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피디'로도 불리는 성은영은 클럽의 고객 관리부터 총괄 매니저 역할까지 소화하는 업계의 퀸이다. <양자물리학>은 클럽의 사장 찬우(박해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지만, 야망과 프라이드가 강한 성은영은 사건의 핸들을 꺾는 중요 인물로 활약한다. tvN 드라마 <감자별 2013QR3>로 데뷔해 드라마 <구해줘>에서 열연하며 화제를 모았고, 영화 <사도>(2014), <암전>(2018)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확장해온 서예지가 <양자물리학>의 성은영 역할을 맡았다. 작품에 대한 욕심이 큰 배우 서예지의 모습이 야망 있는 여자 성은영의 모습과 겹쳤다.
-한두달 사이를 두고 두편의 영화 <암전>과 <양자물리학>이 개봉한다. 정신없이 바쁘면서도 행복한 시기일 것 같다.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한다. 피곤하면서도 행복하다. 그 피로가 행복에서 오는 피로라 체력만 된다면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어도 좋을 것 같다.
-영화의 주연으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부담감도 크나.
=운이 좋게도 데뷔 때부터 주인공을 맡았다. 그래서 책임감은 늘 있었다. 맡은 역할에 항상 최선을 다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 마음엔 변함이 없다.
-<양자물리학>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남자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에서 여자 캐릭터가 한명 등장하면 불안한게 있다. 남자 중심의 구도에서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사실 별로 없으니까. 그런데 <양자물리학>은 달랐다. 여자가 남자들 사이에서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카리스마 있게 움직인다. 그런 성은영의 모습이 강인하고 멋있어 보였다. 성은영의 매력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상대를 이용할 줄 아는 똑 부러지는 모습이다. 아름다운 미소로 자신의 마음을 위장하고 속으론 계략을 짜는 인물이라는 게 매력적이었다.
-캐릭터 준비는 어떻게 했나. 찬우가 은영을 설명하는 말 중에 “이 바닥 파동이 아냐”라는 말도 있는데. 고객을 대하는 태도나 말투, 옷차림 등이 중요했을 것 같다.
=성은영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건 겉모습이었다. 외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하니까. 전체적으로 메이크업이나 액세서리, 옷, 가방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
-찬우에겐 약간의 ‘뽕삘’이 있는데 은영은 그것과 대조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찬우를 생각하고 일부러 더 세련되게 가야지 했던 건 아니다. 은영의 겉모습이 찬우보다 세련돼 보일지 몰라도 내면의 상처는 찬우와 비슷하다. 성향이 달라도 무언가 비슷한 구석이 있으니 같이 일하지 않았을까.
-찬우의 대사 중에 “파동이 맞는 사람끼리 일하면 거대한 에너지장이 형성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 동의하나.
=어느 정도. 파동이 맞다고 느끼는 사람과는 오래가는 것 같고 파동이 잘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방어를 하게 된다.
-‘버닝썬 사건’이 알려지기 전에 만들어진 이야기인데, 시나리오를 읽고 현실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겠다고 생각했나.
=허구적인 면도 있지만 현실을 잘 반영한 것 같았다. 사건 자체를 반영했다기보다 찬우의 생각이나 은영의 마음처럼 인물들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사람 사는 세상의 이야기라고 느꼈고, 그걸 통쾌하고 재밌게 그린 영화로 받아들였다.
-클럽에는 자주 가는 편인가
=촬영으로는 여러 번 갔는데 개인적으로는 한번도 가본 적 없다. 활발하고 활동적인 것들에 별로 관심이 없다.
-박해수, 김상호, 김응수, 변희봉, 김영재 등 현장의 대부분이 남자배우였다.
=우선 박해수, 김상호 선배님이 현장에서 정말 잘 챙겨주셨다. 김상호 선배님은 워낙 작품으로 많이 봐왔는데 현장에서 만날 수 있어 너무 좋았고, 박해수 오빠도 인터뷰 때 나에게 많이 기댔다는 얘기를 하시던데 사실은 내가 해수 오빠를 더 믿고 의지했다. 물론 여자배우가 다수인 현장 경험도 자주하고 싶다. 여자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적인 경우가 많은데,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 여성 캐릭터가 여럿 등장하는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차기작은 김강우와 함께 출연하는 <내일의 기억>이다.
=촬영은 끝났고 내년 3월 개봉예정이다. 기억을 찾아 헤매는, 기억을 잃은 여자로 나온다. 재밌는 범죄오락영화인 <양자물리학>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