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치온더비치> <밤치기> <하트> 등 도시 남녀의 시시콜콜한 연애사와 여성의 솔직한 욕망을 그려온 정가영 감독의 첫 상업영화가 11월24일 개봉한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외로움과 효율 사이의 줄다리기 끝에 데이팅 앱을 선택한 밀레니얼 남녀의 로맨틱 코미디다. 첫사랑이라고 생각한 남자에게 섹스 파트너 취급받고 새 연인과도 시시하게 헤어진 29살 자영(전종서)은 연애라는 이름의 감정 노동 서비스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소설가를 꿈꿨지만 잡지사 기자가 된 33살 우리(손석구)는 조회수를 올릴 섹스 칼럼을 쓰라는 편집장의 성화에 못 이겨 데이트 앱 오작교미에 가입하고 자영을 만난다. 소주, 대화, 모텔로 축약되는 교류 이후 뜻밖에 조금씩 진심을 꺼내 쓰게 된 두 사람. 육체적 화학작용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연애의 가능성 앞에서 뒤늦은 혼란에 빠지고 만다.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캐릭터들의 말맛과 속도전에 능한 정가영 감독의 영화적 화술로 경쾌하게 버무려진 <연애 빠진 로맨스>는 아예 생략되거나 짧게 축약된 베드신 대신 술을 삼킬 때마다 서로를 곁눈질하기 바쁜 두 남녀의 취중 대화로 짜릿한 활기를 만든다. 동물적인 두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펼치고, 그 기세 그대로 상대의 매력과 경합을 벌일 때 발휘되는 센슈얼한 긴장이 작품의 진정한 묘미다. 배우들이 각자 자신의 말투, 옷, 성미를 적절히 꺼내어 쓴 이 솔직하고 발칙한 영화에서 전종서와 손석구의 가장 사랑스러운 얼굴들이라 할 만한 순간을 다시 들춰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