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프랑스의 오스카, 스페인의 오스카? 각국 로컬 영화제의 진짜 이름은
2020-02-13
글 : 심미성 (온라인뉴스2팀 기자)

제92회 오스카 시상식 4관왕 <기생충> 봉준호 감독. (출처: Variety)
뜻밖의 4관왕으로 아카데미를 휩쓴 <기생충>의 낭보가 영화계를 한바탕 뒤집어 놓았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이 몰고 온 현기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로컬 영화제’ 아카데미의 허들까지 훌쩍 넘었다. 오스카 시상식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지역 영화제다. 저명한 국제영화제들과 비교해도 대중적 인지도나 화제성 면에서 오스카 시상식을 따라올 자는 없다. 때문에 각국의 주요 지역 영화제들은 종종 '~의 오스카'와 같은 별칭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프랑스의 오스카, 스페인의 오스카… 등의 별칭으로 불린 각종 로컬 영화제들의 진짜 이름들을 알아보자.

세자르상

프랑스의 오스카

최고 권위의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에도 자국 영화를 기리는 로컬 영화제가 있다. 프랑스의 오스카라 불리는 '세자르상'이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트로피가 아주 정교하고 묵직해서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이를 조각한 세자르 발다치니는 20세기를 풍미한 조각계의 거장. 세자르상이라는 이름 역시 그에게서 따왔다. 프랑스 영화계는 물론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세자르상의 역대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은 모리스 피알라의 <우리의 사랑>, 자크 오디아르의 <예언자>, 미하엘 하네케의 <아무르> 등이 있다. 올해로 45번째를 맞이한 시상식은 오는 2월 28일에 열린다.

고야상

스페인의 오스카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이름에서 유래한 고야상. 고야의 흉상을 그대로 조각해 놓은 트로피의 모습이 사뭇 압도적이다. 1987년에 설립된 고야상은 지난 2020년 1월에 서른네 번째 시상식을 진행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야심작 <페인 앤 글로리>가 고야상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포함한 6개 상을 싹쓸이하면서 미국 아카데미에서의 수상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으나 국제영화상,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에 그쳤다. <비우티풀>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몬스터콜>의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 <어 퍼펙트 데이>의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감독 등 주요 감독들이 고야상에서 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비드 디 도나텔로상

이탈리아의 오스카

이탈리아의 오스카라 불리는 이 상의 이름은 다소 긴 편. '다비드 디 도나텔로상'은 이탈리아의 조각가 도나텔로의 다비드상이라는 의미인데, 본래 이 작품은 1430년대에 만들어진 청동상으로 골리앗을 쓰러뜨리고 그의 목을 밟고 있는 다비드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 작품을 본뜬 조각을 공식 트로피로 사용한 다비드 디 도나텔로상은 1955년에 처음 시작됐다. 내로라하는 숱한 이탈리아 영화인들이 이 상을 거쳤다. 세르지오 레오네, 비토리오 데 시카, 루키노 비스콘티, 페데리코 펠리니,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등 영화사를 빚낸 거장들의 이름이 다비드 디 도나텔로상을 빛냈다. 2004년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 <쉰들러 리스트>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홀로코스트 역사를 보존한 공로로 다비드 디 도나텔로 특별상을 수상한 일도 있었다.

굴드바게상

스웨덴의 오스카

스웨덴 영화 협회에서 주관하는 굴드바게상. 아마도 가장 독특한 트로피로 알려진 로컬 영화제가 아닐까 싶다. 오묘한 빛깔로 채색된 트로피의 독특한 형태는 굴드바겐(Guldbaggen)이라 불리는 장미 풍뎅이의 모습을 본뜬 것이다. 장미 풍뎅이의 표면이 햇살에 필름처럼 반짝이는 모습에 영감을 받은 조각가 칼 악셀 페어슨의 작품이다. 정교한 수공예로 빚은 동상에 에나멜과 금칠 작업을 더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1964년에 첫 출범한 굴드바게상의 감독상은 스웨덴 영화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침묵>에 수여됐다. 2019년에는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대상에 빛났던 <경계선>이 작품상을 포함한 4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아리엘상

멕시코의 오스카

멕시코의 영화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아리엘상. 1947년 5월에 시작된 시상식이니 역사가 꽤 깊다. 상의 명칭이 된 아리엘은 우루과이의 작가 호세 로도의 소설 <아리엘>에서 따왔다. 1900년에 쓰인 <아리엘>은 라틴 아메리카 청년들에게 정신적 가치를 고취시킨 상징적인 소설인데, 정신을 위해 물질을 희생하는 공기 정령의 이름이 '아리엘'이다. 오스카 트로피와 얼핏 비슷한 모습이지만 아리엘의 트로피는 45도 위로 올려다 본 시선이 특징적이다. 지난 2019년에는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가 아리엘상을 휩쓸었다.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등 총 10개의 트로피를 싹쓸이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로베르트상

덴마크의 오스카

덴마크 영화 아카데미에서 주최하는 영화 시상식 로베르트상. 트로피를 조각한 덴마크의 조각가 로베르트 야콥슨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1984년 첫 시상을 시작한 로베르트상은 2020년 올해 메이 엘-투키 감독의 <퀸 오브 하츠>에 최고상인 최우수작품상을 수여했다. <퀸 오브 하츠>는 제35회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2019년의 최우수작품상으로는 구스타브 몰러 감독의 <더 길티>가 선정됐을 만큼 입소문 난 작품들이 덴마크 로베르트상을 거쳤다. 덴마크의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3관왕에 오른 경험이 총 세 번이나 있다. <안티크라이스트>, <멜랑콜리아>, <님포매니악> 세 작품이 그에게 행운을 가져다줬다.

유시상

핀란드의 오스카

핀란드의 오스카 '유시상'. 독특하게도 석고로 제작된 새하얀 트로피가 신비로운 인상을 준다. 핀란드의 영화는 비교적 생소하게 다가오지만 1944년 11월 헬싱키에서 시작된 오랜 역사의 유시상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 시상식으로도 손꼽힌다.

마그리트상

벨기에의 오스카

벨기에의 앙드레 델보 아카데미는 프랑스의 세자르 영화상을 본따 마그리트상을 발족했다. 2011년에 제1회 시상식을 시작한 마그리트상은 올해로 딱 10회를 맞이한 신생 영화제다. 기하학적인 형태의 트로피가 마그리트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독특함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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