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가족과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 10살 여자아이 로레(조 허란)는 지금이 자신의 정체성을 놓고 재미있는 장난을 칠 수 있는 적기라고 직감한다. 짧은 머리를 한 ‘톰보이’인 로레는 새롭게 만나는 친구들에게 자신을 미카엘이라고 소개하고 마치 남자인 것처럼 행세한다. 아직 2차 성징이 시작되지 않은 그는 수영복 안에 ‘불룩한’ 무언가를 집어넣을 수 있다면 수영장에서도 소년처럼 보일 수 있고, 힘도 또래 남자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로레를 스파이 장르물의 언더커버 캐릭터, 마피아 집단에 잠입한 경찰 캐릭터로 비유한 바 있다. 성정체성을 둘러싼 주제는 아주 다양한 레이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스릴러물의 재료로도 완벽하다는 것이다. “어릴 때 우리는 모든것을 처음 경험해본다. 욕구가 강하고 감각적인 시기다. 나이가 들면 우리는 선택해야 하지만 이때는 오히려 모든 것이 열려 있고 정체성을 갖고 놀 수 있다. 나는 그러한 캐릭터들이 가져다주는 내러티브와 영화의 관점을 좋아한다.”(<팝매터스>의 셀린 시아마 감독 인터뷰) 여성보다 남성이 강하다는 식의 편견 섞인 젠더 의식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는 곳이 학교라는 점을 생각하면, 학교에 가지 않는 방학이라는 시기도 절묘하다. 또한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동갑내기 소녀 리사(진 디슨)와의 관계가 로맨스로 진전되면서 관객은 계속 질문하게 된다. 로레는 비수술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인가, 혹은 장차 그렇게 되지 않을까, 로레에게 성적으로 끌린 리사는 헤테로섹슈얼이라고 볼 수 없지 않은가 등등…. 10살 어린이 집단의 해프닝을 그린 작품으로 비칠 수 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톰보이>는 오히려 LGBT에 대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어린 시절은 순수하지만 우리가 믿는 방식으로 그런 건 아니다. 모든 것을 처음 경험한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에 감정이 아주 강한, 감각적인 시기다. 하지만 일종의 금기가 있다. 우리 모두 같은 경험을 했지만 절대 이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어린이들은 호모섹슈얼리티 같은 카테고리를 필요로 하지 않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무언가를 경험한다. 나는 이 영화가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모두에게 전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시기에 옷을 차려입고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하지 않나.”(<보그 이탈리아>와 셀린 시아마 감독의 인터뷰) 이 영화로 감독은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테디상을 받았다.
관람 포인트
‘톰보이’ 조 허란의 매력
<톰보이>는 셀린 시아마가 3주 만에 시나리오를 쓰고 2주 만에 캐스팅을 끝냈다. 한달 뒤 촬영에 들어가 20일 만에 프로덕션을 마쳤다.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와 함께한 <워터 릴리스> <걸후드>와 달리 일정이 빠듯했던 <톰보이>는 아역배우 에이전시를 통해 캐스팅을 진행했는데, 조 허란은 첫눈에 ‘톰보이’라는 수식어에 완벽이 맞아떨어지는 배우였다고 한다. 특히 카메라에 담았을 때 놀랍도록 좋은 마스크라서 바로 캐스팅을 결정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