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光復香港 時代革命④] 홍콩의 사람들을 시간들을 만나다 <유리의 눈물> <性 공작자2> <벼농사를 짓다> <쪽빛하늘>
2019-11-27
글 : 임수연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반환 이후의 이미지들: 1997년 이후의 홍콩 독립영화’ 특별전 상영작 10편

<유리의 눈물> 玻璃, 少女

캐롤 라이 / 홍콩 / 2001년 / 92분

한때 중국에서 경찰로 일하다 은퇴한 우는 손녀 조가 집을 나가 2~3일째 들어오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는다. 벌써 3번째 가출인 데다 경찰에 신고하면 평소 불량한 조의 행실 때문에 난감해질 수 있다는 것이 현재 상황. 더군다나 조의 부모는 그를 찾는 데 그리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때 조가 유일하게 남기고 간 핸드폰에 친구 P로부터 돈을 갚으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우가 P에게 조를 찾는 데 도움을 주면 대신 돈을 갚겠다는 제안을 하면서 영화는 16살 소녀와 60살 은퇴 경찰관의 기묘한 우정담으로 방향을 튼다. 세대간 장벽을 넘어 서로의 교집합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유리의 눈물>은 폭력에 노출된 길거리 소녀들의 패배감을 비추는 영화다. 금붕어와 어항의 이미지로 은유한 10대의 고립된 삶이 어두울 수 있는 소재에 스타일을 더했다. 70년대 쇼브러더스에서 보여준 무술로 유명했던 선수 출신 로레가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우를 연기했다. TV연출가로서 독특한 색깔을 보여준 캐롤 라이의 장편 데뷔작으로, 2001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性 공작자2> 性工作者2: 我不賣身, 我賣子宮

허먼 여우 / 홍콩 / 2008년 / 86분

“나는 내 몸을 팔지 않는다. 내 자궁을 판다.” <性 공작자2>의 홍콩 원제는 영화가 담는 두 여성의 상태를 좀더 직설적으로 설명한다. 2000년 홍콩을 살아가는 라이와 웡은 살아남기 위해 남성에게 자궁을 바치는 여성들이다. 라이는 마약에 중독된 성매매 여성이다. 이는 까맣게 썩고, 발코니에서 닭(홍콩에서는 ‘매춘부’를 상징한다.-편집자)을 키운다. 옆집에는 홍콩 거주권을 얻기 위해 결혼한 임신부 웡이 산다. 그녀는 갑자기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경제란에 시달린다. <性 공작자2>의 여성들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공격성을 드러내고 때로 비굴함을 각오한다. 막연한 연민의 시선으로 대상을 응시하기보다 날것의 입체성을 선택한 영화는 홍콩 주민과 이민자 사이의 갈등도 함께 다룬다. 다양한 장르영화를 연출한 허먼 여우 감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감독은 <性공작자십일담>에 이어 매춘부의 삶을 다시 조명하며 버려진 여성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각을 보여줬다.

<벼농사를 짓다> 稻米是如何鍊成的

챈 호 룬 프레디 / 홍콩 / 2013년 / 127분

2011년, 홍콩 정부는 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차이위안 마을을 철거했다. 강제 철거에 맞서 투쟁한 농민들은 새로운 땅, 상우드군에 새로운 마을을 만든다. 자신들의 공간을 지키고 유기농법을 배우기 위해 농민들 그리고 부조리한 철거에 맞서는 활동가들이 힘을 합친다. <벼농사를 짓다>는 제목 그대로 1여년간 벼농사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재배 과정을 일종의 챕터로 구분하고, 마을 사람들의 진솔한 인생사부터 영화를 통한 사회 투쟁, 도심으로 나가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시위하는 풍경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한 호흡으로 엮어낸다. 그렇게 새로운 땅을 개척해 1년간 벼농사를 짓는 풍경이 도심 속 소시민의 투쟁과 연결되는 이음새가 흥미롭다. 챈 호 룬 프레디 감독은 1년간 농민들과 그룹의 일원으로서 운동에 함께해 영화를 제작했다. 일본 농민의 영원한 영화 동지라 평가받는 다큐멘터리스트 오가와 신스케의 대표작, 나리타공항 건설 반대투쟁을 담은 <산리즈카> 7부작을 참고한 작품.

<쪽빛하늘> 藍天白雲

청킹와이 / 홍콩 / 2017년 / 87분

뉴욕으로 이민 간 홍콩 소녀가 흑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부모를 살해한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 17살 소녀 코니는 집 안에서 누구에게나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그리고 이를 방관하는 어머니를 게이 친구 에릭과 함께 살해했다. 폭력은 집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에릭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은 성소수자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코니의 사건을 수사하는 안젤라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어한다. 실제 사건의 인종차별 문제를 퀴어 혐오로 치환하는 등 현대 홍콩의 세대 및 차별 이슈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영화는 97년 홍콩 반환 이후 혼란스런 사회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경제적 풍요만으로 채워질 수 없는 정신적 자유에 대한 갈망이 회색빛 풍경에 황폐하게 이식된다. 무엇보다 <쪽빛하늘>은 작금의 홍콩 사태 이후 감상하면 복합적인 감상이 깃드는 작품이다.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근사한 호연을 보여준 코니 역의 량용팅과 에릭 역의 구딩쉬엔은 <쪽빛하늘>의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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