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1970년부터 2021년까지 윤여정의 어록, 데뷔작 '화녀'를 찍기 전부터 '미나리'로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소감을 남기기까지
2021-04-27
글 : 조현나
사진 : 씨네21 사진팀

데뷔작 <화녀>를 찍기 전부터 <미나리>로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소감을 남기기까지, 50여년의 윤여정 배우의 말들을 모았다. 솔직하고 거침없지만, 진정 어른으로서의 미덕을 갖추고 적절한 위트도 잊지 않는다. 그의 말들이 오래 기억되는 건 그런 연유일 것이다.

“저는 결코 미인이 아니죠, 김기영 선생님도 저를 퍼니페이스(funnyface)라고 하셨는데 저 역시 동감입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역은 근본적인 여성의 매력, 순종이나 미적인 감각을 벗어난, 웬만해선 타협이 잘 안되는 그런 성격을 가진 역할입니다.”

1971. 3. 11. <화녀>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 후 <조선일보>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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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보고 그랬대요. ‘한국의 누벨바그’라고.(웃음) 제가 1966년 대학 1학년 때 탤런트 시험을 봤는데, 수험생 대부분은 잘생겼거나 예쁜 사람들이었어요. 그런 와중에도 제가 뽑힐 수 있었던 건 굉장히 달랐기 때문이었다더군요. 시험장에서 실기를 하는데 제 대사가 무척 빨랐다죠. 연출자들이 앉아서 ‘원래 저렇게 해야 맞는 건데’하는 생각을 했다는 거예요.”

2004. 1. 29. KBS2 드라마 <진주 목걸이> 출연 중 <신동아>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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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가 가장 연기를 잘할 때가 언제인 줄 아세요? 돈이 궁할 때예요. 배가 고프면 뭐든 매달릴 수밖에 없어요. 예술가도 배고플 때 그린 그림이 최고예요. 그래서 예술은 잔인한 거예요.”

2009. 12. 9. MBC 예능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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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국제영화제에선 영화를 콘서트 보듯이 보고 감독을 향해 박수를 쳐주는 거예요. 다 그렇게 오래 친대요. 나는 박수 받으라고 하고 나가려고 했더니 집행위원장이 나를 막으면서 “Enjoy It” 그러더라구. 그래서 다음번에 가면 Enjoy하려구.”

2012. 7. 6. SBS 예능 <GO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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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비결은 누구나 그렇듯 바로 극중의 인물이 된 듯 분위기에 사로잡히는 거죠. 그래서 나는 한번 슈팅에 들어갔다 하면 비교적 쉽게 끝까지 소화할 수가 있어요. 말하자면 작품을 소화하는 거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떻게 소화하느냐 하는 게 문제겠죠.”

1970. 8. 16. <화녀>를 찍기 전 <선데이 서울>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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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넌 창창하니까(선입견이) 빨리 깨질수록 좋아. 넌 이런 역할 저런 역할 다 할 수 있는 연기자인데, 유리관 속에서 ‘김희애는 저런 여자구나’ 하고 보여주는 건 다 굴레 아냐? 너 편할 대로 하는 게 좋지 않아? TV고 영화고, 이게 마치 장애물 경기 같아. 사람들이 기대하는 김희애가 있지만 그걸 뛰어넘어야 박수를 받지, 그 김희애를 유지하면 매너리즘이라고 사람들이 내팽개쳐. 그래서 우리 직업이 참 무서운 거 같아.”

2013. 12. 20. tvN 예능 <꽃보다 누나>.

“연출가 선생님들이 ‘얼굴은 고사하더라도 쟤는 목소리 때문에 배우 안된다,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그러셨는데, 그분들이 다 고인이 되셨어요.”

2015. 3. 26. JTBC <뉴스룸>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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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할 때는 모르잖아요. 다 절반의 실패인데 우리 모두 그 절반의 성공을 기대하면서 하는 거지. 그 과정에서 즐기면서 할 수 있는것 같아서 그게 참 좋아요. 내가 지금 40대면 이번에 실패하면 어떡하지, 다음 단계는 어떻게하지, 여러가지 복잡했겠죠. 그런데 이제 난 그런 걸로 두려워하지 않게 됐어요. 내 나이에, 내가 뭘 하든 간에 나싱 투 루즈예요. 자유로워서 나는 지금이 좋아요. 참 감사할 일이지.”

2016. 5. 2. <계춘할망> 개봉 후 <씨네21>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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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같이 살다 가면 되잖아. 언젠가부터 롤모델이란 게 생겨서. 그 사람은 그 사람이구, 나는 난데 왜 그사람 흉내를 내. 난 나처럼 살면 되지.(많은 배우들이 윤여정을 롤모델로 삼는다는 말에) 미쳤지, 걔네들이 날 자세히 몰라서 그러지.”

2017. 10. 18. tvN 현장토크쇼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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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야유하며 ‘이혼녀는 텔레비전에 나오면 안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나를 굉장히 좋아하죠. 이상하지만 인간은 원래 그렇습니다.”

2021. 4. 4. <뉴욕타임스>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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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이 의미가 있지만 이번상은 특히나 고상하다고(snobbish) 알려진 영국 분들에게 좋은 배우라고 인정받아서 정말 기쁘고 영광입니다.”

2021. 4. 12.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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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나리>팀이 축구 경기에서 이긴 기분입니다. 정이삭 감독이 우리의 주장이었습니다. 이 주장과 다시 한번 시합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 나이에.”

2021. 3. 3. 제78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미나리> 수상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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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감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유가 없을 땐 원망을 하게 되지요. 제가 많이 여유가 생겼나봅니다. 지나온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네요.”

2021. 3. 16.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노미네이트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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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누가 뭘 해보자고 한다고 솔깃해하진 않아. 늙었잖아 내가. 내가 강동원도 아니고 ‘예능에는 안 나가’, 그런 건 없지. 그런데 취향은 있겠지 내가. 나가고 싶은 데가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고. 그 취향은 죽을 때까지 남아.”

2017. 4. 19. <씨네21> ‘<윤식당> 윤여정, 나영석 PD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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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경쟁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배우들간의 경쟁이요. 모두 다른 영화에서 각자 다른 연기를 펼쳤는데 비교할 방법이 없죠. 후보로 지명된 것만으로도 다섯명의 후보 모두 승자입니다.”

2021. 4. 14. <포브스>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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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는 잊을 수가 없지. 그 많은 대사를 해야 하는데, 그걸 늘 움직이면서 해야 했거든요. 대사를 마르고 닳도록 외웠는데 현장의 동선이 생각했던 거랑 달라지면 막히더라고. 나중엔 다리미질하면서 말하는 장면은 실제 다리미질을 하면서 외웠고, 식탁에 숟가락 놓으면서 말하는 장면에선 실제로 식탁에 숟가락을 놓으면서 대사를 외웠어요. 그런 노력은 앞으로 다시는 못할 거야.”

2021. 1. 29. <씨네21> ‘<미나리> 윤여정과 봉준호의 만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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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메릴 스트립)과 비교된다는 데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만, 저는 한국사람이고 한국 배우예요. 제 이름은 윤여정이고요. 저는 그저 제 자신이고 싶습니다.”

2021. 3. 2. tvN 예능 <온오프>에서 해외 매체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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