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곳이 ‘필름’이나 ‘시네마’가 아닌, ‘활동사진’ (Motion Picture) 박물관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영화로 가는 길’(The Path to Cinema) 전시는 시네마 이전의 모습을 보여준다. 매직 랜턴 슬라이드, 광학 장치, 조에트로프(회전하게 만든 여러 장의 그림을 사용하여 작은 구멍을 통해 회전 드럼이 만드는 움직이는 환영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초기 애니메이션 기구.-편집자)가 그곳에 있다. 박물관은 활동사진의 오랜 역사에 관심이 있고 시네마는 그것의 일부분일 뿐이다.
미국영화만을 위한 곳이 아닌, 국제영화 박물관임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전세계를 아우르기 위해 이 박물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아카데미 시상식이 오랫동안 외국어영화상을 수여해왔지만 우리의 관심이 오스카상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마거릿 헤릭 도서관과 아카데미 필름 아카이브에 가면 아카데미가 오랫동안 세계영화를 보존하고 기록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여러 이유로 21세기 이후 영화 전시가 할리우드에 집중될 수밖에 없지만, 다양한 국가의 영화와 인디영화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전세계인들이 이곳을 찾기를 바란다면, 박물관 안에서 그들의 영화가 대표되고 그들 자신을 볼 수 있다고 느끼게끔 해야 한다.
개관과 함께 스파이크 리를 조명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여성 영화음악 작곡가를 조명한 전시는 페미니즘적 메시지가 읽힌다.
스파이크 리는 언제나 거침없이 말하는 영화 제작자였다. 그는 매우 중요한 협력자이고, 독특한 스피커이며, 오늘날 중요한 영화 제작자 중 한명이다. 스파이크 리와 같은 영화 제작자가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슈를 다루는 데 영화 매체를 이용했다는 것을 강조할 필요도 있었다. <말콤 X>는 1992년 로드니 킹이 로스앤젤레스 경찰에게 구타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오늘날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를 예술가로서 기리고 현재와 여전히 맞닿아 있는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 작곡가 전시는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와 협업하면서 영감을 받았다. 여성 작곡가들은 매우 작은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데, 전시는 그간 잘 인정받지 못했던 예술가 집단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전시가 더 많은 여성들이 다양한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페미니스트 진술로서 기능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쁘겠다. 특히 젊은 여성이 영화계에 종사하고 싶다면, 배우가 아니라도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영화음악을 만드는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처럼, 의상 디자인을 하는 루스 카터처럼, 캐스팅 디렉터 킴 콜먼처럼, 15년간 마틴 스코세이지의 영화를 편집한 델마 스쿤메이커처럼 될 수 있다. 여성들이 영화에서 남자들의 사랑을 갈구하는 역할에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임파워링을 받았으면 한다.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이 완성되기까지 넷플릭스의 지원이 컸던 걸로 안다. 이곳에서도 넷플릭스의 흔적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넷플릭스 역시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이 생각하는 시네마의 일부인가.
시네마와 TV 사이의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 특히 팬데믹 동안 우리가 새로운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스트리밍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극장 경험에서 벗어나 왔는지 생각해야 한다. 영화는 수십년 동안 TV에서 광고와 함께 방영되어왔다. 그것이 내가 어렸을 때 영화를 본 방식이었다. 오늘날에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본다.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역사적 현상이고, 박물관이 영화 감상의 역사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한 세기 넘는 기간 동안 지속됐던 방식으로 필름에 투영된 영화를 볼 수 있다. 동시에 오늘날 사람들은 어떻게 미디어를 소비하는지, 미래에는 어떻게 영화를 감상하게 될 것인지 질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