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한국영화 빅프로젝트⑨] <입술은 안돼요>(가제) 조은지 감독 - 앙상블과 말맛이 만드는 재미
2020-03-12
글 : 김소미
사진 : 최성열

“의지를 태우고 있다.” 지난해 블랙코미디영화 <카센타>와 옴니버스 <오늘, 우리>로 극장을 찾았던 배우 조은지가 올해는 감독으로 출사표를 낸다. 지난해 6월부터 약 3개월간 한여름을 통과하며 촬영을 마친 <입술은 안돼요>(가제)는 작품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명 작가 현(류승룡)의 일상을 따라가며 전처 미애(오나라), 아들 성경(성유빈), 출판사 대표 순모(김희원) 등과 벌이는 뜻밖의 갈등과 연대를 담는다. 작정하고 웃기려는 코미디는 아니지만, 상황과 인물이 충돌하며 생기는 은근한 웃음과 훈훈함으로 무장한 감각적인 드라마다. 인터뷰차 만난 조은지 감독은 김포의 어느 한 호텔에서 편집 기간 내내 머물고 있다고 했다. “최대한 집중하고 싶었다”는 그는 “솔직히 모든 프로세스를 처음 경험해보니 걱정도, 긴장도 많이 된다”고 심정을 드러냈다. 배우 조은지에서 감독 조은지를 꿈꾼 결정적 계기는 직접 메가폰을 잡은 단편영화 <2박 3일>(2016)이 주변으로부터 지지와 호평을 받으면서부터다. “일상에서 해소하고 싶은 것들,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내내 갈구한 부분들”을 20대부터 글로 쓰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이야기를 구상해온 것이 바탕이 됐다.

그렇게 만난 <입술은 안돼요>는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마켓에 당선된 작품을 제작사인 비리프의 백경숙 대표(<좋지 아니한가> <쩨쩨한 로맨스> <비스트> 등의 프로듀서로 일했다.-편집자)가 눈여겨보고 있다가 조은지 감독에게 제안한 경우다.

데뷔작은 보통 연출자의 취향이나 정서를 보다 내밀하고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창구다. 조은지 감독은 여러 캐릭터 중에서도 주인공 현에게 이입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삶을 조여오는 것에 공감했다.” 타인에게 선택받고 때로는 무한정 기다려야 하는 배우의 숙명을 견뎌본 입장에서, 작가 현이 겪는 정체기와 슬럼프를 차분하게 묘사할 수 있기도 했다. 자연스레 “배우 류승룡 선배가 가진 인간적인 면모와 특유의 분위기,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준 것과는 조금 색다른 감성적인 면모”도 나왔다. 앞서 소개한 주요 인물들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또 다른 작가 지망생 유진 캐릭터엔 과감히 신인 무진성을 기용했다. “두려움없이 자기만의 표현을 하는 당당한 모습이 긍정적으로 다가왔다”는 감독 말을 들으니 믿음직한 류승룡만큼이나 무진성이라는 새 얼굴의 발견이 기대된다. 이런 작품일수록 배우들의 앙상블과 주고받는 말맛이 쫀쫀해야 할터, 감독은 이를 현이 시종일관 “쪼이고 치이고 까인다”고 표현하면서 <입술은 안돼요>가 안겨줄 통통 튀는 재미를 직관적으로 요약했다.

제작 비리프 / 감독 조은지 / 출연 류승룡, 오나라, 김희원, 성유빈, 이유영, 무진성 / 배급 NEW / 개봉 2020년

•시놉시스

7년째 슬럼프에 빠져 신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현(류승룡). 되는 일 없이 우울한 현에게 이혼 후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전처 미애(오나라)와 한창 사춘기가 찾아와 첫사랑에 갈팡질팡하는 아들 성경(성유빈), 그리고 오랜 친구이자 출판사 대표인 순모(김희원)가 의도치 않은 사건·사고를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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