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씨네21> 사진으로 보는 윤여정의 영원한 전성기
2021-04-27
글 : 김소미
글 : 남선우
사진 : 씨네21 사진팀
카리스마에 대하여

<바람난 가족>(2003)으로 1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윤여정을 <씨네21>도 그해에 만났다. 그날 이후 열여덟해, 50대에 정점을 갱신한 그 시점부터 70대에 접어든 지금까지, 지침도 망설임도 없이 천변만화했던 그녀의 시간들을 모았다.

01_2003년 391호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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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스토리

김기영 감독의 미개봉 유작 <천사여 악녀가 되라> 이후 영화계를 떠났던 윤여정. <씨네21>은 <바람난 가족>과 함께 16년 만에 돌아온 그를 영화 개봉 한 계절 전에 미리 만나 그간의 소회를 물었다. 기사는 13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두 아이와 김포공항에 도착한 서른여덟의 윤여정을 묘사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후 이야기는 그의 데뷔 때로 거슬러 올라가고, 미국행과 귀국 후 드라마 컴백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렇게 작성된 배우이자 인간 윤여정에 대한 심층 리포트에는 오랜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이의 기분 좋은 떨림이 은은히 깔려 있다. “한번은 김(기영) 감독님에게, 그때 왜 나를 캐스팅하셨냐고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청승맞아서’라고 대답하시더라고요. ‘내가 청승맞긴 어디가 청승맞아’ 했는데 늙으면서 보니까 내가 청승맞은 구석이 있더라고요. 그러고보면 김기영 감독, 날 참 잘 아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그는 그렇게 김기영 감독과의 ‘영화 공부’를 회상하며 자신을 재발견하고 연기 인생을 재개했다.

02_2003년 3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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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가족> 촬영 현장

무려 ‘감독 임상수, 배우 문소리의 싸우며 영화 찍기’라는 제목으로 <씨네21>에 실린 <바람난 가족> 현장 취재기에도 윤여정의 능숙함이 기록되어 있다. 첫 촬영 날, 그는 아들 부부 앞에서 생전 처음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고백하는 대사를 읊는다. 이에 대한 며느리의 리액션으로 감독과 문소리 배우가 투닥대는 동안에도 윤여정 배우는 노련하게 감독의 요구를 한눈에 읽어내 연기했다고.

03_2009년 727호, 7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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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들> 촬영 현장

세대를 아우르는 여섯명의 여성배우가 패션지 화보 촬영과 인터뷰를 겸한다는 컨셉으로 제작된 <여배우들>의 촬영 현장에서, 윤여정은 윤여정을 연기했다. 그는 후배들 틈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받고 싶어 하고, 적당한 관심을 즐기는 베테랑으로 군림했다. 도도하다가도 사려 깊게, 까칠하다가도 부드럽게 여배우들 틈을 누비던 카리스마가 영화에 그대로 녹아 있다.

04_2010년 7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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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액터-액트리스

“시사회 때 보니까 내가 제일 연기 못한 거 같아 미안하더라고. 사과도 했어요. (웃음)” <하하하>로 홍상수 감독과 첫 협업을 마친 윤여정은 쿨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말했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기 시작한 게 쉰살 무렵이에요. 이제 60이 넘었는데, 다들 너무 잘해요. 문소리도 잘하고 전도연도 잘하고, 나도 내년부터 더 잘해야겠다는 희망이 생겨요.”

05_2010년 7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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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레드 카펫에서 만난 윤여정, 김민희

<여배우들>에서 공연했던 윤여정과 김민희가 2010년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 카펫에서 다시 만났다. 바다 앞 축제에서 미소 짓던 두 사람도 몰랐을 것이다. 그들이 5년 후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서 모녀 사이로 또 한번 재회할 줄은.

06_2011년 7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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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아시안필름어워드(AFA) 여우조연상 수상

<미나리>의 수상 행진 이전에 <하녀>가 있었다.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임상수 감독의 <하녀>에서 병식 역을 맡아 대한민국영화대상, 청룡영화상, 대종상영화제, 춘사영화제, 부일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싹쓸이했으며, 그해 홍콩에서 열린 AFA에서도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묘한 눈빛으로 재벌가를 탐문하는 노인 하녀의 공력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매혹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화녀>를 찍고 40년 뒤에 <하녀>에 다시 출연하다니, 내가 자랑스럽다, 오래 살아서. (웃음)”

07_2012년 8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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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맛> 커버스타

한 집안의 상속녀로, 재벌 회장의 아내로 살아온 <돈의 맛> 속 백금옥을 연기하면서도 윤여정은 ‘척’하길 어려워했다. 어린 배우들과의 호흡에 있어서도 말이다. “의연한 척하는 게, 선수인 것마냥 행세하는 게 힘듭디다.” 더불어 그는 당시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더킹 투하츠> 촬영과 <돈의 맛> 홍보를 병행하느라 인터뷰 내내 에스프레소를 찾았다는 후문.

08_2015년 9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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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상회> 커버스타

“좋게 말하면 강렬한 역할, 나쁘게 말하면 그로테스크한 역할”의 전문가였던 윤여정. 사랑하는 앞집 남자에게 끈질기게 온 마음과 정성을 쏟아붓는 <장수상회>의 금님은 “내 안에 있는 다른 무언가를 끄집어내야 하는” 역할이었다. 그래서일까, 표지 촬영 현장에서도 그녀 특유의 ‘스노비시’(snobbish)한 포즈는 어디 가고 극중 인물을 닮은 부드러운 미소부터 만면에 떠오른다.

09_2012년 857호

09

<돈의 맛> 칸국제영화제 레드 카펫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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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에서> 칸국제영화제 레드 카펫

2012년, 윤여정은 칸 레드 카펫을 두번 밟았다. 한번은 홍상수 감독의 <다른나라에서>로, 다른 한번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으로. 두 상수가 제 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나란히 초청받으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10_2016년 1074호

10

<죽여주는 여자> 이재용 감독과의 대화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영화 속 인생은 연기로 표현하면 되지 싶었는데 이번엔 그게 잘 안되더라. 이런 마음이 처음이었다.”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며 살아가는 박카스 할머니, 노인의 부탁을 받고 그를 죽여주기까지 해야 하는 65살 여성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윤여정 말고 또 있을까. 전무후무한 캐릭터의 유일한 적임자로 윤여정을 선택한 이재용 감독에게 메소드 연기의 우여곡절을 무사히 넘긴 윤여정이 다시 화답한다. “좋아하는 감독과 일할 수 있으면 그게 내 기쁨이고, 내 사치다.”

11_2016년 10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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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춘할망> 커버스타

<죽여주는 여자>로 베를린행, 워쇼스키 감독들의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으로 또 베를린행. 거기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촬영 준비까지. 윤여정의 ‘열일’은 이때도 여전했다. 그 와중에 짬을 내어 <계춘할망> 표지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를 방문한 윤여정은 평생 바닷바람을 맞고 물질하며 산 여자의 거친 몸을 벗고 본연의 카리스마를 꺼내 입었다.

12_2017년 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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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식당> 나영석 PD와의 대화

발리에서 불고기를 굽고 손님을 맞으며 <윤식당> 속 사장으로 변신했던 배우 윤여정이 귀국 후 나영석 PD와 오붓한 점심 자리를 가졌다. 시그니처 스타일이 된 플립업 선글라스, 화이트와인 한잔을 앞에 두고 시시콜콜한 수다와 웃음으로 보내는 오후 한때. 윤여정은 슬그머니 고백한다. “내가 워낙에 <해피 선데이-1박2일> 팬이었거든. (중략) 그래서 최화정한테 고민을 이야기했어. ‘내가 <1박2일>을 너무 보는 것 같아. 시간까지 맞춰서 보는데 좀 흉한 거 아니니’ 그러니까 ‘아니야 선생님 나도 웬만한 남자 친구 만나는 것보다 물 말아서 김치랑 먹으면서 그거 보는 게 나아’ 하더라고.”

올해 윤여정은 A24가 공개한 인터뷰에서도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TV 보는 일의 행복을 말하고, 촬영 후 긴장을 풀 때는 화이트와인을 즐긴다고 답해 여전한 취향을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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