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의 영향력을 절감할 수 있는 한해였다. ‘2020년 인상 깊었던 콘텐츠’설문 조사 결과에도 영화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등 다양한 OTT에서 공개된 시리즈물이 골고루 언급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영화 신작 개봉작 수가 줄고,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까지 길어지며 관객의 발길이 자연스레 OTT 시리즈물로, 그리고 TV드라마로 몰린 탓이다.
이러한 상황적 배경과 맞물려 공개된 <인간수업> <킹덤2> <스위트홈> 등의 시리즈물은 5위 내에 이름을 올리며 “흥행과 완성도를 모두 잡았다”는 공통된 평을 받았다. 더불어 설문 응답자들은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 어려운 시기에 개봉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은 영화들에 응원을 보내며 “코로나 시대 영화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남긴 작품”이라 전했다.
우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은 설문 결과 2위 득표수의 두 배를 넘는 압도적인 표차로 1위에 올랐다. <인간수업>은 지난 12월 10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올 한해 동안 한국인의 가슴을 뛰게 한 작품’ 드라마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기존 매체에선 다룰 수 없는 선정적인 주제”를 다뤘다는 점, 배우 김동희, 정다빈, 박주현, 남윤수 등 “신인배우를 기용하는 과감한 캐스팅”이 돋보였다는 것이 <인간수업> 선정의 주된 이유였다. “TV방영 등급이나 극장 티켓 사이즈를 고려했다면 제작될 수 없었을, 정말 넷플릭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로 “OTT가 무조건 규모의 경제가 아니란 걸 보여준 기획의 승리”라는 평이 이어졌다.
2위에 오른 <남산의 부장들>의 경우 실제 사건을 중립적인 시선에서 잘 풀어냈으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등 배우들의 호연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경우 “홍경표 촬영감독을 비롯한 배우와 스탭의 집요한 열정과 노력이 관객에게 또 다른 영화적 체험을 선사”했고 더불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 작품”이란 평이 많았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구세대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신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전세계를 타깃으로 삼을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위에 오른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들이라는 점 또한 눈에 띈다. 3위에 오른 <킹덤2>와 4위의 <반도>, 6위에 오른 <#살아있다>의 경우 “K-좀비의 위상”을 떨친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킹덤2>는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선정의 변이 있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나 <스토브리그>는 익숙한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한국 장르 드라마의 외연을 확장한 작품으로 언급됐다.
유튜브 콘텐츠인 <가짜 사나이>도 순위권에 올랐다. “지상파, 케이블, OTT 등 기존 방송 체제에서 제작된 그 어떤 콘텐츠보다 화제성 측면에서 힘이 컸던 콘텐츠다. 유튜브 콘텐츠가 왓챠, 카카오TV 등 다른 플랫폼으로 어떻게 확장해 이동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주제, 연출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꾀한 작품들이 돋보이는 해였고, 이들이 보여준 가능성이 차후 제작·공개될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해보는 관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설문에 참여한 분들의 성함과 직함은 게재되며, 응답자의 문항별 답변은 공개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