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내 사랑 백석>, <정본 백석 소설·수필>
2019-10-22
글 : 이다혜
사진 : 백종헌
<내 사랑 백석> 김자야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정본 백석 소설·수필> 백석 지음 / 문학동네 펴냄

김영한. 김진향. 자야. 연인이었던 시인 백석이 지어준 이름 자야로 알려졌지만, 기생으로는 김진향으로 불린 여성의 본명은 김영한이었다. 그가 쓴 <내 사랑 백석>의 저자 이름은 ‘김자야’로 되어 있다. 이 책은 1995년 처음 출간되었는데, 북한에 있던 백석이 사망한 일이 1996년(으로 알려져 있으나 확실치 않다), 그가 시주한 서울 성북동 부지에 길상사가 문을 연 것이 1997년, 그가 세상을 떠난 것이 1999년이다. 다분히 예스러운 문장으로 쓰인 이 회고록은 자유결혼은 꿈조차 꾸지 못하던 시대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기생으로 살았던 이의 만남과 이별을 담았다. 고풍스러운 문어체로 쓰인 책인데, 읽다 보면 곳곳에서 감정의 격동을 느끼게 된다. 불가역적인 이별이 분단이라는 역사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한몫하리라. 둘이 함께한 시간이 이별의 시간보다 아주 짧았다는 점 역시.

<정본 백석 소설·수필>은 시인으로 더 잘 알려진 백석의 1930년부터 42년 사이 쓰인 소설과 수필을 해설과 함께 실었다. 당시의 표기를 그대로 썼기 때문에 단어의 뜻풀이가 필요하고, 수필의 경우 당대 문인이며 지인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해설 없이는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 백석의 시가 그렇듯이, 한국 곳곳의 지역색과 먹거리에 대해 쓸 때는 그저 읽기 즐겁다. 소설은 시보다는 읽는 맛이 확연히 떨어지지만, 수필은 그의 대표작인 시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다. 수필 <가재미·나귀> <무지개 뻗치듯 만세교> <동해>와 같은 글은 백석의 시를 꼭 닮았다. 또한 이 시기 시인 백석에게 조국이란 남과 북을 나누지 않은 공간이었음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되어 그것이 어딘지 사무치는 기분을 낳고야 만다. 신흥이며 장진 같은 함경도의 낯선 지명들, 빼틀어(빼앗아)나 웅두리(웅덩이) 같은 평안과 평북의 방언들도 반갑다.

공간을 쓰다

예서는 물보다 구름이 더 많이 흐르는 성천강이 가까웁고 또 백모관봉의 시허연 눈도 바라보인다. 이곳의 좌우로 긴 회담들이 맞물고 늘어선 좁은 골목이 나는 좋다. 이 골목의 공기는 하이야니 밤꽃의 내음새가 난다. 이 골목을 나는 나귀를 타고 일없이 왔다갔다하고 싶다.(<정본 백석 소설·수필>, 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