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인터뷰] '스위트홈' 김국희 - 익숙함이라는 재능
2021-01-28
글 : 조현나
사진 : 최성열

어, 나 저런 사람 본 적 있는데. 회사였나, 동네 빵집? 아니면 우리 아파트던가. 김국희 배우가 연기한 인물들에겐 저마다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함과 생기가 서려 있다. <회사 가기 싫어>의 양 과장, <유열의 음악앨범>의 빵집 언니 은자, <소공녀>의 대학 동기 현정이 그랬고 <스위트홈>의 혜인도 예외는 아니다. 극중 혜인은 주인공 현수(송강)가 새로 거주하게 된 ‘그린홈’의 주민이다. “원작 웹툰에선 자기 잇속만 챙기는 밉상 캐릭터”지만 드라마에선 이타적인 면이 두드러진다. 또한 거침없는 입담으로 극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오래 활동해온 김국희 배우는 그가 출연한 <더 헬멧>이라는 공연을 본 <스위트홈> 연출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내가 오디션을 볼 땐 웹툰이 연재 중이라 혜인이 등장한 지 얼마 안됐을 때였다. 그래도 강아지를 키우는 역할이란 건 확실했다. (웃음)” 혜인의 특성은 다른 주민들의 거처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에 언급되진 않지만 혜인은 동화 작가다. 출퇴근하는 직종이 아니니 주민들의 동선 파악이 상대적으로 쉬웠을 거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데 관계맺기에는 서툴다. 그래서 ‘돌싱이 대세잖아’ 같은 말을 필터 없이 쏟아내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면 좋을지 탐구하는 시간을 길게 가졌다.” CG가 많은 크리처물이란 점에서 오는 고충도 있었다. “물론 실제 배우도 있고 더미(인형)도 있다. 하지만 상상하며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 놀람의 수위에 관해서도 고민했다. 다큐멘터리를 보며 사람들의 놀라는 모습들을 다양하게 참고했다.” <스위트홈> 1화에서 촉수 괴물과 맞닥뜨린 후 “너무 놀라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굳어버린” 혜인의 장면은 그렇게 탄생했다.

“누구나 그런 경험 있지 않냐”며 김국희 배우는 학창 시절 연극 동아리 활동을 회상했다. “어릴 때부터 배우를 하고 싶었고 뮤지컬 <지하철 1호선> 관람이 명확한 계기가 됐다. 몇번의 낙방 끝에 18살에 첫 무대에 올랐다.” 이후 뮤지컬 <빨래> <은밀하게 위대하게>, 연극 <날 보러와요> <태일> 등 쉼 없이 무대에 올랐고, 최근에는 영화 <1987> <82년생 김지영>,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위트홈> 등 작은 역할로나마 영화, 드라마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평소 사람들을 세심히 관찰하는 시선”과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김국희 배우의 성격이 맡은 인물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원동력이다. 그런 그의 차기작은 1월 22일 개막하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다. “내가 연기하는 마르띠리오는 콤플렉스 덩어리이자 극중 갈등의 주범이다. 플라멩코를 추는 뮤지컬이라 매일 춤을 추는데 무릎이 너무 아프다. (웃음) 육신이 따라줄 때까지만 무대에 설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마지막 무대에 설 날은 아직 멀었다.”

BEST MOMENT

캐리어에 묻은 피를 발견하고 윤재(고건한)를 처음으로 의심하는 장면

“반려견 봄이를 아끼다 보니 봄이가 싫어하는 윤재를 본능적으로 경계하던 차에 핏자국을 발견한 거다. 주민들의 동선을 꿰고 있는 혜인이 행적이 수상한 윤재를 의심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처사다. 눈치가 빨라서라기보다는, 동화 작가로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능력이 충분한 사람이기에 캐치한 것이라 받아들이고 연기했다.”

-<스위트홈>에서 본인 역할을 제외하고 가장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

=병일이다. 혜인이와 달리 눈치를 많이 보는 캐릭터라 재밌다. 병일이가 혜인을 구해주려다 죽었는데, 입장 바꿔 한번쯤 내가 대신 죽어줄 수도 있지 않겠나.(웃음)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유열의 음악앨범> 촬영 때였다. 나는 같은 마음으로 임했는데 왜 이번 테이크만 오케이 사인이 났을까 궁금했다. 내가 무대 경력이 길다보니 현장에서 감독님이 지적을 잘 안 하신다. 거기서 오는 두려움이 있었다. 고민하다 여쭤봤고 감독님이 직접 자기 자리에서 보여주시더라. 용기를 냈고, 모르는 걸 모르겠다고 물었고, 카메라로 볼 땐 다르다는 걸 확실히 깨달은, 내겐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

=똑똑한 척하지만 사실 엄청 웃긴 역할을 해보고 싶다. 평균 이하여서 웃긴거 말고, 정말 재밌는 희극 말이다. (웃음)

필모그래피

영화 2019 <나를 찾아줘> 2019 <유열의 음악앨범> 2018 <소공녀>

드라마 2020 <스위트홈> 2020 <슬기로운 의사생활> 2018 <회사 가기 싫어>

뮤지컬 2021 <베르나르다 알바> 2020 <광주> 2017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6 <빨래>

연극 2017 <태일> 2016 <날 보러와요> 2015 <택시 드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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