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자주 보던 잡지에 내가 실린다니.” 인터뷰를 시작할 때도, 끝난 후에도 이홍내 배우는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넓을 홍(洪)에 견딜 내(耐)자를 써 ‘항상 배려하며 인내하고 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이홍내 배우는 사실 자신은 “잘 참지 않고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편”이라고 말한다. 오디션을 보기 전부터 그가 ‘지청신과 닮은 점이 있다’고 들어온 건, 어쩌면 내면의 감각을 따르는 그 기민함 덕인지도 모른다.
이홍내 배우가 연기한 <경이로운 소문>의 악귀 지청신은 혼자서 3명도 거뜬히 상대하는 극중 최고 빌런이다. 지청신을 연기할 때 이홍내 배우가 우선적으로 고려한 건 그의 양면성이었다. “오디션을 볼 때도 얼굴을 오른쪽, 왼쪽으로 나눠 ‘악귀 지청신’과 ‘인간 지청신’을 따로 연기했다. 잔혹한 살인마지만 아끼는 사람에겐 한없이 다정한, 그런 상반된 인격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지 고민이 많았다. 내가 찾은 답은 매 순간 진실되게 연기하는 것이었다. 지청신이 느낄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다.” 웹툰의 지청신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이홍내 배우는 의도적으로 원작과 거리를 뒀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시거, 영국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의 토머스 셸비 등이 보여준 기괴한 느낌을 참고해 나만의 지청신을 완성했다.” 폐차장에서 자란 지청신은 집게차로 차를 분해하는 일을 담당한다. “전기환 회장(이도경)을 살해할 때도 폐차장에서처럼 이어폰을 꽂고 차를 분해하듯 가위로 살인한다. 그만큼 살인에 무감각함을 강조하고 싶었다.” 이홍내 배우는 골목에서 소문(조병규)과 맞붙는 신을 가장 만족스러운 액션 신으로 꼽는다. “와이어 액션에 날아가고 찌르기도 하고, 계산할 게 많은 장면이었다. 그래도 양보 없이 찍었다. 가장 지청신다운 거친 액션이었다.”
이홍내 배우는 “인생 영화를 한편만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영화를 사랑한다. 그 순수한 애정이 경남 양산에서 나고 자란 청년을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20살 때부터 간간이 모델 일을 하다 군대를 갔다. 전역 후의 삶을 생각해봤는데 역시 연기를 해야겠더라. 새벽 2시에 총 들고 서서 한 결심이다. (웃음)” 이후 영화 <신의 한수: 귀수편> <타짜: 원 아이드 잭> <침입자>,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등을 거쳐 <경이로운 소문>에 이르기까지 그는 단역부터 시작해 차근히 자신을 알려왔다.
이제 그는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의 하늘과 <뜨거운 피>의 아미로 관객 앞에 설 예정이다. “하늘은 성소수자인 걸 들키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는 취준생이다. 기본적으로 밝은 텐션을 가졌다. 반면 아미는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고, 친구와 가족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는 경상도 출신 친구다. 영화의 중심에 선 인물들을 연기해 정말 즐거웠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 “다음 작품을 위해 머리를 기르고 있다”는 이홍내 배우. 그가 보여줄 새로운 얼굴과 이야기를 기대해보자.
BEST MOMENT
“너 그때 그년이구나” 지청신이 소문의 기억 속에 들어온 하나(김세정)를 흘겨보는 장면
“7년 전 사고 때 마주친 그 꼬마가 소문임을, 지청신이 정확히 깨닫는 신이다. 지청신이 하나의 소리를 캐치하는 찰나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일 것 같냐’고 물어보셨는데 몸보다는 눈이 먼저 쫓아갈 것 같더라. 그렇게 완성된 신이다. 사실 찍을 땐 그렇게 공포스럽게 나올 줄 몰랐다. (웃음)”
-<경이로운 소문>에서 본인 역할을 제외하고 가장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
=추 여사님이다. 염혜란 선배가 갖고 있는 따뜻한 에너지도, 치유의 에너지를 가진 히어로란 설정도 너무 좋다. 나도 그런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사실 연기도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다.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부모님이 내가 연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경이로운 소문>을 보시고 SNS를 보내셨다. “어제 방송을 봤는데 너 그 일을 계속해도 되겠더라. 열심히 해봐라.” 이제야. (웃음) 그 메시지는 저장해뒀다. 정말 모든 걸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
=(쑥스러워하며) 되게 좋아한다… 멜로물을. 얼마 전 <8월의 크리스마스>를 다시 봤다. 관객에게 따뜻한 감성을 전할 수 있는 그런 멜로를 해보고 싶다. 욕심내고 있다.
필모그래피
영화 2020 <메이드 인 루프탑> 2020 <침입자> 2020 <국제수사> 2019 <타짜: 원 아이드 잭> 2019 <판소리 복서> 2019 <신의 한수: 귀수편> 2018 <도어락> 2018 <상류사회> 2017 <나를 기억해> 2014 <살인재능> 2014 <지옥화>
드라마 2020 <경이로운 소문> 2019 <더 킹: 영원의 군주> 2019 <유령을 잡아라> 2019 <트랩> 2018 <독고 리와인드> 2017 <구해줘> 2016 <드라마 스폐셜-전설의 셔틀> 2016 <웹툰히어로 툰드라쇼-청순한 가족> 2011 <무사 백동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