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프리 가이' 조 키어리·우카시 암부카·숀 레비 감독…“협업이 주는 초월적인 힘”
2021-08-18
글 : 남선우
사진 : 배동미

배우 조 키어리, “<프리 가이>는 AI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다”

조 키어리, 숀 레비, 우카시 암부카(왼쪽부터).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코미디영화는 처음이다.

=라이언 레이놀즈, 타이카 와이티티처럼 코미디에 능한 배우들과 함께하면서 배운 게 정말 많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배운다는 마음으로 연기하게 됐다.

-온라인 게임에 관심이 있었나. 좋아하는 게임이 있다면.

=우카시 암부카 같은 경우는 게임을 SNS처럼 사용하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세계 각국 친구들과 소통하던데, 나는 조금 다른 식으로 게임을 즐긴다. <문명>같이 오랜 시간을 들여 세계를 건설해가는 종류의 게임을 좋아한다. 나만의 도시를 만들고 계획을 세워가는 게임을 즐긴다. ‘흠, 여기에 뭘 지을까?’ 하면서 고민하는 게 재밌다.

-극중에서 키스는 AI가 사람처럼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했다. 평소 AI에 대한 생각은 어떠했나.

=무겁고도 재밌는 주제다. <프리 가이>만큼 AI의 가능성에 대해 잘 보여주는 액션 코미디 영화를 떠올리기도 쉽지 않다. 영화와 관계없이 개인적으로는 AI의 발전에 대해 조금 무섭게 느끼고 있다. (웃음) 기계가 스스로 배우면서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인류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배우 우카시 암부카, “현실에 눈뜰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라”

-자신이 만든 게임 속 캐릭터들과 소통한다는 설정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였나.

=아름다웠다! 판타지 속에 살다가 조금씩 새로운 현실에 눈뜨게 될 때 무엇이 가능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관점이 바뀌면서 더이상 다른 누군가가 되기 위해 연기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점점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는 과정이 펼쳐질 테다. 그러면서 영화에는 로맨스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로맨스 팬으로서 아주 만족스러운 장면이 있다. 관객이 어서 그 장면을 봤으면 좋겠다.

-영화에 여성 인물의 활약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영화에서 밀리(조디 코머)가 크리에이터로서 보여주는 행보와 존재감은 혁명적이다. 그만의 세계에서 마이너리티로 살아가고 있던 밀리가 다른 남성 인물들을 만나 변화하지만 그들을 이끄는 것 또한 밀리다. 어찌 보면 영화 속 현실 세계의 진짜 주인공, 영웅은 밀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내용이 영화에 잘 녹아 있다.

숀 레비 감독, “엔터테인먼트와 메시지의 균형을 적절하게”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의 액션 신이 무척 독특하다. 배우들의 움직임을 컴퓨터그래픽처럼 표현하려고 노력한 것 같던데.

=알아봐줘서 고맙다. <매트릭스> 속 마셜아츠 동작들처럼 비디오게임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싸움 장면을 만드는 것이 모토였다. 그런 스타일을 연상시킬 수 있도록 무술 안무가와 협업했다. 게임처럼 한 프레임 안에 양쪽 싸움꾼을 다 보여주고 싶어 컷도 나누지 않았고, 스턴트 더블을 쓰기보다 라이언에게 직접 동작을 익히도록 했다.

-촬영 또한 비디오게임을 연상시킨다. 기술 면에서는 어떤 노력이 있었나.

=영화 속 게임인 <프리시티> 장면을 찍을 때는 더 와이드한 렌즈를 써서 게임 느낌을 내려 했고, 실제 비디오게임을 만들 때 쓰는 기기들을 이용해 POV 숏을 찍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건 게임 화면의 특징을 모방하며 찍은 장면들인데, 게임 속 장면들은 영화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간다. 핸드헬드나 일반 돌리캠으로는 찍기 어렵다. 그래서 몇몇 장면들에서 로봇 팔에 카메라를 달고, 카메라의 움직임을 미리 프로그래밍했다. 라이언이 처음으로 안경을 쓰는 POV 신에서 처음 로봇 팔을 사용했는데, 계산된 카메라 움직임에 배우가 부상을 입어서는 안됐기에 라이언의 즉흥 연기를 자제하고 하루 전부터 리허설을 했다.

-만약 당신이 게임 속 캐릭터가 된다면 어떤 아바타를 사용하고 싶나.

=당연히 라이언 레이놀즈다! (웃음)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라이언이 이번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마치 자전거 바퀴에 공기를 주입한 것마냥 근육이 부풀어 있었다. 그 모습에 반해 의상 피팅을 할 때 그에게 계속 셔츠를 입혔다. 라이언은 왜 이렇게 타이트한 셔츠를 입어야 하냐고 되물었지만 당신한테 이 셔츠를 입히는 게 내 일이라고, 세상이 고마워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액션영화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녹여내는 건 어떤 경험이었나.

=항상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즐거움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때도 그랬는데, 한편으로 그 영화는 박물관이라는 문화적 공간에 대한 러브레터이기도 했다. <프리 가이>를 찍을 때는 조금 덜 현학적이고 싶었다.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관객에게 강의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메시지가 분명했으면 했다. 엔터테인먼트와 주제의식의 균형이 적절한지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프리 가이>를 프랜차이즈영화로 발전시킬 생각도 해봤나.

=속편을 만든다면 게임 회사 CEO인 안톤(타이카 와이티티)이 <프리시티>의 속편을 설명하는 대사에서 영감을 얻지 않을까. 나와 라이언은 그렇게 하고 싶다고 디즈니에도 말해뒀다. 나도 라이언도 여러 시리즈를 해봤지만 영화를 시작할 때는 언제나 그 한편을 잘 만들기 위해 집중할 뿐이다. 운이 따른다면 여러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면서도 코미디영화를 지속해왔다. 그 이유와 의미는.

=5년 전에 이 질문을 들었으면 대답이 많이 달랐을 거다. <기묘한 이야기>를 만들고, <컨택트>를 프로듀싱하면서 코미디 아닌 장르에서의 경험이 쌓였다. 이 또한 기쁜 일이지만 관객으로서도 영화인으로서도 내가 웃음과 온기를 만들고 나누는 일에 특별한 매력을 느낀다는 걸 깨달았다. 일을 해나갈수록 내가 잘하는 일이 뭔지 알게 됐다. 라이언 레이놀즈, 타이카 와이티티, 우카시 암부카같이 코미디에 재능 있는 사람들과 작업할 때 특히 즐겁다. 로빈 윌리엄스와 함께할 때도 그랬다. 에너지가 다르고 아이디어가 넘친다. 그 초월적인 힘이 좋다. 합법적인 마약을 하는 기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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