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光復香港 時代革命①] 홍콩 시위 이끄는 조슈아 웡 인터뷰, “한국 국민들은 홍콩을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2019-11-27
글·사진 : 김성훈

조슈아 웡 홍콩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을 만나기 하루 전날 백색테러가 벌어졌다. 올해 초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개정안 논의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22주차에 접어든 지난 11월 3일 일요일, 경찰은 홍콩 동쪽 타이쿠싱의 한 쇼핑몰을 급습했다. 시위대는 시민들이 주말을 보내기 위해 모인 이곳에서 인간 띠를 두른 채 경찰과 충돌했다. 그 현장에서 정체불명의 한 남자가 현장에 있던 앤드루 치우 민주당 구의원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고, 그의 귀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앤드루 치우는 피범벅이 된 채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귀를 봉지에 넣고 가까스로 현장을 벗어났다. 이것은 11월 24일 홍콩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을 의도적으로 노린 테러로 보인다. 사건 소식을 접한 조슈아 웡은 자신의 트위터에 “가까운 동료 앤드루 치우가 자신의 선거구에서 폭행을 당했다. 그의 왼쪽 귀 절반이 잔혹하게 뜯겨져나갔다. 선거 후보를 겨냥한 폭력적인 공격을 강력하게 비난한다”라는 내용의 멘션을 올렸다. 다음날 그와 만나기로 한 약속이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항의 얼굴’(<타임>), ‘중화인민공화국과 싸우는 10대 소년’(<알자지라>),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17살 시위자가 베이징을 이길 수 있을까’(<NBC 뉴스>), ‘17살 홍콩 학생이 민주주의를 위한 전투 준비로 천안문 사태를 상기시키고 있다’(<CNN>) 등등. 5년 전 전세계 주요 언론에서 대거 소개한 대로, 10대 시절 조슈아 웡은 최근 일어난 홍콩 시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우산혁명을 이끈 주역 중 하나다. 우산혁명을 얘기하기 전에 그가 14살 때 데릭 람 등과 함께 학생운동조직인 학민사조를 설립해 국민교육 반대운동을 벌인 일부터 설명해야 한다. 국민교육은 2012년 베이징(중국 공산당)이 홍콩 청소년들이 애국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도입한 새로운 애국 교육 과정으로, 다른 무엇보다 베이징을 지지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겼다. 오랫동안 서구 사회에서 교육을 받고 자란 홍콩인, 특히 10대들에게 국민교육이 달가울 리가 없었다. 그들은 국민교육이 홍콩 반환 당시 중국 정부가 약속한 일국양제(한 나라에 자본주의(홍콩)와 사회주의(중국)가 공존하는 일)를 일방적으로 철회하고, 나아가 중국이 홍콩을 흡수·통합하는 첫 단계라고 보았다.

조슈아 웡은 렁춘잉 당시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 “우리는 홍콩 정부에 국민교육과 세뇌 교육과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며 “그건 정부의 관점과 맞는 답을 내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다고 하고, 중국 국기가 올라갈 때 울면 더 좋은 성적을 준다고 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센트럴에 위치한 정부 청사를 점거하면서까지 국민교육을 거부하고, 끝내 홍콩 정부로부터 국민교육을 도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10대들의 목소리와 행동은 홍콩 시민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2013년 3월 시진핑이 주석으로 취임하면서 중국은 일국양제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점점 지우기 시작했다. 이런 정치적 상황에서 홍콩시민들이 자신의 지도자인 행정장관을 직접 뽑을 권리와 보통 선거권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홍콩 사회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그해 초 베니 타이 홍콩대 법학교수이자 ‘점령중환’(센트럴 점령운동) 대표가 “중국은 홍콩에 진짜 민주주의를 보장하고, 그렇지 않으면 저항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쓰고, “이 문제에 관심이 많은 홍콩 사람들은 금융과 경제의 중심지인 센트럴을 점령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청사 시민광장에 마련된 집회에서 베니 타이와 함께 무대에 오른 조슈아 웡은 “어른들은 어디에 있나? 어떤 값을 치르든 우리는 이 문제를 다음 세대에 떠넘길 수 없다. 이번 세대가 이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그는 수많은 시민들에게 “다 함께 시민광장을 점거하자”고 외쳤다. 그를 포함한 많은 시민들이 정부 청사 담을 넘어 시민광장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많은 홍콩 시민들이 우산을 들고 센트럴로 향했다. 우산혁명의 시작이었다.

몇달 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2017)을 보면서 이제 겨우 20대 초반에 홍콩 민주화운동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그가 존경스러우면서도 힘들어 보였다. 홍콩에 가기 한달 전 그에게 만나자고 요청한 것도 현재 그가 22주 동안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를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였다. 시민들도, 내외신 기자들도 경찰의 공격 대상이 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악화되고 있는 시위 상황에서 조슈아 웡은 약속 당일 만날 장소를 알려왔다. 만나자고 한 장소는 그가 앞에서 언급한 연설을 한 뒤 정부 청사 담을 넘다가 체포됐던 시민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약속시간에 정확히 도착한 그의 앳된 얼굴은 전날의 백색테러 탓인지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다. 약 25분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짧고 명확하며 단호한 대답을 내놨다.

-어제(11월 3일) 앤드루 치우 민주당 구의원이 테러를 당했다.

=이 사건은 베이징이 선거 출마를 앞둔 후보자를 공격하려는 의도를 사실상 증명한 것이라고 본다. 그들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사람들을 침묵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는, 홍콩 시민들은, 선거운동을 계속할 것이다.

-최근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포함한 많은 시민들을 공격하고 체포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되나.

=지난 22주 동안 홍콩 시민 3천명 이상이 체포됐고, 그중 500명 이상이 기소됐다. 사람들을 계속 잡아가 공포심을 조장할수록 직선제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은 더욱 커질 것이다.

-내외신 기자들 또한 경찰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멈추게 하고 싶어 한다. 시위를 이끄는 운동가들과 언론인들이 베이징의 1차 타깃이고, 그들의 공격 대상은 일반 시민들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

-시위 상황이 매일 급변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가 시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떻게 우리가 정부를 강요할 수 있겠나.

-이번 홍콩 시위에서 당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홍콩의 목소리가 국제사회로 뻗어나갈 수 있게 하는 스피커이자 촉진제 역할이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홍콩 시민들의 요구 사항 5가지(△직선제 실시 △범죄인 인도법 완전 철폐 △폭도 규정 철회 △시위대 조건 없는 석방 △경찰 행태에 대한 독립적 조사)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히는 직선제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을까.

=직선제가 실시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다. 나는 캐리람의 홍콩 정부가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매주, 매일 거리에 나가 싸우고 있는 홍콩 사람들이야말로 우리의, 홍콩의 진정한 희망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관심과 연대 그리고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많은 한국인들 또한 홍콩을 지지하고 있다.

=3여년 전 광화문에서 일어났던 한국의 촛불 집회는 한국인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 있는 광장이었다. 우리는 한국의 촛불 집회를 지켜보면서 매주 집회와 행사를 여는 방법을 배웠고, 한국이 그랬듯이 현재 우리 또한 22주 연속으로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한국 정치인들은 홍콩 문제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 현실인데.

=그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홍콩 민주화를 지지해주길 바란다. 지난 세기 광주에서 일어났던 민주화운동이 2019년 현재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다.

-홍콩 사람들이 <1987>(감독 장준환),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변호인>(감독 양우석) 등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를 보았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중에서 <1987>은 홍콩 사람들이 시위와 집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는데 큰 영감을 줬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사회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또 그렇게 해야 우리의 꿈이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세편 모두 챙겨봤나.

=봤다. 모두 좋아하는 영화들이다. 특히 앞에서 말한 대로 <1987>은 힘들거나 우울할 때 시위의 중요성을 깨닫고 힘을 내게 하는 영화다. 고 박종철 의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싼 대가를 치렀는지 알려준다. 그에 비하면 우리가 잃은 건 아직 작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과 최근 개봉한 <우산혁명이 끝난 후>(2018)는 당신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다. 두편 다 봤나? 이 작품들이 홍콩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보나.

=두 다큐멘터리는 홍콩을 향한 억압들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두편은 시기적으로 연결되는 이야기다. 우산혁명은 우리를 단단하게 했다. 우산혁명과 홍콩 시위에 참가한 많은 홍콩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과 결정이 사회의 다른 무언가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깨달았다.

-우산혁명은 현재 홍콩 시위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나. 많은 사람들이 우산혁명의 의미에 대해 공감하고 인정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혁명이라고 지적하는데.

=우산혁명이 끝났을 때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더 강한 결심을 안고 돌아왔다.

-지방의회 선거까지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앞으로 시위가 계속될까.

=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그날까지 지속될 것이다. 2020년까지 계속 진행될 것이다.

-정말로 홍콩에 민주화가 정착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밝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베를린장벽이 하루아침에 무너질지 상상이나 했나. 소비에트공화국이 어느 날 갑자기 붕괴되는걸 상상이나 했나.

-한국 국민들에게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홍콩과 한국은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1980년 5월 광주가 그랬듯이 현재 홍콩에서는 정부 권력이 인권을 묵살하고 있다. 더 많은 한국 국민들이 홍콩을 지지해줬으면 좋겠다. 지금 한국에 직접선거가 있듯이 홍콩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게 우리의 꿈이다. 한국 국민들은 홍콩을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

그를 만난 뒤 지금까지 약 2주 동안 홍콩 시위는 점점 더 격화됐다. 특히 홍콩 경찰은 지난 11월 12일 홍콩 중문대를 급습해 학생들에게 최루탄을 쏘며 강경 진압하더니, 11월 18일에는 시위대의 최후 보루인 홍콩 이공대를 봉쇄해 학생들을 공격하고 체포했다. 많은 홍콩 시민들은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홍콩 이공대로 향했다. 조슈아 웡에게 최근의 심각한 상황에 대한 추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홍콩 경찰이 홍콩 이공대를 봉쇄하고 학생들을 공격한) 지난 36시간 동안 상황이 급변했다. 답변을 곧바로 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계속 연락하자”고 대답했다.

●조슈아 웡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과 <우산혁명이 끝난 후>

<우산혁명이 끝난 후>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은 14살 소년 조슈아 웡이 학민사조를 설립해 반국민교육 운동을 벌인 뒤 17살 때 우산혁명을 이끄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10대 운동가로서 그가 반국민교육, 우산혁명, 직선제 등에 대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려낼 뿐만 아니라, 평범한 학생인 그의 모습도 한데 담아낸다. 데릭 람, 아그네스 초우 등 그와 함께 학민사조에서 활동하고 우산혁명을 이끈 동료들의 앳된 모습도 반갑다. 제목대로 <우산혁명이 끝난 후>는 조슈아 웡, 데릭 람, 가수 데니스 호 등 우산혁명을 이끈 5명이 우산혁명이 끝난 뒤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그린 다큐멘터리다. 데릭 람이 “(우산혁명 경력 때문에) 맥도널드 파트파임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거부당했다”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장면은 씁쓸하다. 이 영화에서 조슈아 웡은 우산혁명이 끝난 뒤 런던, 베를린으로 가 유럽 언론, 학계에 우산혁명을 알린다. 다만, <우산혁명이 끝난 후>는 지난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상영된 이후 현재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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