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인터뷰] '혼자 사는 사람들' 공승연 - 새롭게, 또 새롭게
2021-05-12
글 : 조현나
사진 : 백종헌

“배우 공승연을 섭외한 건 영화를 준비하며 한 선택 중 가장 잘한 것이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보고 나면 홍성은 감독의 자신감에 곧바로 수긍하게 된다. 공승연이 연기한 진아는 대면 관계엔 서툴지만, 전화 너머의 고객은 능숙하게 응대하는 콜센터의 에이스 직원이다. 신입사원 수진(정다은)과 옆집의 새 이웃 성훈(서현우)을 만난 뒤로 타인과 일절 교류하지 않던 진아의 삶에 균열이 생긴다.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의 경호원 소봉, <꽃파당: 조선혼담공작소>의 매파 개똥이 등 대체로 긍정적이고 밝은 인물을 맡아온 공승연에게 진아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차분하면서도 다소 어두운 진아를 이해하는 게 처음엔 어려웠다. 감독님에게 계속 질문하며 진아의 삶을 탐색해나갔다.” 스크린 속 자신이 아직 어색하다던 공승연은 첫 장편 주연작 <혼자 사는 사람들>로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배우상이란 값진 결과를 얻었다.

-처음 작품을 택할 때 고민이 많았다고.

=진짜 나에게 들어온 시나리오가 맞는지 여러 번 물어봤다. (웃음) 나에게 진아와 같은 얼굴이 있나 싶었고 이 정도로 섬세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보여준 모습과 많이 달라서 배우로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도 났다.

-진아는 타인과 과할 정도로 단절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진아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도대체 어떤 아픔을 갖고 있기에 이렇게까지 하는지 진아를 이해하고 싶었다. 촬영 전부터 감독님과 많이 만났다. 아버지의 외도, 어머니의 죽음 등 환경적인 영향도 있었고 진아의 성격 자체가 굉장히 닫힌 사람이라고 받아들였다.

-진아를 보며 가장 의아했던 것 중 하나는 거실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물건을 방에 전부 몰아두는 것이었다. 그 이유에 관해 생각해봤나.

=그 부분을 이해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나도 혼자 지내지만 반대로 모든 생활을 거실에서 하는 편이다. 거실은 방보다 상대적으로 오픈되어 있는 공간이니까, 진아가 어떻게든 자신을 덜 드러내고 방에 틀어박혀 있으려 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자신의 집에서조차 편하게 쉬지 못하는구나 싶어 좀 안쓰럽더라.

-전화로 고객과 통화하는 모습이 굉장히 능숙하더라. 콜센터 직원 특유의 말투, 톤 등은 어떻게 연습했나.

=콜센터 직원의 목소리가 하이톤인데 그 톤을 내려면 웃는 표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진아는 무표정인 채로 높은 목소리를 내야 해서 자꾸 눈이나 입으로 웃게 됐다. 웃음을 빼고 표정 짓는 연습을 계속했다.

-둘째 동생이 콜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유튜브로 상담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많이 찾아봤는데 진상 고객이 정말 많더라. 지친 채로 퇴근하고, 자주 울던 동생의 모습과 겹쳤다. 당시에 보고 들은 기억들이 도움이 됐다. 사실 상담원 말투는 내가 동생보다 더 잘할 거다. (웃음)

-외형적으로도 진아의 차분한 성격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다. 의상도 항상 어두운 계열을 입고 등장한다.

=감독님을 뵀을 때 왠지 진아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옷도 대부분 감독님의 의상을 빌려 입고 찍었다. 진아가 매일 입는 아우터, 셔츠도 전부 감독님의 것이다. (웃음) 진아의 옷이 몇벌 안 나오지만 최대한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어서 평소 내가 입던 옷들도 많이 활용했다.

-감정 연기는 어땠나.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 중 감정 표출이 가장 적은 인물이었다.

=표정이 없는 사람이 겪는 일들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더라. 자칫하면 너무 과하고, 덜어내면 너무 안 보이고. 현장에서 촬영이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다 보니 감정을 연결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현장에서 직접 편집본을 보면서 조율을 했다.

-두번의 전화 통화가 인상적이었다. 아버지와 통화하는 신에서 진아의 감정이 가장 고조됐고, 수진과 통화할 땐 전에 없이 진아의 솔직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아버지랑 통화하는 신은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마음에 걸렸다. 진아가 유일하게 감정을 크게 표출하는 장면이어서 잘해야 했고, 욕심도 났다. 현장에서도 다시 한번 해보면 안되겠냐고 여러 차례 요청을 드렸다. 수진이와 통화하는 신은 정다은 배우가 옆방에서 실제로 통화를 해줬다. 실제 상황처럼 몰입이 됐고 감독님도 자기도 모르게 집중해서 들었다고 하시더라.

-<혼자 사는 사람들>이 첫 장편 주연작이다. 영화 현장은 드라마 현장과 무엇이 다르던가.

=영화를 찍을 때 한신을 찍은 뒤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들이 좋았다. 드라마는 시간에 쫓겨 찍다보니 그런 과정을 거치지 못한다. 영화를 함께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제에 와서 영화를 보는데 큰 스크린으로 클로즈업된 내 얼굴을 보는 게 굉장히 어색했다. 앞으로 스크린에서의 모습에도 익숙해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차기작은 드라마 <불가살>과 영화 <핸섬 가이즈>다.

=<불가살>에선 활(이진욱)의 아내 단솔을 연기한다. 아들을 잃었다는 슬픔을 지녔지만, 차분하면서도 강단 있는 멋진 사람이라 생각하며 촬영하고 있다. <핸섬 가이즈>에서는 주인공인 두 남자가 운영하는 산장에 놀러 가는 대학생 미나를 연기한다. 찌질해 보일 정도로 순수하고 착한 친구다. (웃음)

-현재 단편 <러브식>도 촬영 중이다. 한 인터뷰에서 “신인 시절 일이 많이 없어서 다작을 고집한다”고 밝혔는데,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기준이 명확히 있진 않고 대신 사전에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작품이 많이 들어오면 배우로서 행복하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싶어 겁도 난다. 하지만 최근 여러 작품을 찍으면서 좀더 과감하게 선택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면 또 열심히 하니까. (웃음) 고생해 찍은 작품들이 올해 빛을 발하고 있어서 즐겁다. 올해도 열심히 일해서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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