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담다
2021-11-11
글 : 조현나
사진 : 백종헌
<그림자꽃> 이승준 감독

“나의 조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2015년 7월, <한겨레>에 실린 김련희씨 기사의 헤드라인이 이승준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충격적이었다.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한국에서 굉장히 위험하게 여겨지는 발언을 하는 김련희씨는 기존의 탈북자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2011년, 김련희씨는 간 치료를 위해 중국에 갔다가 브로커에게 속아 한국에 오게 된다. 대한민국에 입국한 직후 북한으로의 송환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보호관찰 대상자가 됐다.

이승준 감독은 곧바로 김련희씨와의 콘택트 포인트를 찾았다. “김련희씨의 변호사가 나도 아는 분이더라. 연결해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 당시 김련희씨가 일하던 경북의 플라스틱 재생공장에 찾아갔고 그때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테스트 촬영과 다름없지만 다큐멘터리는 지금 상황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나중에 그 영상이 주요하게 쓰이기도 한다.”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 데에 주력하던 김련희씨는 다큐멘터리를 찍자는 이승준 감독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김련희씨의 소식을 접하기 전부터 이승준 감독은 남북 문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어 했다. “지금까지의 다큐멘터리들은 체제와 이념을 다루는 데에 주력했다면 나는 사람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북한 사람들의 꿈은 무엇이며 어떻게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남북의 비슷한 점에 주목하고자 했다.”

<그림자꽃>의 인상적인 대목은 김련희씨만큼이나 북한에 있는 김련희씨 가족의 일상을 깊이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지하철로 이동하며 핸드폰을 보고 퇴근 후 맥주 한잔 기울이는 이들의 모습은 익숙하면서도 생경하게 다가온다. 북한의 상황은 이승준 감독과 친분이 있는 핀란드 감독이 대신 촬영을 진행했다. “2016년 겨울과 2017년 가을에 두번 보냈다. 밥 먹고 일하는 소소한 일상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김련희씨가 가족들과 페이스북으로 영상 통화를 하는 장면에선 김련희씨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하나 이 장면은 이승준 감독의 계획에 없던 사건이었다. “페이스북 메신저로 대화를 하던 도중에 갑자기 영상 통화 화면이 켜졌다. 6년 만에 가족과 대면하니 김련희씨의 감정이 폭발했다. 짧지만 감정적인 밀도가 높은 시간이었다.” 감정을 잘 드러내기 위해 이승준 감독은 음악을 넣지 않았고, 거리감을 강조할 목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운드를 따로 제작해 넣었다. 이승준 감독은 처음엔 김련희씨가 북한에 돌아가는 장면으로 영화를 마무리할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김련희씨의 여권이 발급됐는데도 출국 금지가 이어지며 상황이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그럼 이쯤에서 영화를 만들어서 문제 제기를 하자. (김련희씨가) 나중에 돌아갔을 때 다시 만들더라도, 지금 이 상황을 공유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었다.” 이승준 감독은 관객이 <그림자꽃>에 담긴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바라보며 “그것을 기억하고, 거기서 새롭게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영화를 통해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한 꺼풀 벗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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