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촬영상까지 총 8개 주요 부문의 수상을 예측해보았다. <씨네21>이 지지하는 작품/사람과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을 받게 될 작품/사람을 꼽았다. 올해 예측의 관건은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어느 상을 받게 될 것인가였다.
1. OSCARS 작품상
작품상 후보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기생충>
<씨네 21>의 선택: <기생충>
<기생충>이 받아야 한다. 작품상 경쟁은 <1917>과 <기생충> 2파전으로 압축되는 모양새다. 올해 오스카가 남성과 백인 중심 후보 지명으로 비판받고 있는 만큼 아시아 감독이 만든 외국어영화 <기생충>을 향한 응원이 힘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다양성의 가치를 차치하고서라도 <기생충>은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스스로 영화적 가치를 증명해오고 있다. 아카데미 회원들의 과감한 선택을 보고 싶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1917>
<1917>이 받을 것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얘기할 때 자주 동원되는 형용사는 ‘보수적인’과 ‘안전한’이다. 샘 멘데스 감독의 전쟁영화 <1917>은 소재와 장르가 주는 무게감, 샘 멘데스와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이 보여주는 영화적 야심 등 오스카가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이다. 참고로 아카데미 시상식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라온 ‘아카데미의 예측’에서 작품상으로 거론된 영화는 <기생충>이다.
2. OSCARS 감독상
감독상 후보 <아이리시맨> 마틴 스코시즈, <조커> 토드 필립스, <1917> 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기생충> 봉준호
<씨네 21>의 선택: <아이리시맨> 마틴 스코시즈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코시즈가 받아야 한다. 우리는 가끔 감독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놓인 작품들을 만난다. <아이리시맨>이 바로 그런 영화다. 마틴 스코시즈는 오랫동안 신뢰해온 배우들과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로 러닝타임 209분짜리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만들었다. 스코시즈만큼 영화 안팎으로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감독은 흔치 않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 <1917>샘 멘데스
<1917>의 샘 멘데스가 받을 것이다. 20년 전 데뷔작 <아메리칸 뷰티>(1999)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적 있는 샘 멘데스는 자신의 8번째 영화 <1917>로 다시금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올릴 확률이 높아졌다. 샘 멘데스는 영미권 평단으로부터 데뷔 이래 거의 매 작품 지지를 받아온 감독인 데다 <1917>은 각본과 제작까지 샘 멘데스가 그 어느 때보다도 프로덕션 전반에 깊숙이 개입한 작품이다. 앞서 미국감독조합상에서도 감독상을 받았다.
3. OSCARS 남우주연상
남우주연상 후보 <페인 앤 글로리> 안토니오 반데라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결혼 이야기> 애덤 드라이버, <조커> 호아킨 피닉스, <두 교황> 조너선 프라이스
<씨네 21>의 선택: <페인 앤 글로리> 안토니오 반데라스
<페인 앤 글로리>의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받아야 한다. 올해 주요 국제시상식의 남우주연상은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와 <페인 앤 글로리>의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양분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칸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최근의 뉴욕비평가협회, LA비평가협회, 전미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모두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이번 영화에서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알모도바르 감독의 대리자가 되어 배우와 감독과 작품이 일체를 이루는 경지를 선사한다.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혼의 일부를 꺼내 보여주는 듯한 섬세한 연기는 오스카 수상이라는 보상으로 귀결되기에 충분하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 <조커> 호아킨 피닉스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받을 것이다. 아마 이변은 없을 것이다. <결혼 이야기>의 애덤 드라이버는 경력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지만 수상을 얘기하기엔 캐릭터가 약하고, <두 교황>의 조너선 프라이스는 상대적으로 작품의 화제성이 떨어져 수상권 밖으로 밀려난 모양새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모든 면에서 어중간하다.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강력한 대항마라고 하지만 지난해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이 그랬던 것처럼 올해는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시상식 무대에서 웃을 것이다. 호아킨 피닉스가 보여준 캐릭터에 대한 엄청난 몰입력과 작품에 대한 놀라운 헌신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4. OSCARS 여우주연상
여우주연상 후보 <해리엇> 신시아 에리보, <결혼 이야기> 스칼렛 요한슨, <작은 아씨들> 시얼샤 로넌, <밤쉘> 샤를리즈 테론, <주디> 르네 젤위거
<씨네 21>의 선택: <결혼 이야기> 스칼렛 요한슨
<결혼 이야기>의 스칼렛 요한슨이 받아야 한다. 여우주연상 역시 어느 한명을 꼽기가 난감한 부문이다. <결혼 이야기>의 스칼렛 요한슨에게 표를 던지자니 <작은 아씨들>의 시얼샤 로넌이 눈에 밟히고, <밤쉘>의 샤를리즈 테론이 보여준 카리스마가 아른거리는 식이다. 그럼에도 스칼렛 요한슨을 지지하는 이유는 <결혼 이야기>에서의 모습이야말로 언제나 보고 싶던 스칼렛 요한슨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슈퍼히어로 슈트를 입고는 절대 보여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결혼을 둘러싼 모든 희로애락의 감정을 투명하게 포착해 전하는 스칼렛 요한슨의 순수하고도 성숙한 연기는 쉽게 잊을 수가 없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 <주디> 르네 젤위거
<주디>의 르네 젤위거가 받을 것이다. 남우주연상이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에게 돌아간다면 여우주연상 역시 <주디>의 르네 젤위거에게 돌아가야 한다.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 주디 갈런드의 말년을 연기한 르네 젤위거는 체중감량과 특수분장과 보컬 트레이닝을 통해 완벽히 주디 갈런드가 된다. 영화의 첫 등장 신에서 르네 젤위거를 알아보지 못하고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녀가 직접 부르는 <Over The Rainbow>를 듣고 눈물을 떨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주디 갈런드가 미국인이 오랫동안 사랑해온 특별한 스타라는 점이 연기의 기대치를 높이지만 르네 젤위거는 보란 듯이 기대치에 부응한다.
5. OSCARS 남우조연상
<씨네 21>의 선택: <아이리시맨> 알 파치노
<아이리시맨>의 알 파치노가 받아야 한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놀라움을 안기는 연기다. 실존 인물인 전미트럭운송조합의 수장 지미 호파를 연기한 알 파치노는 배우의 강렬한 개성이란 좋은 감독과 작품만있다면 결코 녹스는 법이 없음을 알려준다. <대부> 시리즈의 상징적인 존재로서 그는 <아이리시맨>에서 세월 그 자체를, 갱스터 시네마의 영광을 의인화한 존재 같다. 인물의 나이듦, 독선과 아집에서 나오는 우스움조차 우아하다. 파치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아이리시맨>이 지난 10년여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연기와 작품임이 분명하기에 대세인 브래드 피트를 제치고 깜짝 수상하는 그림도 이벤트가 될 것이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브래드 피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브래드 피트가 받을 것이다. 1960년대 말 할리우드에서 한물간 배우의 매니저이자 스턴트맨을 연기한 브래드 피트는 적역을 만난 배우의 여유를 보여준다. 골든글로브, 미국배우조합상,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영국 아카데미상 등 브래드 피트가 시상식 레이스의 안정적인 선두 주자로 달리는 이례적인 광경도 화제성이 충분하다. 그가 데뷔 34년차에 첫 오스카를 거머쥘 수 있을까. 지난 1월 19일 열린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 수상 소감에서 브래드 피트는 “늘 취해 있고, 상의는 입지 않고,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은 남자를 연기하는건 솔직히 어려운 작업이었다”라고 역할과 자신의 공통점을 풍자해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6. OSCARS 여우조연상
<씨네 21>의 선택: <결혼 이야기> 로라 던
<결혼 이야기>의 로라 던이 받아야 한다. <결혼 이야기>는 내용과 비중 면에서 부부 캐릭터가 월등히 돋보일 수밖에 없는 드라마지만 변호사가 로라 던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로스앤젤레스의 유명 이혼 전문 변호사를 연기한 로라 던은 상대를 압도하는 화려한 언변과 제스처로 이혼 소송엔 초보인 예술가 부부와 관객 모두의 혼을 빼놓는다. 눈물과 고통으로 점철된 법정 싸움에 특유의 재치와 카리스마를 부여하며 드라마의 끈을 팽팽히 당겼다가 또 느슨히 놓아주는 연기다. 오랜 친구인 노아 바움백 감독과의 첫 작업에서 곧바로 목표점에 명중하는 날렵한 실력을 과시했다. 조연(supporiting role)의 의미로서 완벽하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 <결혼 이야기> 로라 던
<결혼 이야기>의 로라 던이 받을 것이다. 올해 시상식 레이스의 여우조연상 부문은 로라 던의 독무대다. 지난해 12월부터 뉴욕비평가협회상, LA비평가협회상 등을 시작으로 미국배우조합상,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골든글로브 등을 가볍게 휩쓸고 있다. 세련된 코미디 감각으로 영화를 들뜸 없이 고조시킨다는 평가다. 전미비평가협회상에서는 네 자매의 엄마를 연기한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로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상복이 없었던 로라 던의 눈부신 활약에 해외 매체는 일제히 “올해는 로라 던의 해”(<CBS>), “재능의 정점에 서 있는 로라 던”(<워싱턴포스트>)과 같은 수사를 동원하며 그의 업적을 조명하는 보도를 내고 있다.
7. OSCARS 각본상
<씨네 21>의 선택: <기생충> 봉준호·한진원
<기생충>의 봉준호, 한진원이 받아야 한다. 예측 불허한 전개, ‘봉준호 장르’라는 수사를 불러일으키는 독창성, 계급구조를 블랙코미디로 풀어내는 주제의 뚝심까지, <기생충>의 성공에는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 이전에 탄탄한 시나리오가 있었다. 조밀한 대사와 섬세한 감정선을 담아낸 <결혼 이야기>, 정통 추리극으로 트럼프 시대를 풍자한 <나이브스 아웃>, 1960년대 할리우드를 향한 향수와 낭만이 듬뿍 담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경쟁작들이 각본의 훌륭함에 있어 고른 지지를 받고 있지만, 동시대의 암부에서 펼쳐지는 <기생충>의 장르적 실험만큼 그 오리지널리티가 압도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은 드물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 <기생충> 봉준호·한진원
<기생충>의 봉준호, 한진원이 받을 것이다. 시상식마다 지지작이 조금씩 갈리고 있는 올해 각본상 부문은 선두주자인 <기생충> 뒤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추격 중인 모양새다. 미국 시상식에서 <기생충>의 각본을 지지하고 있는 현상의 이면에는, <기생충>만큼 시의적절하게 사회를 꼬집은 자국의 상업 장르영화가 부재했다는 자각도 느껴진다. 구태여 닮은꼴을 찾자면 2년 전 <겟 아웃>의 각본상 수상이 비슷한 맥락에 놓여 있다. <기생충>이 수상한다면 올해 <페인 앤 글로리>로 함께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2003년작 <그녀에게> 이후 18년 만에 비영어권 시나리오가 오스카 각본상을 거머쥐게 된다.
8. OSCARS 촬영상
<씨네 21>의 선택: <1917> 로저 디킨스
<1917>의 로저 디킨스가 받아야 한다. <1917>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레볼루셔너리 로드>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등을 촬영한 로저 디킨스의 오랜 노하우를 압축해둔 결과물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전시상황에 있는 영국군 병사 두명이, 최전방의 중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로를 압도적 롱테이크로 구현하면서 전쟁영화의 새로운 미학에 도전한다. 정확히는 원 컨티뉴어스 숏. 끊김 없이 화면이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촬영과 편집기법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 작품으로서 유의미하다. <버라이어티>는 “누군가 전쟁에 멈춤 버튼을 누르고 두 병사가 주변을 샅샅이 뒤지게 만든 것 같다”라고 표현했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1917> 로저 디킨스
<1917>의 로저 디킨스가 받을 것이다. 촬영상만큼은 다른 모든 후보를 통틀어 <1917>의 수상이 거의 확실시된다.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영국 아카데미에서 촬영상을 받았다. 아카데미가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역사 소재의 영화인 <1917>은 현재 작품상, 감독상(샘 멘데스), 촬영상에서 모두 유력 후보다. <1917>에 상을 얼마나 몰아주느냐, 혹은 분배하느냐에 따라 변수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골든글로브, 전미비평가협회 등에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과 <애틀랜틱스>의 클레르 마통 촬영감독이 수상하면서 경쟁자로 떠올랐지만 아쉽게도 올해 오스카 후보에는 제외됐다. 로저 디킨스는 <블레이드 러너 2049>로 2018년에도 오스카 촬영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