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콘텐츠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특히 데이터 용량이 큰 VR 영상 콘텐츠들이 SKT 옥수수 같은 통신사의 온라인 플랫폼에 자리 잡은 게 눈에 띈다. 그 수가 아직은 많지 않지만 <씨네21>은 당장 즐길 만한 VR 콘텐츠 9편을 엄선했다. 이중 <버디 VR>과 <공간소녀>는 아직 유통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배급될 가능성이 크고, 꼭 봐야 할 작품이라 미리 소개한다.
<프롬 더 어스> 감독 장형윤
한 인공위성이 지구의 둘레를 공전하다가 정체불명의 외계인 무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VR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이 외계인으로부터 알 수 없는 메시지를 들은 뒤, 지구에서 아버지와 어린 딸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풍경을 마주한다. 관객이 인공위성의 시점으로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는데, 하늘에 붕 뜬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풍경은 무척 아름답고,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더욱 안타까운 것도 그래서다. 사고 때문에 함께할 수 없지만 “우리는 늘 우주에 함께 연결되어 있다”라는 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은 감동적이고, 울컥하게 한다. 애니메이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2013)를 연출한 장형윤 감독의 신작.
● 팁박스: SKT 옥수수 온라인, CGV용산아이파크몰 V 버스터스, 브라이트 신촌점, 몬스터VR 건대점, 오디세이 VR파크 안양1번가점에서 볼 수 있다. 상영시간은 10분.
<버디 VR> 감독 채수응
많은 VR 영상이 스토리를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한다면 <버디 VR>은 관객과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인터랙티브(상호작용성)’ 영상이다. 쉽게 설명하면 관객이 스토리에 뛰어들어 <넛잡: 땅콩 도둑들>(2013)의 주인공 설리의 친구 버디(쥐 캐릭터)와 교감하며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영화에서 관객은 놀이동산에 있는 매점 주인이다. 컨트롤러를 이용해 버디에게 치즈를 주고, 메모지에 서로의 이름을 적어서 주고받고, 악기를 사용해 음악을 연주하며, 공을 던져 숨바꼭질을 유도한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 소통 과정을 거치면서 관객은 버디와 친해진다. 게임 같은 영화가 끝날 때쯤 버디가 써서 건네준 메모를 보고 울컥하는 건 관객이 버디와 진정 교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VR 경쟁부문에 초청돼 최고 VR 경험상을 수상했다.
● 팁박스: 아직은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상영시간은 16분.
<키노스코프: 영화의 역사로 떠나는 여행> 감독 클레망 레오타르, 필립 A. 콜랭
VR 영상으로 ‘읽는’ 세계 영화사다. <대부> <지옥의 묵시록>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등 할리우드영화를 작업한 미술감독 딘 태볼러리스가 내레이션으로 100년 넘은 세계 영화사의 주요 순간을 소개한다(SKT 옥수수에는 한글 더빙 버전이 올라갔다.-편집자). 최초의 영화로 기록되는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1895)부터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나라 여행>(1902), 앨프리드 히치콕,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스탠리 큐브릭, 세르지오 레오네, 마틴 스코시즈, 데이비드 린치, 쿠엔틴 타란티노까지 수많은 감독들과 그들이 만든 영화들의 주요 장면이 구연동화처럼 지나간다.
● 팁박스: SKT 옥수수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 상영시간은 10분.
<조의 영역> 감독 유태경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는 조석 작가의 인기 웹툰 <조의 영역>을 각색한 VR툰이다. 사상 최악의 가뭄과 환경오염으로 물고기가 거대해지면서 인간이 더이상 물을 마시기 힘든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재난 스릴러다. 웹툰의 평면적인 식인 물고기가 VR을 통해 입체적으로 묘사돼 실감난다. 관객 시점을 때로는 물고기 옆에, 때로는 부감으로 물고기 떼를 한눈에 내려다보게 해 어마어마한 크기의 물고기에 압도되고, 서스펜스가 차곡차곡 구축된다. 총 6화로 구성된 작품이다. 제35회 선댄스영화제 뉴 프런티어 부문에 초청됐다.
● 팁박스: SKT 옥수수 온라인, CGV용산아이파크몰 V 버스터스, 브라이트 신촌점, VR 스테이션 강남점에서 감상할 수 있다. 상영시간은 편당 5분.
<살려주세요> 감독 유태경
8년 동안 일한 회사를 그만둔 여성인 ‘나’는 숙면을 취하지 못해 괴롭다. 매일 밤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의 목소리가 현관문 너머에서 희미하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에는 불안해하다가 용기를 내 현관문을 조심스레 열어본다. 2화로 구성된 이 작품은 관객이 주인공인 ‘나’의 시점이 되어 “살려달라”는 목소리의 정체를 찾아가면서 공포를 체험하게 되는 VR툰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 공포스러운 효과음, 정체불명의 소리에 얽힌 사건 등 여러 극적 장치 덕분에 사건 한복판에 뛰어드는 느낌이다. 덱스터스튜디오가 네이버 웹툰과 공동 제작한 작품.
● 팁박스: SKT 옥수수 온라인과 스팀(STEAM) 온라인, CGV용산아이파크몰 V버스터스, 브라이트 신촌점, VR 스테이션 강남점에서 볼 수 있다. 상영시간은 편당 5분.
<언더독 VR> 감독 오성윤, 이건우
애니메이션 <언더독>(2018)의 주인공 뭉치(도경수)가 자유를 찾았을 때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웠는지 몰랐을 것이다. <언더독 VR>은 뭉치가 동료 유기견들과 함께 철거촌 은신처를 나와 자유를 찾아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VR 영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5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세상을 자유롭게 질주하는 뭉치의 쾌감과 행복을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공을 들인다.
● 팁박스: SKT 옥수수 온라인에서 감상할 수 있다. 상영시간은 5분.
<아이, 필립> 감독 피에르 잔드로위즈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프로그래밍이 되었을까. <아이, 필립>은 세계적인 SF 작가 필립 K. 딕의 뇌를 본떠 만든 로봇을 통해 인간과 로봇의 존재에 거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관객은 로봇의 시점이 되어 자신을 바라보는 인간의 여러 시선을 맞닥뜨린다. 로봇은 “로봇이 되는 건 어떤 느낌인가”, “정말 생각할 수 있나” 같은 질문을 받은 뒤 인간들에게 되묻는다. “나는 언제 자유의지를 가지게 되나.” <아이, 필립>은 인간이 아닌 로봇의 시선에서 인공지능과 관련된 여러 질문을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
● 팁박스: SKT 옥수수 온라인에서 감상할 수 있다. 상영시간은 15분.
<공간소녀> 감독 최민혁
소녀(전소니)는 공간과 교감하는 감각을 가졌다. 총 3개의 챕터로 구성된 영화는 관객이 소녀의 꿈을 따라가면서 전개되는 판타지 드라마다. 관객은 소녀를 따라가며 각각의 공간을 관찰하고, 그곳에 얽힌 소녀의 기억을 체험한다. 가상으로 설정된 공간과 전소니가 연기한 실사 캐릭터를 합성했고, 공간마다 관객의 시점을 달리 표현해 VR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 팁박스: 당장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영화를 제작한 CJ CGV는 “SKT 옥수수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배급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상영시간은 9분.
<꿈의 변주> 감독 제롬 블랑켓
꿈은 현실을 얼마나 반영할까. 알레한드로(빌 스카스가드)는 꿈을 연구하는 실험에 자원한다. 그의 꿈속에서 자신이 키우는 개 찰리가 넓은 잔디에서 뛰놀고, 실내 수영장에 수영하러 가며, 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임신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때마다 엘사라는 정체불명의 여자가 등장해 꿈의 기억을 흐릿하게 하고, 꿈에서 깨지 않으려는 알레한드로의 무의식은 점점 인공지능에 동화된다. VR 영상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표현하기 위한 극적 장치로 활용된다.
● 팁박스: SKT 옥수수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 상영시간은 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