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인터뷰] '혼자 사는 사람들' 정다은 - 잘할 수 있는, 잘하고 싶은
2021-05-12
글 : 남선우
사진 : 백종헌

‘90년대생이 온다’는 전언에 익숙해질 무렵 2000년대생들도 성인이 되었다. 스무살의 콜센터 신입사원 수진을 연기한 배우 정다은도 그렇다. 이제 막 만 20살이 된 그가 일터의 선배들에게 싹싹하게 다가가려 노력했다는 점에서는 진아(공승연)를 따르는 수진을 닮았다. 그러나 모든 게 처음인 수진과 달리 정다은은 2016년 단편 <동물원>으로 데뷔한 이래 <청년경찰> <여중생 A> 등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고, <선희와 슬기>로 제56회 대종상영화제 신인여자배우상 후보에 오른 경력이 있다.

지난해 웹드라마 <연애혁명>에서 양민지 역을 맡아 또래 관객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수진처럼 2002년 월드컵의 열기는 잘 몰랐지만, 수진보다 한층 성숙한 태도로 사회인의 자아를 다져온 배우 정다은을 만났다.

-모든 게 어색하지만 잘해보고 싶은 수진에게서 사회 초년생의 긴장과 설렘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수진이 마냥 서툴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선배에게 먼저 다가가는 모습이 당차기도 한데, 수진이 어떤 인물로 다가왔나.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수진이가 안쓰러워 애착이 갔다. 수진이는 딱 스무살이다. 일도 잘하고 싶고, 선배들에게 예쁨 받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겉으로 다 드러난다. 그러다가 진아에게 민폐도 끼치고 귀찮은 존재가 되는데, 그게 미워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꾸밈없이, 그 친구가 하는 생각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하려고 했다.

-수진과 진아의 관계에서 적극적인 표현을 하는 쪽은 언제나 수진이다. 리액션이 적은 캐릭터와 대화하는 연기가 어렵지는 않았나.

=수진에게 진아는 프로페셔널하고 멋있는 어른이지 않았을까. 수진은 진아의 독립적이고 강한 모습을 닮고 싶어 했을 거다. 물론 두 사람이 티키타카 주고받으며 어울리는 장면은 없지만 수진이 눈치도 좀 없고 동경하는 상대 앞에서 혼자 신나서 떠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진아의 조용함이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웃음)

-그렇다면 신인배우로서 정다은은 촬영 현장에서 어떤 편인가.

=독립 단편영화로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가 8년 전이다. 그때의 마음가짐은 수진이랑 비슷했다. 잘하고 싶고, 예쁨 받고 싶은 마음은 같았지만 현장을 더 즐기면서 일하지 않았나 싶다. 처음이지만 행복했다. 지금도 선배들에게는 “선배님~ 언니~” 이러면서 수진처럼 다가간다. 그럴 때마다 (공)승연 언니가 “아이 귀여워~”라며 반응해준 게 기억난다. (웃음)

-밝던 수진도 콜센터 생활에 지쳐 점점 생기를 잃는다. 타임머신을 발명했다는 고객(곽민규)과 통화할 때 수진의 그림자가 영화에 짙게 드리운다. 상대 배우가 눈앞에 없었을 텐데 어떻게 찍었나.

=곽민규 배우가 먼저 녹음을 했고, 감독님이 현장에서 내 대사 타이밍에 맞게 음성을 틀어주셨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그 목소리 하나에 의지해서 불안정한 수진을 연기했다. 사실 처음에는 그 장면에서 수진이가 왜 2002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남자의 말에 호응하는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감독님이 2002년 월드컵 당시의 영상을 찾아보라고 권해주셨다. 2001년생이라 그때 기억이 전혀 없다. 영상으로 당시 분위기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영상 속 사람들이 연기를 하는 줄 알았다.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신나서 얼싸안다니…. 당연히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실제라니 놀라웠다 지금 시국에서는 더더욱 상상도 못할 장면이다. 그 영상을 보고서 비로소 나도 2002년의 저 공간으로 가보고 싶다 생각하게 된 것 같다.

-2002년 월드컵 당시의 한국처럼 가보지 않았지만 그리워하는 시간이나 공간이 있나.

=이미 지난 일에는 흥미가 없는 편이다. 과거보다 미래에 가보고 싶다. ‘서른의 나, 마흔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가 궁금한데 미리 알면 인생이 재미없을 것 같기도 하다. (웃음)

-초등학생이던 2016년부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다. 연기를 하고 싶다고 느낀 첫 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하나.

=연기에 관심이 생긴 건 우연히 영화 <클래식>을 보고부터다. 손예진 선배가 영화에서 1인2역을 했는데, 같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다르게 보일 수 있는지 신기해하며 연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래서 갑자기 내가 저걸 해봐야겠다 싶었고, 바로 도전했다. 그러면서 찍은 필모그래피상의 첫 작품이 단편영화 <동물원>이다. 그 작품을 초등학교 6학년 때 했다. 지금까지도 손예진 선배가 롤모델이다.

-어린 나이에 곧바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했다. 환상이 깨지거나 기대와 다른 부분에 실망했을 수도 있을 텐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아는 것도 많아지고, 보이는 것도 많아지더라. 행복하게 시작한 일인데 나와 타인의 만족도를 높이기까지 마음고생이 동반되니 안타까울 때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가진 능력 중에 제일 잘할 수 있고 잘하고 싶은 것이 바로 연기다. 무엇보다 작품을 할 때마다 결국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좋은 곳에 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연기를 멈출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멈추지 않고 성인 연기자로 활동 중이다. 앞으로의 다짐은.

=‘무탈’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큰 욕심 없이 무탈하고 건강하게 한발 한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큰 목표가 있다면 롱런이다. 몸이 건강할 때까지 연기를 계속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운동하며 체력관리 중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