주로 달려와 산 사람을 무는 것의 연속이다. 그러니 액션의 화려함과 인해전술은 몇달 먼저 동명의 감독이 선보인 영화 <창궐>이 우위에 있다는 일부의 평가도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조선시대만의 개성을 장르에 이식하는 아이디어는 후속 주자 <킹덤>쪽의 승리다. <킹덤>은 조선시대이기에 가능한 그림들이 곳곳에 있다. 가령 낮이 되면 대청마루 밑에 좀비가 숨어든다거나, 한지를 바른 문에 괴물의 그림자가 비치는 상황은 한옥이 가진 특성을 반영한다. 특히 후자는 소리와 냄새를 전달하면서 언제든지 좀비가 종이를 뚫고 나올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데, 단단한 벽으로 공간을 분리한 서구에서는 불가능한 서스펜스다. 이동 수단이 말과 수레, 양반들은 가마에 불과하던 시대이기에 오로지 열심히 달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도 차량에 탑승해 이동할 수 있는 기존 좀비물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유교의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는 규율 때문에 목을 자르거나 태워야 처치할 수 있는 좀비 시체를 건드리지 못하고 역병이 퍼져나가도 손놓고 있다거나, 죽은 아들의 시체를 넣은 뒤주를 굳이 열어 조운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노마님의 선택은 당혹스럽지만, 이 시대라면 논리적인 전개다. 한국에서 가능한 로케이션으로 회마다 좀비 액션에 변화를 준 점도 눈에 띈다. 갈대밭에서 펼쳐지는 추격 신이나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좀비들이 튀어나오는 6회 클라이맥스가 대표적이다.

<킹덤>의 가장 큰 경쟁력은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이라는 두 스타 창작자의 야심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의 목표와 밀착한다. 넷플릭스는 전세계 어디든 공평하게 콘텐츠가 도달하는 시스템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미국 밖에서의 회원 유치는 넷플릭스의 중요한 장기 과제이며, 탈미적 콘텐츠 개발이 필수다. 이는 미국 중심 영화·드라마가 장악한 시장에 신선함을 무기로 블루오션을 개척할 잠재성도 갖고 있다. 그렇게 <킹덤>을 가능케 한 넷플릭스 플랫폼의 특성은 한참 전부터 업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는데, <킹덤>이 공개된 후 더욱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더군다나 시청자 수가 공개되지 않는 넷플릭스 특성상 <킹덤>은 구체적인 반응에 보다 귀 기울일 콘텐츠가 됐다. 단순한 수치가 유의미한 논의를 잡아먹던 수많은 사례와 달리 <킹덤>이 눈여겨볼 담론의 장을 만든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성공 여부는 다음 시즌 제작 여부로 유추할 수 있는데, <킹덤>의 경우 시즌2 제작이 이미 확정돼 ‘흥행’과 ‘실패’의 평가는 시즌3의 결정이 이루어지는 다소 먼 미래에나 가능하다. 다시 말해 신규 유입 시청자들에 의해 최소 1여년간 각지에서 <킹덤>의 평가가 이어질 예정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거대 미디어 그룹이 세계 콘텐츠 시장을 지배하는 시대에 창작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존하는 미디어 그룹 중 콘텐츠 제작에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넷플릭스(넷플릭스는 2018년 콘텐츠 제작에 130억달러를 제출했다.-편집자)는 24부작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판권을 280억원에 구입하고 6부작 드라마 <킹덤>을 200억원 예산으로 제작했다. 거대 예산으로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기회의 땅에 주목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킹덤>이 쏘아올린 공이 어디로 어떻게 향할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 <킹덤> 시놉시스_ 드라마는 초반의 빠른 전개로 시청자를 TV 앞에 붙들어놓아야 한다는 통념과 달리 <킹덤>은 본격적인 살육을 1회 마지막 5분을 남겨두고 시작한다. <킹덤>의 기본 세팅은 이러하다. 15세기 조선, 왕이 두창으로 쓰러진 지 열흘이 지났지만 그가 있는 강녕전은 그 누구도 출입할 수 없다. 조선 최고의 권력자 조학주(류승룡)와 그의 딸 중전(김혜준)은 왕세자 이창(주지훈)에게마저 왕의 안위를 비밀에 부치지만, 몰래 강녕전에 들어간 세자는 악취를 풍기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 괴물을 문 너머로 발견한다. 역모죄로 몰려 쫓기는 신세가 된 그는 왕의 전임 어의였던 이승희 의원을 찾아 조선 남쪽 끝 동래로 떠나, 그곳에서 좀비로 변한 백성들과 마주하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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