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2001년생 '윤찬영', 최선과 진지함의 힘
2021-09-02
글 : 이주현
사진 : 백종헌
<당신의 부탁> <젊은이의 양지> <지금 우리 학교는>

“뭐든지 최선을 다하는 윤찬영이 되겠습니다.” 연기 학원에서 막 연기를 배우기 시작한 초등학생 윤찬영이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했던 말이다. ‘최선을 다하자’는 좌우명은 중학생이 되어 이내 ‘착하게 살자’로 바뀌었다. 좌우명대로 “중학교 다닐 땐 친구들과 싸움 한번 하지 않았다. 화도 내지 않고 늘 많이 웃었다”. 성인이 된 지금은 다시 최선의 의미를 곱씹는 중이다. 20살의 길목에서 꿀맛 같은 최선의 결실을 맛봤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는 대학에 합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에 캐스팅된 것이다.

윤찬영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대학 생활의 낭만을 경험하지 못한 비운의 2020학번이다. 지난해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는데, 합격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윤찬영은 13살 때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로 데뷔했고, <마마>로 아역상, <의사요한> <17세의 조건>으로 청소년 연기상을 받았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낭만닥터 김사부>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 아역으로 눈도장을 찍었고, 임수정과 함께 극을 책임진 <당신의 부탁>, 전도연과 설경구의 아들 수호로 출연한 <생일>, 1인2역을 소화했던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그늘이 드리운 10대의 모습을 보여준 <젊은이의 양지> 등 영화 필모그래피도 착실하게 쌓았다. 그런데 대입 수시 전형에서 합격을 결정짓지 못했다. “밤새도록 친구들과 연습실에서 연기 연습하다가 해 뜨면 학교에 가서 또 하루를 시작하고, 나름 열심히 입시 준비를 했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 허튼 다짐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며 윤찬영은 잔뜩 열을 올려 정시 준비를 했고, 그러던 와중에 인기 웹툰이 원작인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의 오디션을 봤다. 오디션장에선 시리즈의 연출자이자 드라마 <다모>, 영화 <완벽한 타인> 등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에게 “넌 최고의 배우가 될 거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윤찬영은 감독의 칭찬을 ‘불합격의 위로’로 받아들였지만 그 말은 합격의 예고였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에서 짝사랑하는 친구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주인공 이청산 역이 윤찬영에게 돌아간 것이다. 좋은 일은 연달아 찾아와, 캐스팅 소식을 들은 다음날 대학 합격 통보가 날아들었다. “그간의 노력이 보상받았다는 것에 기뻤고, 그때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고등학생 청산을 연기하느라 지난해까지는 “20살 고등학생”으로 살아가는 느낌이 컸다는 윤찬영은 21살이 된 이제야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라 했다.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과 영화 <라라랜드>는 윤찬영을 배우의 길로 이끈 두 작품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나도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첫 작품이고 <라라랜드>는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확신을 갖게 한 작품이다. “<라라랜드>는 30번쯤 본 것 같다. 내겐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꿈을 꾸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왔고, 이상하게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윤찬영은 차분한 눈빛과 들뜸 없는 태도로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도 들려주었다. 하나는 시트콤에 출연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라라랜드> <위플래쉬>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작업하는 것이다.

밝고 명랑한 소년보다 어둡고 외로운 소년을 자주 연기했지만, 윤찬영은 다채로운 채색이 가능한 얼굴을 지녔다. 연기를 향한 진지한 태도는 언젠가 그가 확실한 한방을 날릴 거란 기대 또한 갖게 한다. 연기 얘기만 나오면 지나치게 진지해져서 “꼰대” 소리를 듣고 그래서 본인은 “Z세대와는 거리가 먼 라떼 세대인 것 같다”고 말하는 윤찬영은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팀 FC바르셀로나와 메시 이야기가 나오고 연기 이외의 주제로 화제가 전환되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연기를 향한 그의 진심은 순도 100%였다.

첫 연기의 기억

“기억이 안 난다. 현재에 집중하기 때문인 것 같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일기든 사진이든 기록을 남겨두려 하는 편인데, 어린 시절 연기했던 일은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롤모델

“김수현 배우.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는 다 챙겨봤다. 항상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고, 연기 스타일도 좋아한다. <리얼>도 좋아해서 여러 번 봤다.”

10년 후 나의 모습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서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멋있어져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