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음악을 이해하는 다섯권의 책
2021-08-24
글 : 이다혜
<스코어 오리지널 인터뷰집> <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 <경계의 음악> <조니 미첼>

음악은 듣는 예술이다. 하지만 때로 음악은 춤을 위해 만들어지고, 공간을 채우는 진동과 함께 경험되기도 한다. 음악영화는 음악에 대해 말하기 위해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하지만, 영화음악은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수단으로 음악을 끌어들인다. 음악이 만들어진 과정을 전달하거나 음악을 이해하는 법을 제시하는 책 다섯권을 골랐다.

스코어 오리지널 인터뷰집

맷 슈레이더 지음 | 백지선 옮김 | 컴인 펴냄

“20세기의 위대한 작곡가들이 모두 영화음악을 만든 건 아닙니다. 영화음악은 연주 음악과 다릅니다. 작곡가로서의 자존심은 잠시 접어둬야 합니다. 영화음악 작곡가는 영화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하고 음악 외적인 부분을 고려할 줄 알아야 해요. 극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하죠.” (랜디 뉴먼)

영화음악에 대한 다큐멘터리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을 연출한 맷 슈레이더 감독이 영화에 다 못 담은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영화음악의 변화가 시각 기술의 변화와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비롯한 내용부터, 할리우드 영화음악을 대표하는 영화의 음악을 만들어온 한스 짐머, 퀸시 존스, 랜디 뉴먼을 비롯한 이들과의 인터뷰를 싣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타이타닉> 중 잭이 로즈를 스케치하는 장면을 예로 들며 때로 우연이 영화의 음악을 바꾸는 이야기 등이 재미있다. 영화에 방점을 둔 음악 작업을 한다는 의미를 알 수 있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히사이시 조 지음 | 박제이 옮김 | 책세상 펴냄

“지난번 콘서트 후 약 두달 반, 매일 집과 작업실을 오가는 나날은 지극히 평범하고 건조하고 단순했다. 며칠이나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진창을 기어다니는 것만 같은 괴로운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확실히 곡은 완성되어 있었다. 매일 조금씩 같은 일을 하는 것, 또는 정기적인 사이클을 반복해 같은 일을 지속하는 것. 연주든 작곡이든 문장을 쓰는 것이든 지속하는 것, 그것이 최고다. 이것이야말로 미니멀 라이프다.”

히사이시 조라는 이름은 몰라도 그가 만든 선율 중에는 1초만 플레이해도 바로 “아!” 하고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이 수없이 많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포함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소나티네> <하나비> <기쿠지로의 여름>을 비롯한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영화음악을 담당한 히사이시 조가 음악가로서의 삶을 담았다. 히사이시 조의 글이 그의 음악을 통해 어떻게 증명되어 왔는지를 새삼 놀라운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

M. T. 앤더슨 지음 | 장호연 옮김 | 돌베개 펴냄

“우리는 그와 같은 감정으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이 음악을 와서 들으려고 이 순간까지 살아남은 것이니까요. “ 그날 밤 공연장에 있었던 한 여성의 말이다. “이것은 우리가 함께 겪은 진짜 교향곡이었습니다. 우리의 교향곡, 레닌그라드 주민들의 교향곡입니다.” 날이 풀리자 사람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던 대청소가 그랬듯이 교향곡도 그들이 한 가족임을 보여주었다. 자신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 자신들이 겪었던 끔찍한 시련이 자부심의 징표가 되는 이야기를 그들에게 선사했다. 교향곡으로 인해 레닌그라드 주민들의 희생은 러시아의 자부심이 되었다.”

클래식 음악이 우아하고 고상하며 과거에 속한 것이라는 편견을 깰 수 있는 책. 당대의, 동시에 전쟁터의 음악으로서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을 알려준다.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은 쇼스타코비치가 레닌그라드에서 폭격과 싸우며 <교향곡 7번>을 작곡하기 시작해 어떻게 피란지 쿠이비셰프에서 작곡을 끝냈는지, 그 후 이 곡이 전투 중인 레닌그라드에서 어떻게 연주될 수 있었는지 들려준다.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했으면 과장이 심했다는 말을 들을 법한 실화. ‘쇼스타코비치와 레닌그라드 전투’라는 웅장한 부제가 아깝지 않다.

경계의 음악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 봄날의책 펴냄

“바흐를 피아노로 연주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극도로 드문 노선이었던 데다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바흐라고 하면 골동 취미를 가진 이들이나 좋아하는 것이거나, 피아노 선생님이 즐거움보다는 훈육을 목적으로 억지로 연주하게 하는 어렵고 ‘메마른’ 음악이어서 지긋지긋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비교문학자로 잘 알려진 에드워드 사이드의 음악비평집. 고전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폭넓게 다루는 이 책에서 글렌 굴드는 특별히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글렌 굴드에 대해서라면 미셸 슈나이더의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를 포함해 유명한 저작이 워낙 많지만, 에드워드 사이드가 글렌 굴드와 그의 음악, 그리고 죽음이라는 테마에 얼마나 집착적으로 열중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글이 이 책에 실려 있다. 메리엄 C. 사이드의 서문을 읽고 이 책을 시작할 것.

조니 미첼

데이비드 야프 지음 | 이경준 옮김 | 을유문화사 펴냄

“《Blue》 이후엔 늘 선택이 존재했다. 사람들은 이제 앨범의 B면을, 어딘가에 숨어 있는 음악을 듣지 않은 척 행세할 수 없게 되었다.”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 평전. 캐나다 중부 출신인 조니 미첼은 ‘말 수레를 보고 자란 마지막 세대’였다. 20대 초반에는 혼자 낳은 딸을 입양보내야 했고,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면서는 수많은 뮤지션들과 교류하게 된다. 풍부한 인터뷰 자료를 통해 조니 미첼을 중심에 둔, 그 시대 음악 거장들의 삶의 풍경을 접할 수 있다. 포크 이후 재즈로 옮겨간 조니 미첼의 관심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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