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셀린 시아마 감독 특별전 미리보기 ①] <워터 릴리스> 2007
2020-03-12
글 : 임수연

셀린 시아마가 26살 때 시나리오를 쓴 데뷔작. 어느 뜨거운 여름날, 마리(폴린 아콰르)는 한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팀의 공연을 보고 완전히 매료된다. 특히 뛰어난 외모와 퍼포먼스로 인기 있는 팀의 주장 플로리안(아델 에넬)에게 완전히 빠진다. 생애 처음으로 성적 끌림을 느끼는 마리, 남성인 프랑수아(워런 재킨)와 만나지만 그와 섹스하는 걸 주저하는 플로리안, 그리고 마리의 친구이자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팀에서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 의기소침한 앤(루이스 블라셰)까지 세 소녀가 겪을 법한 섹스에 관한 혼란을 여성의 시각으로 풀어간다. 감독이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작품은 <아메리칸 파이>(1999). “플로리안이 금발의 아름다운 소녀로, 앤이 탈의실에서 당당하게 옷을 갈아입지 못할 만큼 자신의 통통한 몸을 부끄러워하는 캐릭터로 묘사되는 것 또한 <아메리칸 파이>로 대표되는 미국 하이틴물의 공식에서 비롯된”(<타임아웃>) 세팅이다. 초기의 셀린 시아마에게 영향을 준 감독의 이름으로 존 휴스, 로버트 저메키스, 스티븐 스필버그가 나열되는 이유를 데뷔작에서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영화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보면 그 접근방식은 사뭇 다르다. 남성이 아닌 여성 집단의 성적 호기심을 다뤘고, 주인공들은 여타 청춘물처럼 부산하고 수다스럽기보다는 결정적인 대사를 하기 전까지 침묵으로 관객을 집중하게 만든다. <워터 릴리스>에서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은 여성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힘은 세지만 몸은 말라야 하고, 미소를 유지하며 공연하는 동안 수면 아래 다리는 쉴 새 없이 움직인다(<워터 릴리스>의 프랑스 제목은 ‘문어의 탄생’이다. 수면 아래 감춰진 선수들의 움직임이 문어를 연상시킨다). 그러면서 힘든 내색을 해서는 안된다는 이중·삼중의 압박을 받는다. 특히 여성의 아름다움이 수반하는 문제들, 그로 인해 욕망의 대상이 되면서 겪는 일은 사회가 부여하는 ‘여성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소녀들은 성적 판타지에 다가가야 하면서 정작 자신의 감정과 충동에 신중해야 한다. 욕망을 자극해야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표현할 권리는 없다”(<우먼 앤드 할리우드>)는 감독의 연출 의도는 <아메리칸 파이>로 대표되는 청춘영화가 짚어내지 못했던 문제의식이다.

관람 포인트

플로리안의 캐릭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엘로이즈를 연기한 아델 에넬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데뷔작도 함께했다. 또래 여성들은 싫어하지만 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플로리안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캐릭터다. 여자에게 남자와의 섹스가 중요하다는 식의 세뇌는 여성이 여성을 미워하는 분위기를 유인하고, 여성을 성적으로 정복하는 것이 남성성의 증명이라 치부되는 남근 중심 사회는 플로리안을 끊임없이 대상화하게 한다. 왜 그가 자신의 처녀성을 들키는 것을 두려워하는지, 프랑수아와의 섹스를 거부하고 차라리 경험 있는 다른 남자와 먼저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지, 동시에 마리와 자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그의 심리가 무엇인지, 영화는 분명하게 답을 내리지 않지만 관객은 각자의 경험에 비추어 다채로운 감상을 내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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