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마다 지하철 가판대나 역사 편의점에서 <씨네21>을 구입한다는 독자들의 후기를 많이 받는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어딘가로 떠나는 기분을 만끽할 때 덩달아 생각나는 잡지라는 의미인 것 같아서,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힘이 난다. 실은 영화 주간지를 만드는 입장에서 독자들이 언제 어디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잡지를 읽을지가 늘 궁금하다.
최근에는 공식 SNS 계정 또는 <씨네21>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독자들의 반응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고요하고 차분하게 <씨네21>의 콘텐츠를 즐기는 독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올해 설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책을 접하는 경로도 예년과 많이 달라졌을 거라 짐작한다. 언제 어디서 <씨네21>을 마주하든, 이번 설 합본호가 독자 여러분에게 막간의 즐거움과 활력이 되길 바란다. 안부를 묻는 마음으로 기획한 설 독자 선물 이벤트(90쪽 참조)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이번호에서는 오직 <씨네21>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페셜 콘텐츠를 소개한다. 최근 <미나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배우 윤여정과 봉준호 감독의 대담 기사다. 지난해 <기생충>으로 한국영화의 저력을 전세계에 알린 봉준호 감독과 최근 <미나리>로 미국 내 각종 시상식에서 배우상 20관왕을 기록하며 한국영화사에 새로운 족적을 남기고 있는 배우 윤여정의 만남은 아직 작품을 통해 함께한 적이 없는 두 ‘마스터’의 서로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오래전부터 김기영 감독의 열렬한 팬임을 고백해온 봉준호 감독은 이주현 기자가 진행한 화상 대담을 통해 김기영 감독과 세편의 작품을 함께한 유일무이한 배우 윤여정의 극중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기까지 하는 한편, “윤여정 선생님의 체력이 허락”할 때까지 대담을 진행하겠다고 다짐했고, 윤여정 배우는 봉준호 감독과의 만남을 앞두고 그가 <플란다스의 개>를 만들었던 신인감독 시절의 일화까지 꼼꼼히 준비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미나리>로 시작해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마이크 리, 김기영 감독과 두 ‘상수’(임상수, 홍상수 감독)를 경유하고 <남매의 여름밤>과 <소리도 없이> <찬실이는 복도 많지>와 같은 최근 한국영화에 관한 단상으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짧은 시간이나마 영화 만들기의 비밀을 엿본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오직 한국 감독, 한국 배우이기에 공유할 수 있는 질문과 답변으로 가득한 이번 특집은 미국영화 <미나리>와 배우 윤여정에 대한 중요한 아카이브가 될 것이라 자부한다. 화상 인터뷰로 진행된 배우 윤여정, 봉준호 감독의 대담은 가까운 시기 <씨네21>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영상으로도 공개할 예정이다. 시사회 초대와 맛있는 밥 한끼를 기약하며 마무리된 두 ‘마스터’의 조우가 언젠가 영화 협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길 팬심으로 바란다.
P.S. 디스토피아로부터 지면의 새 필자로 빅데이터 전문가인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이 합류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는 그가 들려줄 데이터 이면의 이야기들이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