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MI6의 비밀 첩보원
제임스 본드
출연 <007 카지노 로얄> <007 퀀텀 오브 솔러스> <007 스카이폴> <007 스펙터> <007 노 타임 투 다이>
코드명 007의 스파이 제임스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가 연기한 6대 제임스 본드는 <007 카지노 로얄> <007 퀀텀 오브 솔러스> <007 스카이폴> <007 스펙터>를 거쳐 <007 노 타임 투 다이>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금발의 본드는 있을 수 없다”며 캐스팅 때부터 강한 반대에 부딪혔으나, 초반의 우려와 달리 최장기간 007 타이틀을 유지 중이다. 대니얼 크레이그는 007 시리즈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제작진의 포부에 들어맞는 배우였다. 피어스 브로스넌과 결이 다른 굵고 투박한 외모가 도리어 제임스 본드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했고, 영화에서의 액션을 달리 가져간 것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가령 대니얼 크레이그는 Q가 발명한 첨단 무기로 우아하게 적을 타파하는 대신 직접 몸을 던져 육탄전을 벌인다. 그의 거친 액션은 <007 카지노 로얄>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007 요원으로 승격된 후 곧바로 이어진다. 5분여간 파쿠르를 하듯 건물을 넘나들며 타깃을 따라가는가 하면 공항에서 폭발이 난무하는 추격전과 함께 마지막까지 혈투를 이어간다. 본드걸을 구출하기 위해 물속에서 맨손으로 엘리베이터를 부수고 오토바이, 모터보트를 옮겨 타는 육해전도 서슴지 않는다(<007 카지노 로얄>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무적에 가까운 제임스 본드의 판타지도 집어던졌다. <007 스카이폴>에선 잘못 발사된 총을 맞은 뒤 정신을 잃고 낙하하고, 스스로 “퇴물”이라 칭할 정도로 체력적으로 무너진다. 가차 없이 적을 처단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악당 오버하우저에게 겨눈 총구를 거두는 의외의 모습도 보인다(<007 스펙터>). 때문에 일각에선 대니얼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가 냉철하면서도 인간적인 원작의 캐릭터와 가장 비슷하며, 기존의 제임스 본드보다 훨씬 현실적이라 평한다.
본드의 연인
매들린 스완
출연 <007 스펙터> <007 노 타임 투 다이>
매들린 스완은 복잡한 인연으로 얽힌 본드의 현재 연인이다. 본래 직업은 심리학자로, 옥스퍼드대학과 소르본대학을 졸업하고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한 인재지만 오스트리아 알프스에 숨어 살다가 본드와 만나 동행한다. 매들린은 <007 카지노 로얄>에서부터 등장한 악당 미스터 화이트의 딸이다. 미스터 화이트는 <007 카지노 로얄>에서 “돈보다 중요한 신뢰를 잃었다”라고 말한 뒤 르쉬프를 죽이고 본드를 구해준 캐릭터다. 이후 미스터 화이트가 베스퍼를 이용해 본드가 포커로 딴 돈을 가로채려고 하는 과정에서 베스퍼가 사망하게 된다.
<007 스펙터>에 이르면 미스터 화이트는 암살자의 독약에 노출돼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딸 매들린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대가로 본드에게 스펙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딸의 위치를 알려주고 자살한다.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고 싶은 매들린은 본드와 동행하면서 서서히 가까워지고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매들린은 총기를 싫어하는 본드걸로 유명하다. <007 리빙 데이라이트> 이후 두 번째 금발의 본드걸이기도 하다.
MI6 전임 국장
올리비아 맨스필드 ‘M’
출연 <007 골든 아이> <007 네버 다이> <007 언리미티드> <007 어나더 데이> <007 카지노 로얄> <007 퀀텀 오브 솔러스> <007 스카이폴> 카메오 <007 스펙터>
“간덩이가 부었군.” “한번 더 뻥끗하면 내 손에 죽어.” “자신감과 자만심은 상극이야. 살인은 쉬워. 자만심은 접어두고 냉철히 판단해서 행동해야지.”(<007 카지노 로얄>) M은 어설펐던 본드를 호되게 혼내고, 뼈아픈 충고를 서슴지 않는 MI6 국장이었다. 본드에게 처음으로 살인번호 007을 부여한 인물도 그다. <007 스카이폴>에 이르면 본드에게 “물러지셨네요. 우린 둘 다 퇴물이 됐군요”라는 말을 듣고, 청문회에 불려가 공격을 받지만 굴하지 않고, 자신을 공격하는 자들에게, 또 관객에게 MI6의 역할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배우 주디 덴치는 피어스 브로스넌과 대니얼 크레이그가 연기한 5~6대 본드와 함께했다. 냉정하고, 보수적인 영국을 상징했던 덴치 버전의 M은 <007 스카이폴>을 끝으로 퇴장했다.
MI6의 새로운 리더
가레스 말로리 ‘M’
출연 <007 스카이폴> <007 스펙터> <007 노 타임 투 다이>
영국 정보보안위원회 위원장에서 MI6 국장이 된 인물. 그렇다고 단순히 관료 사회에서 MI6 국장까지 올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레스 말로리는 육군 중령 출신으로 아일랜드 해방군에 3개월 동안 붙잡혔다가 풀려난 전력이 있는, 현장을 잘 아는 리더다. 다만 전임 M에게 “어둠 속에서 은밀히 활동하던 시대는 지났다”라고 말하며, MI6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007 스카이폴> 후반부에 MI6의 새 국장이 된,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캐릭터였으나 <007 스펙터>에 이르면 전임 M에 못지않은 보수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MI6과 MI5가 통합된 합동정보국 JSS에서는 살인면허를 가진 정보요원이 필요 없다고 보지만 M은 이에 반대한다.
MI6 무기 담당
Q
출연 <007 스카이폴> <007 스펙터> <007 노 타임 투 다이>
런던국립미술관 J. 터너의 풍경화 <전함 테메레르> 앞, 새로운 무기담당 Q를 처음 만난 본드는 그가 자리를 뜨자 혼잣말로 중얼댄다. “요즘 애들은 다 저런가?” 고양이를 키우고 상환해야 할 대출이 있는 Q는 런던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캐릭터다. 집 안에서 잠옷 차림으로 노트북 한대만 있으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그는 딱 맞는 슈트를 입고 현장을 뛰어다니는 본드와 정반대 캐릭터다. ‘요즘 사람’ Q가 본드에게 제공하는 무기들이 고전적이란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007 스카이폴>에서 Q가 본드에게 건넨 손금 인식 총기와 GPS 송신기는 <007 살인면허>에 등장했던 무기다.
MI6 사무직
이브 머니페니
출연 <007 스카이폴> <007 스펙터> <007 노 타임 투 다이>
<007 스카이폴> 이전까지 머니페니는 금발에 백인 여성배우들이 주로 맡아왔다. 새롭게 등장한 머니페니는 자메이카계 영국 배우 나오미 해리스가 연기한다. 그전까지 없던 전사도 추가됐다. <007 스카이폴> 오프닝에서 현장요원으로 뛰고 있는 머니페니는 적과 대치 중인 본드를 실수로 저격한다. 이 실책으로 머니페니는 내근직으로 발령받아 M의 비서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틈틈이 현장에서 뛰는 본드를 돕는다.
본드의 과거
베스퍼 린드
출연 <007 카지노 로얄>
베스퍼는 본드가 아무도 믿지 않도록 만든 인물이자, 대니얼 크레이그가 연기한 본드 특유의 그늘을 만들어낸 핵심적인 캐릭터다. 한마디로 본드의 첫사랑이다. 본래 직업은 영국 재무부 회계사다. MI6가 테러 조직의 돈을 굴려주는 르쉬프의 돈줄을 끊기 위해 본드를 르쉬프 포커 게임에 투입하고, 베스퍼는 판돈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몬테네그로 기차 안에서 만난 본드와 베스퍼는 서로가 닮았다는 걸 직감하고 호감을 느낀다.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베스퍼가 알제리계 연인을 위해 본드를 속였다는 점이 밝혀지고, 베스퍼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마지막 순간, 본드에게 미안하단 말을 남긴 탓에 본드에 대한 그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시리즈 내내 언급된다.
미국 CIA 조력자
펠릭스 라이트
출연 <007 카지노 로얄> <007 퀀텀 오브 솔러스> <007 스펙터> <007 노 타임 투 다이>
본드가 신뢰하는 미국 CIA 요원. 리부트 시리즈에서 본드와 펠릭스의 인연은 <007 카지노 로얄>로 거슬러 올라간다. 르쉬프의 포커 게임에서 만난 두 사람은 돈과 포커 실력을 두고 거래한다. 펠릭스는 본드에게 판돈을 제공하는 대신, 르쉬프의 신변을 넘기라고 제안하고 본드는 흔쾌히 받아들인다. 두 캐릭터의 연합 작전은 원작 소설과 시리즈 내내 반복되어온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