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킹덤> 김성훈 감독 - 10년 후에도 <킹덤>의 화질은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2019-02-13
글 : 임수연
사진 : 백종헌

김성훈 감독은 몇번이고 <킹덤>을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전작 <끝까지 간다>(2013)와 <터널>(2016)이 관객과 평단을 고루 만족시키고 호평을 이끌어내며 흥행에 성공한 스타 감독이 넷플릭스와 손잡은 ‘사건’은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고, 많은 창작자가 이 생소한 플랫폼과 협업하는 걸 고려하는 계기가 됐다. <킹덤>은 생사가 불분명한 아버지 왕의 전임 어의를 찾아 나선, 조학주(류승룡)에 의해 역모죄로 몰려 살기 위해서라도 그래야만 하는 왕세자 이창(주지훈)의 행적을 쫓는 로드무비이자 성장담이다. 동래에 내려갔다가 한양으로 돌아오는 여정에서 그는 ‘역병 환자’, 서양에서는 좀비라 불리는 이들을 만나고, 비밀을 풀 열쇠를 쥔 의녀 서비(배두나) 등 백성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며 리더의 덕목을 깨우친다. 싱가포르에서 프리미어 상영회를 연 지난해 11월부터 업계 초미의 관심사가 된 <킹덤>은 1월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시즌1 6부작이 모두 공개됐고, 해외에서는 이미 <부산행>(2016)의 뒤를 잇는 ‘K-좀비’의 대표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감독에게 과감한 모험이었던 <킹덤>에도 곳곳에서 그 고유의 흔적이 묻어난다는 점이다. CG보다 리얼함의 힘을 믿는 프로덕션 전반의 경향은 물론, 코미디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으로 데뷔해 <끝까지 간다>나 <터널>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유머는 <킹덤>에서도 무거운 분위기를 적시에 환기한다. 2월 초 촬영에 들어가는 <킹덤> 시즌2 1부 준비를 위해 최근 장소 헌팅을 다녀왔다는 김성훈 감독을 만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킹덤>에 대한 반응은 좀 봤나.

=지난 주말 내내 침대에 누워 휴대폰만 들여다봤다. 아주 어릴 때 말고는 지금껏 살면서 가장 장시간 누워 있었던 것 같다. 아라비아숫자가 주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명쾌함도 있다. <킹덤>은 구체적인 지표 대신 기사나 블로거 리뷰 그리고 거기에 달린 댓글로 반응을 가늠하게 된다. 해외 기사도 봤다. 스페인, 포르투갈, 필리핀 기사를 이해하려고 구글 번역기를 돌리고…. 처음에는 그들이 말하는 K-좀비가 뭔지 몰랐는데, 이게 하나의 대명사가 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

-<끝까지 간다>는 본인이 시나리오를 썼고 <터널>은 원작 소설을 각색했다. <킹덤>은 김은희 작가의 오리지널 각본이다.

=처음에는 “김은희 작가가 쓰면 난 거저먹나?” 하는 얄팍한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2년 반이 걸렸다. 역시 인생에 거저먹는 건 하나도 없다. (웃음) 같이 기획회의를 하면서 이 신은 어땠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거나 콘티화하다 부딪치는 장면에 대해 제안하면 작가가 고쳐주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내가 먼저 그림을 그리면 작가가 대본에 반영하기도 했다. 혼자 시나리오를 쓰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편하긴 한데 내가 다 만들어야 하니 불안하기도 하다. 팀플레이를 하면 내가 그냥 문제점만 던져놓아도 뭔가가 생길 때가 있다. 남의 몸을 내 몸으로 만들어 사는 재미도 쏠쏠하다.

-<끝까지 간다> <터널> 때부터 함께한 스탭이 <킹덤>에도 참여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스탭마저 바뀌면 두 가지 모두 바뀌는 거 아닌가. 두려웠다. 새로운 것을 할 때 내게 익숙하고 내 의도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스탭을 일부러 찾았다. 촬영, 조명, 편집, 음악, 특수효과, 특수분장 모두 다 같이 <킹덤>으로 왔다. 특히 김태성 촬영감독은 <최종병기 활>(2011) 전에 <조선X파일: 기찰비록>이라는 SF 사극 TV드라마를 한 적 있고, 이승기·하지원 주연의 TV드라마 <더킹 투하츠> 촬영도 맡았다. 작품의 퀄리티 뿐 아니라 드라마 현장이 요구하는 속도도 갖춘 분이다. 사극의 최대 승부처는 결국 디테일인데, <터널>을 함께한 이후경 미술감독은 연출자를 만족시키고 말겠다는 고집을 갖고 있다. 사극은 그의 집요함에 날개를 달 수 있는 장르다.

-왕이 죽고 좀비가 되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담은 오프닝 영상이 인상적이다. 전문 업체에 맡겼나.

=<마인드 헌터>나 <왕좌의 게임> 같은 미국 드라마를 보면 오프닝이 정말 멋있지 않나. 우리가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작업이라 처음에는 전문가에게 맡기려고 했는데 단가가 너무 비싸더라. 그리고 1부의 오프닝은 서사적 기능도 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찍었다. 오프닝에서 왕이 좀비가 되는 과정을 상징과 은유로 보여준 후 본편이 시작된다. 관심 있게 오프닝을 보면 1부와 2부 오프닝 음악이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1부에서는 음향효과 같은, 서사 구조와 드라마 감정에 맞춘 음악이 나온다. 2부부터는 그런 기능이 필요 없다. 그래서 멜로디가 강한 음악으로 바꿨다.

-생사초로 되살아난 왕 좀비와 굶주림이 원인이 돼 좀비가 된 백성 좀비의 외관이 다르다. 가난한 백성에 대한 안타까움이 비주얼에도 반영된 것 같다.

=왕 좀비가 하얀 이유는 좀비가 된 후에도 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분을 바르고 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좀비 바이러스로 간이 망가지면서 피부가 점점 더 까매진다는 설정이었는데,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헐벗은 민초들이 어떠한 관리도 받지 못하고 때 묻은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바이러스가 침투해 혈관을 통해 이동하면 피를 해독하는 간부터 망가뜨릴 것이라는 의학적인 계산이 있었다.

-그 밖에 조선시대에서만 가능한 좀비 비주얼을 다양하게 찾아낸 것이 <킹덤>의 성과다.

=탈은 어떻게 보면 우스꽝스럽고 어떻게 보면 기괴하다. 저 안에 있는 게 사람인가 좀비인가 알 수도 없고, 집에 걸어놓고 밤에 보면 경기 일으킬 것 같고. (웃음) 사람과 좀비가 함께 칼을 쓴 장면은 쫓고 쫓기는 긴장감과 유머가 공존하는 아이러니를 의도한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아이디어를 넣는 게 <킹덤>을 가치 있게 만들지 않을까. 조선의 독자적인 아름다움과 기품 있는 체제를 잘 활용해 좀비의 특성에 접목하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좀비물을 만든 이유를 보여줄 수 있다.

-<28일 후…>(2002) 이후 많은 좀비가 뛰기 시작했지만, <킹덤>의 좀비는 유독 더 빠른 것 같다.

=<킹덤> 무술팀도 좀비 가족도 미친 듯이 달리고 또 달리고 부딪치고 또 달렸다. 미친 듯이 내게 달려올 때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공포감이 있다. 인간이 갖고 있는 최대 한계치로, 우사인 볼트가 지치지 않고 42.195km를 뛰는 것처럼 달린다고 설정했다. 이들은 달리고 물고 먹는 본능만 갖고 있다. 그렇게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을 때 멈추지 않고 그 운동량 그대로 사람을 물면서 들이박게 된다. 이때의 타격감이 엄청난 쾌감으로 다가가게끔 묘사했다. 요즘 디지털 캐릭터들이 뛰어난 액션을 보여주지만, 다소 투박해 보일지라도 리얼함이 주는 질량감과 질감을 대체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본다. 사람의 몸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아날로그적으로 쾌감을 만들었다. 이게 해외 매체에서 말하는 K-좀비만의 액팅이 아닐까.

-전력 질주하는 좀비들을 밀폐된 공간에 몰아넣을 때 움직임도 눈에 띈다. 또 여타 좀비물과 달리 ‘관절 꺾기’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가령 3부에서 범팔이 대청마루 밑에 숨어 있을 때 탈을 쓴 좀비가 우연히 발견하고 덤벼들지 않나. 사람이라면 알아서 몸을 낮추고 달려들겠지만, 좀비는 그냥 와서 꽝 부딪치고 들어가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어깨가 부러지고 뼈가 계속 분리된다. 본 브레이커라는 춤을 잘 추는 전문 안무가가 그 장면을 연기했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관절을 꺾는 움직임은 식욕에 대한 본능과 그리 연결되지 않는 것 같아서 일부러 배제했다. 또 좀비물은 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데, 우리는 손을 쓰지 않고 턱을 쓰는 것을 선택했다. 무는 행위에만 집중했다. 영장류가 가진 손의 기능이 모두 마비되고, 티라노사우루스의 앞발 정도의 느낌만 남게끔. 턱이 먼저 와서 잡는 게 더 무섭고, 본능만 남은 동물처럼 다가왔다.

-<킹덤>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잔인한 상황이 끊임없이 충돌한다. 연못 안에 시체를 숨겨두는 신이 특히 그렇다.

=조선시대 궁은 편의보다는 격식을 상당히 중요시한 공간이다. 아마 살상을 해도 품격 있게 했을 것이고, 그게 더 잔인할 수 있다. 그러니 이들이 살상하고 시신을 숨기는 행위는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이루어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궁에서 가장 예쁜 공간을 찾았고, 드라마 배경은 설정상 창덕궁 후원이다. 부감 숏은 세트장에 경희대학교 연못을 합성한 것이고, 6부에서 조학주와 중전(김혜준)이 대화하는 신은 문화재청에서 어렵게 허락받아 최소 인원만 들어가 실제 창덕궁 후원에서 촬영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을 섭외해 촬영하면서 보람을 느꼈다. 그게 이 작품의 의미와도 맞고. 2부에 나온 언골은 포항의 내연산폭포, 6부에 나오는 언골은 경기도 포천 비둘기낭폭포다. 비둘기낭폭포는 데이트 코스로 원래 유명하고, 포항 내연산폭포는 차에서 내려 모든 짐을 들고 1시간 넘게 걸어서 등반해야 갈 수 있어 고생을 좀 했다.

-<킹덤> 시즌1의 좀비들은 해가 뜨면 잠잠해지고 해가 지면 뛰쳐나온다. 그 경계선인 ‘해질녘’에 촬영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겠다.

=우리에게 무척 불리한 설정이긴 했다. 해질녘은 하루에 30분밖에 되지 않고, 준비하다 보면 해가 진다. 낮에 찍어서 그 톤을 누를 것인가, 밤에 라이트를 켜놓고 찍을 것인가 계속 고민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또 해가 지고 밤이 됐을 때 불이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게끔 소품을 마련해야 했다. 불이 뜬금없이 등장한 것처럼 보이면 안 되니까. 그리고 해가 떠 있을 때 지푸라기에 물을 묻혀두면 예쁜데, 밤에는 빛이 너무 많이 반사돼 인위적으로 보인다. 적당한 질감을 얻기 위해 물을 어느 정도 뿌려야 하는지도 계산해야 했다. 양반이 입는 비단옷과 백성이 입는 무명옷도 반사 각도가 무척 다르다. 그래서 낮에도 밤에도 찍어보면서 적절한 선을 찾았다.

-왕세자지만 역모죄로 몰려 궁을 나와 단벌 신세가 된 이창이 어떤 옷을 입을지도 고민이었을 텐데.

=궁궐에 있을 때는 최고 권위의 상징인 자색에 금색 용포를 입는다. 궁을 떠난 이후 그는 본인을 가렸다고는 하지만 그 자체로 신분을 보여주는 보라색 옷을 입는다. 붉은색 계통으로 여전히 귀족의 사치스러움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5부쯤 안현대감(허준호)의 집에서 그가 준 옷을 갈아입는데 남색 계통이다. 옷으로 보면 신분이 내려오지만, 오히려 민초들과 잘 어울린다. 더욱 그들을 위한 왕이 되는 느낌을 주려고 의도했다.

-해원 조씨 가문은 절대악으로 보이기 쉬운데 동래의 부사 조범팔(전석호)의 캐릭터는 미묘하다. 도저히 미워할 수 없다. 지율헌의 생존자 영신(김성규)은 좀비 떼를 만든 원흉이라(웃음) 미움받기 쉬운데, 생각보다 시청자 반응이 호의적이다. 선악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인물들이다.

=절대권력을 가진 해원 조씨 가문에도 좀 덜떨어진 인간들이 있지 않았을까. 귀족사회에서는 자신들과 핏줄이 달라 보여서 일부러 먼 동래까지 내려보냈을 것이다. 그 빈틈에 의녀 서비와 인간애가 들어갔을 것이고, 그게 우리가 좋아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또 그가 나올 때 이 작품을 환기하고 싶었다. 내내 좀비가 물어뜯고 무겁게 흘러가면 드라마가 답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마음 편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시나리오 단계 때 연출부 스탭이 과연 영신이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인지 문제 제기를 한 적 있다. 하지만 그가 하는 끔찍한 행위에는 배고픈 백성을 살리기 위한 의로움과 순수성이 들어 있고, 그 이후에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관객이 마음을 열기를 바랐다. 또 아직 공개하지 않은 비밀을 간직한 친구라 이 캐릭터에 대한 평가는 잠시 보류해야 한다. 조선 특유의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범팔과 영신의 삐딱함이 주는 쾌감이 있다. 다들 열 맞춰 서 있는 가운데, 범팔은 스스로 제대로 서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삐딱하고 영신은 의도적으로 줄에서 벗어나 서 있는 인물이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찍으면서 조명을 자연스럽게 살리는 일도 쉽지 않았을 텐데.

=카메라가 디지털화된 후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밤에 횃불이 흔들리는 광경이 뭉뚱그려져 보일 때가 많다. 다행히 우리가 쓴 최신형 레드 카메라는 8K 화질까지 지원하고 테스트했을 때 큰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그 시대의 조명을 썼다. 임신부들이 모여 있는 장면은 오로지 촛불만 써서 촬영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앞에 인물이 있을 때 우리가 인공조명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이 나온다. 1부 초반 강녕전 장면은 저 음산한 빛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게, 현실감은 있되 사실주의와 표현주의가 적당히 버무려진 느낌을 주려고 했다. 밑에서 빛이 나오는 등에 대해 평소의 2~3배로 조명을 테스트했다.

-총 6부작, 러닝타임 약 5시간 분량을 전부 4K 화질 이상으로 찍은 것은 한국 최초 아닌가.

=보통은 CG 작업이나 나중에 확대할 것을 감안해 부분만 4K로 찍으니까. <킹덤>은 나중에 확대해 쓸 부분은 레드사에서 새로 나온 카메라로, 8K 화질로 찍었다. 예전의 촬영 카메라는 화면을 확대하면 화질이 깨졌다. 그래서 햇빛이 많이 드는 장면을 확대할 때 약점이 있었다. 알렉사 카메라 같은 색감, 질감도 나오지 않고. <킹덤>에는 풀숏으로 찍은 후 인물만 따로 따고 싶어서 470% 확대해 쓴 신이 있는데, 색 보정이 가능할까 테스트해봤더니 별 차이가 없더라. LG OLED나 삼성 QLED TV로 보면 확실히 색감도 그렇고 4K 화질의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최종 검수를 LG OLED TV로 하는데, 색 재현도가 뛰어나고 어둠의 디테일도 잘 살아서 놀랐다. 아직 4K TV가 대중화하지 않아서 많은 시청자가 이런 쾌감을 느끼지는 힘들 테고, 스마트폰으로 볼 건데 왜 굳이 4K로 찍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4K TV 같은 매체가 존재하는 시대이니 최상급에 맞추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10년 후에 이런 TV가 가격이 떨어지고 보다 대중화됐을 즈음, 그때 봐도 <킹덤>의 화질은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나 부산국제영화제 심야상영으로 만나면 좋을 텐데. 확실히 극장에서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싱가포르 캐피털 시어터나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킹덤> 1~2부 시사회를 할 때 무척 행복했다. 넷플릭스 기술팀이 한국에 와서 <킹덤>을 최적화된 극장 환경에서 상영하기 위해 화면을 더 밝힐지, RGB를 어떻게 조절할지, 음향까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내게 확인받더라. 극장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우리의 상품을, 우리의 예술품을 최적의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전달하겠다는 자세를 배우고 싶었다. 사실 <킹덤>의 사운드를 홈시어터 5.1 채널로 믹싱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 대사와 음악의 음량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극의 긴장감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로마>를 극장에서 보면서 돌비 애트모스가 왜 필요한지 새삼 느꼈는데, <킹덤>을 더 좋은 조건으로 감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래 <킹덤> 1~6부 올빼미 시사를 기획했다가 결국 큰 규모로 1~2부 시사회를 하기로 했다. 국내 영화제에 좀비 관련 특별 프로그램이 있다면, 영화제가 우리를 받아준다면 전회 상영은 시도할 가치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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