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기타 치는 봉준호? <기생충> 봉준호 감독에 대한 소소한 사실들
2019-06-13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국내 박스오피스까지 석권 중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이창동 감독의 <시> 등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트로피를 거머쥔 한국 영화는 종종 있었지만,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처음이다. 또한 <기생충>은 역대 칸 경쟁부문 수상작 중 가장 많은 국내 관객을 동원 중이기도 하다. 화려한 전작들을 거쳐 필모그래피의 정점을 찍은 봉준호 감독. 그에 대한 소소한 사실들을 모아봤다.

(왼쪽부터) 소설가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예술가 집안

봉준호 감독은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래픽 디자이너 봉산균이며, 누나는 패션 디자이너 봉지희다. 또한 외할아버지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으로 유명한 소설가 박태원이다. 그런 이유일까. 봉준호 감독은 어릴 적부터 비디오, 잡지 등으로 영화에 대한 지식을 쌓았으며 14살 무렵부터 영화감독에 대한 꿈을 키웠다. 부모님 역시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보라”며 꿈을 응원했다고.

봉준호 감독이 대학 시절 연출한 첫 단편영화 <백색인>.

첫 영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 진학했지만 영화에 대한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장호 감독, 배창호 감독 등을 보며 “꼭 영화학과를 진학하지 않더라도 영화감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군 제대 후 친구들과 친구들과 영화 동아리 ‘노란문’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첫 단편영화 <백색인>을 연출했다. 일명 ‘화이트칼라’라고 일컫는 현대 사회인의 양면성을 그린 영화다. 그의 작품세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한 비판의식을 담아냈다. 송강호 이전, 초창기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김뢰하가 주인공을 맡은 작품이기도 하다.

대학 시절 봉준호 감독이 교녀 학보에 연재했던 만화 <연돌이와 세순이>

만화광

영화뿐 아니라 만화를 매우 좋아한다. 스스로의 작품도 직접 콘티를 그리는 봉준호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여러 만화들을 접하며 성장했다. 그가 꼽은 추억의 만화는 길창덕 작가의 만화 <꺼벙이>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미래소년 코난>. <설국열차> 역시 원작인 프랑스의 동명 만화책을 읽고 영화화를 결정한 것이다. 대학 시절에는 교내 학보에 직접 그린 만화를 연재하기도 했었다.

봉준호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 재학 시절 연출한 두 번째 단편영화 <지리멸렬>.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봉준호 감독은 대학 졸업 후 한국영화아카데미(Korean Academy of Film Arts, 이하 KAFA)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영화를 공부했다. 11기로 동기로는 <지구를 지켜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로 유명한 장준환 감독이 있다. 봉준호 감독은 KAFA에서 단편영화 <지리멸렬>, <프레임 속의 기억들>을 연출, 두 작품 모두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홍콩국제영화제서 등에서 초청받으며 실력을 입증했다. 이후 장준환 감독과 함께 영화제작사 ‘싸이더스’에 들어가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선보였다. 한국 영화계 거장이 된 현재까지도 KAFA 졸업영화제에 참석하는 등 연을 이어가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 (사진 가톨릭평화방송)

가톨릭 신자

종교는 천주교다. 가족 모두가 가톨릭 신자이며, 봉준호 감독의 세례명은 미카엘이다. 이번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에는 한국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으로 역임 중인 염수정 추기경이 직접 축하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수상 소식에 국민 모두 기쁨과 자긍심을 느꼈다”며 “선한 영향력으로 좋은 변화를 이끄는 영화인으로서 계속해서 함께 해주시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이에 봉준호 감독도 인터뷰를 통해 “감사할 따름이다. 영광이다”라고 마음을 표했다.

<인류멸망보고서>의 한 에피소드 <멋진 신세계>

카메오 출연

동료 감독들의 작품에 카메오로 종종 출연했다.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형사를, 이경미 감독의 <미쓰 홍당무>에서 회사원으로 잠깐 등장했다. 그러나 그의 존재감이 빛난 영화는 역시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의 한 에피소드인 임필성 감독의 <멋진 신세계>에서다. 좀비 바이러스로 인류가 멸망에 처한 상황, TV에서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토론을 벌인다. 봉준호 감독은 그중 한 명인 정체 모를(?) 패널을 연기했다. 아무런 대사도 없이 진지하게 기타를 치는 것이 전부이지만 그 자체로도 웃음을 자아냈다.

<멋진 신세계>를 연출한 임필성 감독은 앞서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 특별출연한 바 있다. 역할의 이름은 뚱게바라. 현상금 때문에 친구인 남일(박해일)을 배신하는 캐릭터다. <인류멸망보고서> 개봉 당시 임필성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카메오 출연해 대해 “<괴물> 때 나를 괴롭혔는데 그에 대한 복수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출연료는 극중 입고 나온 개량 한복 한 벌이었다고.

<괴물>

삑사리의 예술

소소한 사실은 아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세계에는 항상 독특한 요소가 등장한다. 캐릭터가 넘어지거나, 무언가를 놓치는 장면이다. <괴물>로 예를 들자면, 한강 둔치에서 괴물이 넘어지는 장면과 결정적인 순간 남일이 화염병을 놓치는 부분.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는 이런 봉준호 감독의 작품 특징을 ‘L'art du Piksari’, 국어로는 ‘삑사리의 예술’이라고 칭했다. 이런 삑사리의 예술은 봉준호 감독 특유의 코미디로 작용하기도, 혹은 <괴물>의 화염병 장면처럼 더욱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2017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재회한 봉준호 감독(왼쪽),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김기영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팬

봉준호 감독이 박찬욱 감독과 더불어 김기영 감독의 열성 팬인 것은 유명하다. 이번 <기생충> 관련 인터뷰에서도 봉준호 감독은 영화 속에 등장한 계단에 대해 말하며 “계단 하면 김기영 감독님을 빼놓을 수 없는데, 그의 작품인 <충녀>나 <하녀>를 다시 보면서 기운을 받으려고 했다”고 말하며 팬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이 팬을 자처하는 감독은 김기영 감독 외에도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공포영화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두 사람은 2007년에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대담을 가지며, 서로의 작품에 대해 질문을 주고받기도 했다. 10년 뒤인 2017년에도 두 감독은 같은 행사에서 재회해 리처드 플레이셔 감독의 <보스턴 교살자>(1968) 관련 GV를 진행했다.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봉준호 감독(왼쪽),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사진 한겨레)

거장들의 찬사

반대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을 포함한 여러 세계적인 감독들도 봉준호 감독의 팬을 자처했다. 이번 칸영화제에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로 <기생충>과 함께 경쟁부문에 오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 리스트에 <살인의 추억>, <괴물>을 넣었다. 심지어 2013년에는 봉준호 감독을 만나기 위해 사비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또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마틴 스콜세지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등 여러 거장들이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기생충>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좋아하지 않는다

봉준호 감독에게 수식어처럼 붙는 별명이 '봉테일'이다. 소품 하나에도 의미와 개연성을 담는 디테일에서 생겨난 별칭이다. <기생충>으로 예를 들자면, 백수일 때 기택(송강호) 가족은 저가 맥주인 필라이트를 마신다. 그러나 직업을 가진 뒤에는 소고기와 함께 삿포로 맥주를 마신다. 그 와중에 엄마 충숙(장혜진)은 남아있는 필라이트를 마시는 것까지. 이외에도 봉준호 감독은 수많은 작품에서 디테일한 면모를 보여줬다.

그러나 정작 봉준호 감독 스스로는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세세한 부분에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 심지어 <마더>에 등장한 달력의 날짜에도 의미를 찾는 이들이 있었지만, 정작 봉준호 감독은 “그냥 미술팀이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기생충> 촬영현장

식사 시간은 칼같이

식사 시간 등 기본적인 근로 복지를 철저히 지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기생충> 역시 철저히 근로복지법에 따라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이제는 스태프들의 임금이 미국이나 일본에 뒤처지지 않더라. 이제야 정상화돼 간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본인 스스로도 식사 시간을 놓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고. 앞서 언급한 염수정 추기경 역시 축사에 이와 관련된 부분을 언급하며 “영화계는 물론 한국 사회 전반의 노동 환경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아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

문신이 있다

봉준호 감독의 왼쪽 팔과 어깨에는 문신이 있다. 이는 <마더> 개봉을 기념하기 위해 촬영감독인 홍경표 감독과 새긴 것. 영화 속 마더(김혜자)가 감옥에 수감된 아들 도준(원빈)을 만나고 오는 길에 버스 창가 사이로 보이는 나무와 새에 착안했다. 홍경표 감독의 소개로 홍대의 한 타투숍에 가 약 4일에 걸쳐 문신을 그려 넣었다.

김돈규 - ‘단(但)’ 뮤직비디오

뮤직비디오

초창기에는 뮤직비디오 감독으로도 활동했다.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를 연출한 직후에는 김돈규의 ‘단(但)’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함께했던 배두나가 출연, <살인의 추억>의 주역인 박해일과도 이때 먼저 호흡을 맞췄다. 박해일이 사별한 연인으로 추정되는 배두나를 지하철에서 발견, 그녀를 따라 지하철 칸을 오가는 내용이다. 봉준호 감독이 직접 촬영도 도맡았으며, 각 칸마다 나름의 콘셉트로 환상 속에 있는 듯 연출했다. <설국열차>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후 <살인의 추억>으로 스타덤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2003년 한영애의 ‘외로운 가로등’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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