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양자물리학> 박해수 - 마음껏 가볍게
2019-09-17
글 : 장영엽
사진 : 오계옥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 <양자물리학>의 찬우가 주문처럼 되풀이하는 말이다. 그는 간절하게 바라면 의지가 생기고, 그 의지를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검찰, 정치계까지 연루된 거대한 마약 스캔들에 휘말려 이제까지 이뤄왔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내릴 상황에 처했음에도 찬우가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는 이유다. 흥미롭게도 찬우의 모토는 그를 연기하는 배우 박해수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는 ‘생각이 현실을 이뤄낸다’는 말의 중요한 포인트는 ‘행동’에 있다고 말한다.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부단히 움직여야만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는 박해수의 현실적인 긍정주의는 그를 첫 영화 주연작 <양자물리학>으로 이끌었다.

-<양자물리학>이라는 제목을 듣고 영화의 장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의 제목은 <양자물리학>이 아니라 <양자물리학에 심취한 술집 사장님>이었다. 재밌지 않나? (웃음) 흥미로운 우연은 이 영화에 출연하기 전부터 양자물리학에 관심이 있었다는 거다. 유튜브도 보고 책으로도 공부했다. 감독님이 신기하다고 하시더라.

-찬우는 양자물리학 법칙을 삶의 모토로 삼는 인물이다. 언제부터, 왜 그는 양자물리학에 ‘꽂힌’ 걸까.

=중학교를 중퇴한 그가 공을 덜 들이고 유식해 보일 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은 양자물리학에 대해 잘 모르니까. 또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는 양자물리학의 불확정성이 찬우의 욕망과 연관되어 있다고 느꼈다. 반드시 좋은 직장을 가져야만, 좋은 대학을 나와야만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희망을 주는 법칙이기도 하고.

-찬우와 같은 유흥업 종사자가 한국 상업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게 흔치 않았다. 참고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지 않았을 듯한데.

=사실 이 친구가 꿈꿔왔던 건 비즈니스맨이라 생각했다. 찬우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서울로 올라와 산전수전을 겪으며 사람들을 상대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나갔을 거다. 그런 과정에서 말 재간이 늘고, 다양한 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게 됐을 테고. 클럽 사장이라는 직업에 배역을 가둬두기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스티브 잡스의 영상을 정말 많이 찾아봤다. 다큐멘터리에서 그가 동료들을 대하는 모습을 유심히 봤다.

-클럽 장면이 많은데, 실제로 배역을 준비하기 위해 클럽에 가보았나.

=극중 상수 역을 맡은 임철수 배우가 나와 10년 넘게 같이 산 솔메이트다. 클럽 사장과 직원을 연기하는데, 그래도 클럽 분위기는 알아봐야 하지 않겠냐며 이태원 라운지펍에 함께 간 적 있다. 즐겁게 놀다가 케밥을 먹은 기억이 난다. 나에게는 케밥이 일탈이다. (웃음)

-그간 영화 <마스터>(2016),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의 작품을 통해 우직하고 과묵한 역할을 주로 연기했다. <양자물리학>의 찬우처럼 쾌활하고 유연한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공연에서는 종종 찬우 같은 역할도 맡곤 했는데, 매체 연기로는 대중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처음이다. 나에게도 이런 ‘깨방정’과 익살이 있다는 걸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웃음) <양자물리학>을 촬영하는 몇달간 ‘업’되어 있었다. 마음껏 가벼워져도 되는 역할이니까. 주변에서도 ‘너 왜 이렇게 말이 많아졌어’라며 놀라더라.

-올해는 넷플릭스 영화 <페르소나> 중 단편 <썩지 않게 아주 오래>, <양자물리학>, <사냥의 시간>(가제) 등 영화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많은 경험은 못해봤지만, 영화를 할 때에는 감독님과 대화의 시간, 배역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좋다. 임필성 감독님과의 작업은 마치 창작극을 하는 느낌이었다. 콘티나 시퀀스에 없는 장면도 서로 핑퐁하듯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반영하시더라. 윤성현 감독님은 굉장히 섬세하시다. ‘진짜를 보는 눈’이 있으셨고, 그 부분에 있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성태 감독님은 현장을 아우르는 에너지가 굉장하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를 찍으며 과정이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정말 많은 시간을 스탭들에게 할애하셨다. <양자물리학>은 그런 감독님의 순수함과 건강함이 묻어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차기작은.

=드라마 <키마이라>에서 형사를 연기한다. 스타일리시하면서도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인물이다. <김씨표류기> <캐스트 어웨이> 같은 휴먼 재난영화를 좋아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그런 작품에도 출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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