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프리 가이' 라이언 레이놀즈·조디 코머…훌륭한 앙상블
2021-08-18
글 : 남선우
정리 : 배동미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 “코미디는 어렵지만 아름다운 소통 방법이다”

라이언 레이놀즈, 조디 코머(왼쪽부터).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게임 캐릭터인 가이의 언캐니한 움직임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가이를 4살쯤 된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다. 가이는 아이처럼 순수하고, 모든 걸 순진하게 바라본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본 영화 중 가이와 연관된 걸 떠올려보면, 코미디 배우 피터 셀러스의 영화와 윌 페럴 주연의 <엘프>가 있다. 이런 영화 속 인물들이 가이와 닮았다.

-극중 가이는 두 가지 방법으로 재현된다. 하나는 게임 <프리시티> 속 가이의 현실로 당신이 직접 연기한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게임 밖 현실에서 게임을 바라볼 때 컴퓨터그래픽화된 가이의 모습이다. 게임 캐릭터 가이는 배우 본인이 따로 연기한 것인가 아니면 컴퓨터그래픽으로만 완성시킨 것인가.

=직접 모션 캡처로 연기했고, 그다음 CG 작업으로 캐릭터를 구현했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당신의 또 다른 캐릭터 듀드는 어떻게 탄생했나. 얼굴 연기 후 합성한 것인가, 특수의상을 입은 것인가.

=듀드는 내가 연기한 캐릭터 중 좋아하는 캐릭터 가운데 하나다. 반쪽짜리 뇌를 가진 친구인데, 몸은 엄청 거대하다. 키가 204cm쯤 되고, 온몸이 근육질이다. 태닝한 피부, 하얀 치아, 금발 머리까지 듀드의 모든 것이 눈에 띌 거다. 듀드는 보디더블을 거쳐 탄생했다. 애론 리라는, 듀드의 몸을 한 배우가 연기하면 후반작업에서 그의 얼굴을 내 얼굴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표정 연기는 내가 한 다음 특수효과 에그(egg)를 사용했다. 에그는 얼굴을 일치시켜 여러 질감을 표현해내는 기술이다.

-가이의 액션에 대해서도 질문하고 싶다. 몰로토프걸이 화려하게 움직인다면, 가이는 친절하면서도 가벼운 액션들을 짧게 조금씩 선보인다. 그동안 해온 액션 연기와 게임 속 NPC의 액션 연기는 어떻게 달랐나.

=<프리 가이>에서의 액션 연기는 도전이었다. 가이는 누구와도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 캐릭터지만 가이와 같이 평범한 NPC들에게 폭력이 가해지고, 그러면서 가이도 이에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중반을 지날 때쯤, 가이는 다른 캐릭터를 위해 싸우기 시작한다. 싸울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폭력이 일어나긴 하지만, 심심풀이로 게임 속 NPC들을 죽이는 여타 유저들과 다른 방식으로 맞선다. 그런 식으로 영화가 가상세계를 다룬다는 점이 사랑스러웠다. 현실세계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더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실제 사회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재현할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가이는 하늘색 셔츠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는다. 겉에 입는 저지를 하늘색, 신발을 베이지색으로 맞추는 등 계속해서 상의는 하늘색, 하의는 갈색 계열로 배치했다. 부드럽지만 틀에 박힌 캐릭터의 면모를 보여주는 의상이었다. 그런 가이가 선명한 파란색 운동화를 신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의상과 관련해서 감독과 나눈 이야기가 있다면.

=우린 가이가 주어진 배경 속 인물처럼 보이길 바랐다. 하늘색 셔츠와 카키색 바지는 이를 위한 장치였다. 가이가 계속해서 같은 색감 속에 있길 바랐고, 셔츠를 갈아입어도 같은 하늘색 셔츠만 입도록 했다. 옷은 그가 얼마나 갇힌 상태인지를 보여주는데, 가이는 <프리시티>에 갇혀 있고, 그는 주어진 시나리오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다. 때문에 가이가 조금만 변해도 많은 것이 변하는 것과 같다. 그게 포인트였다. 늘 백그라운드에 머물러야 했던 가이가 거기서 벗어나려고 할 때, 그건 혁명을 시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데드풀> <킬러의 보디가드> <명탐정 피카츄>에 이어 <프리 가이>로 다시 코미디영화에 출연했다. 코미디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코미디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코미디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면 관객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나는 늘 내 마음이나 불안을 코미디로 표현해왔다. 어쩌면 나 스스로를 비웃으면서 말이다. 자기 비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코미디는 가장 보편적인 소통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아름다운 방법인 동시에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코미디는 결코 쉽지 않다. 사람들은 영화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게 쉽다고 생각하지만 내겐 늘 도전이다.

배우 조디 코머, “‘밀리’에게서 자기 신뢰를 배웠다”

-게임 속 몰로토프걸이 단호하고 강하게 말한다면, 현실의 밀리는 부드럽고 친절하게 말한다. 몰로토프걸은 의상에 있어서도 밀리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온라인 게임에서나마 강하게 보이고 싶은 밀리의 무의식이 반영된 건가.

=맞다. 그 점이 내게도 중요했다. 우선 아바타 몰로토프걸은 밀리에 의해 만들어졌다. 몰로토프걸은 밀리의 내적 이상향과 외모에 있어서의 판타지를 모두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의상에 있어서는 현실성도 중요했는데, 몰로토프걸의 의상은 실용적이어야 했다. <프리 가이>팀은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의 영향을 받았고, 거기에 펑크적인 요소를 결합했다. 몰로토프걸의 의상엔 확실히 힘이 있다. 몰로토프걸을 통해 밀리는 일종의 소원을 성취한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밀리 자신을 투영해야 했고, 이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 어쩌면 몰로토프걸은 밀리의 정수를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훌륭한 앙상블을 보여준다. 두 사람이 처음 촬영한 장면은 뭐였나. 첫 촬영에서 서로에 대해 뭘 알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정말 오래전 일이라 첫 촬영이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라이언을 처음 만난 건 <프리 가이> 오디션 때다.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가서 라이언과 숀 레비 감독 앞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라이언은 나를 크게 환영해줬다. 그를 만나면 정말 재밌는 사람임을 바로 알 수 있다. 그에게서 가장 많이 배운 건 자신이 선택한 것들로부터 자유롭게 행동하는 태도다. 예를 들어 라이언에게는 늘 준비되어 있는 5가지 정도의, 결이 다른 연기 스타일이 있다. 라이언은 각각의 스타일을 무겁지 않게 유지하며 가볍게 사용한다. 그에게서 가장 크게 배운 건 바로 그런 태도다. 현장에 있을 때 그런 태도를 가지면 많은 것들이 변한다. 정말 효과가 있다.

-가이가 NPC라는 틀을 벗어나 삶의 의미를 각성하면서 새로운 삶을 펼친다면, 밀리는 처음부터 자신의 게임이 특별했다는 걸 알고 있는 캐릭터다. 가이와 비교해서 밀리는 영화 전체에서 어떤 교훈을 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나.

=내가 밀리에게서 배운 건 자신의 감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밀리는 스스로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가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할지도 잘 알고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대목이다. 현대사회의 사람들은 모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마치 높은 탑을 오르는 것 같은 상황이다. 우리에게 무언가 필요하다는 걸,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다. 이럴 때 밀리에게서 우리가 배울 점은 ‘자기 신뢰’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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