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단편영화의 얼굴들' 한예종 학생들이 가장 탐냈던 그 배우는⋯
2021-06-22
글 : 임수연
박해일·한예리·변요한·박혁권·서현우·공민정·곽민규·김시은·이희준
<모빌>

젊은 창작자들의 개성과 의욕이 집약된 단편영화는 그만큼 배우에 대해서도 많은 실험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단편영화만큼 새로운 배우의 재능을 발견하는 데 탁월한 매체가 없다.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임필성 감독의 <모빌>에서 “비누 냄새 풍기며” 섬뜩한 짓을 저지르는 독보적 캐릭터를 보여줬던 신인 시절 박해일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기린과 아프리카>

한예리는 이번에 <기린과 아프리카> <백년해로외전> <달세계 여행> 등 무려 세편으로 관객을 만난다. 배우를 계속할지 아직 확신은 없었다는,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학생들이 가장 탐내는 배우였던 한국무용 전공자 ‘김예리’ 시절은 정형화되지 않으면서 안정적이고 별나지만 유연하고 보편적이다.

<목격자의 밤>(감독 박근범)의 변요한이 보여줬던 편의점 세대의 고난함과 작품에 깊이를 만드는 페이소스를 두루 갖춘 탁월한 마스크는 지금 봐도 신선하다.

박혁권은 <쌍둥이들>(감독 문제용)에서 “잡은 고기에 떡밥 주는 남자가 어딨냐?”라며 오랜 애인에게 소홀한 것을 정당화하는 지질한 남자로 나온다. 어디든 스며들 수 있는 박혁권의 일상성은 인류 역사에서 내내 심각한 과제였던 사랑과 연애의 본질을 고민하는 얼굴로 절묘하다.

<병구>

배우 겸 감독 형슬우가 연출한 <병구>는 어느덧 독립영화의 중요한 존재가 된 서현우, 공민정이 자취방에서 펼치는 명연기 투맨쇼를 볼 수 있다. 매사에 엉망진창인 남자가 알고 보면 여자를 짝사랑하고 있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작은 소동들, 익숙한 상황에 놀라운 디테일이 더해져 영화를 촘촘히 채운다.

곽민규와 김시은이 배우의 본명으로 출연하는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도 있다. 우연히 홍콩 여행을 함께하게 된 낯선 상대를 통해 자아를 재성찰하게 된다는 플롯하에,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는 기쁨을 안긴다. 단편영화를 통해 성장해왔던 배우가 감독으로 나선 작품도 있다.

<목격자의 밤>

많은 단편영화에서 경력을 쌓아왔던 이희준은 <병훈의 하루>의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오염 강박과 공황장애를 앓는 남자를 매개로 삼아, 나와 다른 존재를 경계하고 상처받고 선의의 배려를 받으면서 사회의 원자가 되어가는 보편적인 성장 과정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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