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셀린 시아마 감독 특별전 미리보기 ③] <걸후드> 2014
2020-03-12
글 : 임수연

셀린 시아마의 ‘성장 3부작’의 마지막 작품. 전작과 달리 표면적으로는 동성애가 묘사되지 않는다. 아프리카계 프랑스인 여성배우들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점이 영화제 공개 당시 화제가 됐는데, 그래서 제목이 유사한 <보이후드>(2014)와도 자주 비교됐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작품이 12년에 걸친 백인 소년의 성장기라면 <걸후드>는 16살 흑인 소녀 마리엠(카리자 투레)이 40일 동안 겪는 일이라 정리할 수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고 싶지만 집안에서는 직업학교에 들어갈 것을 권해 절망적인 마리엠 앞에 자유분방한 세 소녀가 나타난다. 레게 머리를 풀고 패션스타일에도 변화를 준 마리엠은 학교를 그만두고 그들과 어울리며 종종 남자들과도 데이트하는 것으로 자신의 진짜 삶을 찾으려 한다. 셀린 시아마는 전작과 달리 <걸후드>에서 자신을 캐릭터와 동일시하기보다 철저한 관찰자로 규정한 듯한 태도를 보여주는데, 10대 흑인 소녀 집단의 문화를 관찰하며 포착한 디테일을 그에겐 생소했던 스테디캠 촬영으로 흥미롭게 옮겨냈다. 보통 방황하는 10대 집단, 특히 소년들 사이에서 위계질서가 묘사되는 공식과 달리 단순하게 뛰어노는 풍경으로 우정의 속성을 은유한다는 점이 기존 성장물과 다른 결을 보여준다. 오프닝의 미식축구 장면 역시 의도적이다. “이들이 소년이라고 착각할 수 있게 헬멧을 씌우고 싶었다. 이 또한 <걸후드>의 주제를 상징한다. 소녀들 역시 재미를 위해 폭력을 휘두르고 시끄러울 수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관객은 프랑스 아트하우스 무비에서 미식축구를 보는 일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는 미학적인 이유도 있었다.”(<스크린아나키>의 셀린 시아마 감독 인터뷰) 철저하게 10대 커뮤니티에 집중한 만큼 어른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파리 근교에 위치한 이들의 커뮤니티에서 백인은 오히려 소수인 점도 주목할 것. “처음에는 배우 캐스팅을 위해 에이전시를 찾아갔지만 10대 흑인 배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 길거리에서 캐스팅했다.”(<인터뷰매거진>의 셀린 시아마 감독 인터뷰) 제작진은 캐스팅을 위해 4개월 동안 300여명의 소녀들을 만났고, 자연스러운 앙상블 연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각자의 개성도 잘 드러낼 수 있는 비전문 배우들을 찾아냈다.

관람 포인트

리한나의 <다이아몬드>에 맞춰 춤을 추는 신

즉흥연기로 채운 장면이라 착각하기 쉽지만, 철저한 미장센에 따라 안무를 짜고 노래의 특정 지점에 배우들이서 있는 위치까지 계산해 완성한 신이다. 리한나의 <다이아몬드>는 셀린 시아마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무렵 발표됐다. 작은 규모의 인디영화에 곡을 쓸 수 있을 권리를 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걸후드>의 프로듀서가 아주 용감하게 레코드 회사에 제안해서 이를 성사시켰다고. 촬영을 마친 후 후반작업에 들어갔을 때 리한나측의 동의가 추가로 있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에피소드가 유명하다. 감독은 리한나에게, 다른 제작진은 그의 에이전시에 촬영본을 보내 사후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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