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소문>에서 소문 역의 조병규는 1996년생, 웅민 역의 김은수는 1991년생, 그리고 주연을 연기하는 이지원은 2006년생이다. 첫 촬영 당시 이지원은 15살, 김은수는 30살이었으니 나이 차가 2배 나는 선배와도 동갑 친구로 보여야 했던 셈이다. 연기하기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지원은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을 만나면 예의를 차려야 하지만 촬영할 때는 별로 상관이 없다. 그 장면에 들어가면 동갑이 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어려운 점은 없었다.”
그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일진 앞에서 친구를 지킬 때 “너무 당당하기만 하면 안되고 경직돼서 손가락을 꼼지락 꼼지락할 것”이라며 연기에 디테일을 더하고, 아직 겪어보지 않은 고등학생 생태계를 연구하는 영민한 배우다. “중학생 때는 다들 섞여서 해맑게 ‘헤헤헤‘ 하고 논다면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편이 확 갈리는 것 같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 다른 쪽으로 진로를 바꾼 사람 등등. 그렇다면 주연이는 어느 쪽일까, 주연이의 삶을 상상했다. 확실한 것은 의대에 갈 수 있는 앤 아니라는 거다. (웃음)”
그러니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SKY 캐슬> <경이로운 소문>에 이르기까지, 어떤 캐릭터로 분해도 현실에 있는 ‘진짜’가 되는 재능은 계산 없이 천연으로 연기하는 아역배우의 행운 같은 것이 아니다. 이지원은 성실하게 대본을 읽고 연기 방식을 고민하며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초등학생 땐 어떻게 지냈을까, 성인이 되면 무엇을 할까 하는 시나리오 외 부분까지 상상하는” 학구파다. “드라마냐 영화냐, 장르가 무엇이냐에 따라 연기의 결이 달라지는 것 같다. 현실과 동떨어진 장르라면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연기를 할 필요도 있다. <SKY 캐슬>은 입시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자연스럽게 나대로 연기했고, 웹툰이 원작인 <경이로운 소문>은 웹툰 속 주연을 본받으려고 했다. 웹툰이라는 갈래에 맞춰서 좀 어벙하고, 실생활 같으면서 약간은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담았다.”
그리고 배우 이지원의 근간이 될, 그가 평소 호기심과 탐구욕을 충족하는 공간은 중고 책방이다. 재미있게 읽은 책을 묻자 랄프 이자우의 <비밀의 도서관>과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 <개미>, <어느 지구주의자의 시선> <지구인의 도시 사용법> 등등 쉴 새 없이 책 제목이 쏟아져나온다. 초등학교 전교 부회장·회장을 거쳐 중학교에서도 전교 부회장, 중3 새 학기가 시작되면 전교 회장으로 취임할 이지원은 공부까지 잘한다며 소속사의 칭찬도 자자하다. 주연 캐릭터를 위해 자른 머리를 어머나(어린 암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본부에 기부하는 선행까지 잊지 않는 배우가 더 많은 것을 흡수했을 미래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또 놀라게 할까. 계산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 생동과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 경이로운 배우가 탄생했다.
BEST MOMENT
소문이 걷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주연과 웅민이 우는 장면
“연기할 땐 몰랐는데 생각보단 잘한 것 같다. (웃음) 우는 연기가 내 트레이드마크가 되는 걸 원하지는 않는다. 그냥 ‘잘한다’ 정도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이 장면을 나중에 확인하면서 ‘그래, 앞으로 조~금만 더 하면 되겠다’고 안심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신은 따로 있다. 웅민이랑 폐공장에 납치당한 장면을 찍을 때 너무 좋았다. 아침이 되기 전 어두운 촬영 현장, 멋진 배우들, 액션 연기, 카메라 등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있었다. 천국 같았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본인 역할을 제외하고 가장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
=도하나! 액션도 말투도 행동도 너무 멋지다. 세정 언니가 저렇게 한단 말이지? 아, 나도 되게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때 촬영이 너무 재미있어서 “엄마, 나 계속 연기할래!”라고 말했다. 그리고 <SKY 캐슬>에서 엄청난 대배우님들과 함께 연기하며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내가 연기가 엄청 뛰어난 배우는 아니지 않나. 발전하는 과정에 있는, 딱 중간 정도? (웃음) 그런데 선배님들이 연기를 너무 잘하시니까 나까지 잘하게 되는 느낌을 현장에서 받았다. 선배님들처럼 나도 후배나 다른 동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
=적당히 액션이 들어간, 적당히 판타지적인, 적당히 SF 장르인 작품! 몸치까진 아니지만 운동을 잘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만 들어가야 한다. (웃음)
필모그래피
영화 2019 <히트맨> 2018 <오장군의 발톱> 2018 <오목소녀> 2017 <1급기밀> 2017 <희생부활자> 2014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2014 <안녕, 투이>
드라마 2020 <경이로운 소문> 2019 <로맨스는 별책부록> 2018 <SKY 캐슬> 2018 <오목소녀>(웹 드라마) 2017 <완벽한 아내> 2017 <프로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