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생애 최초의 극장 경험. 또는 내가 영화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순간.
=어린 시절에는 무조건 극장에 가야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대학생 언니의 손을 잡고 나 또한 대학교 새내기인 양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였던 <겨울여자>(감독 김호선, 1977)를 보러 간 적 있다. 그게 첫 극장 경험이었던 것 같다. 이후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989)은 너무 새롭고 재미있었고, 명동 미도파 백화점 지하에 있던 코리아 극장에서 <더티 댄싱>(감독 에밀 아돌리노, 1987)을 봤던 기억도 생생하다. <더티 댄싱>에서 여자주인공인 제니퍼 그레이가 잘생긴 남자 패트릭 스웨이지 위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명장면이었다.
2 영화가 나를 구원한 순간은 언제인가.
=강우석 감독의 1991년작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배우 데뷔했다. 그다음 해 영화 <숲속의 방>(감독 오병철, 1992)을 찍었다. 영화로 배우 경력을 시작했지만, 충무로가 나를 선택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내가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이후 16년 동안 영화와 거리를 두며 살았다. 그때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지내다가 갑자기 영화가 너무 하고 싶었다. 그때 찾아온 작품이 <궁녀>(감독 김미정, 2007)였다. 이 영화가 나를 부활하게 하고, 지금 많은 작품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게 아닌가 싶다.
3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명대사와 명장면.
=미래를 예견하기 더욱 어려워졌고,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현재 상황에서 우연히 <포레스트 검프>(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1994)를 다시 봤다. 그 영화에서 포레스트 검프(톰 행크스)가 계속 달리지 않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달리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자 그는 “그냥”이라고 대답한다. 지금 많은 사람들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계속 달려야 하는 상황이지 않나. 내가 출연했던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에서 “여름방학 계획도 마음대로 안되는데 인생이 계획대로 되겠냐”는 대사가 있다. 인생이라는 게 계획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살면서 실감하고 있는데 내 대사는 아니지만 가슴 깊이 오래 남아 있다.
4 언젠가 연기하고 싶은, 혹은 연출하고 싶은 궁극의 캐릭터와 영화가 있다면.
=신작 홍보를 하자면 얼마 전 촬영을 시작한 웨이브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감독 윤성호)에서 한번도 맡아본 적 없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연기한다. 제목만 보면 어떤 톤의 드라마인지 짐작이 가지 않나. 기대해달라. (웃음)
5 영화에 하고 싶은 말, 영화에 듣고 싶은 말.
=우리는 영화를 영원히 사랑할 거야. 지금까지 살면서 영화를 보며 울고 웃었어. 앞으로도 내 삶에서 영화는 영원히 함께할 거고, 많은 사람들 곁에서 계속 남아 있어주길 바랄게. 우리도 너와 함께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