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영화를 통한 타인과의 연결
2021-12-11
글 : 조현나
사진 : 최성열
<그 겨울, 나는> 오성호 감독

영화는 지지난해, 오성호 감독의 ‘그 겨울’에서 시작됐다. “건설 노동 현장에서 작업하다 어금니가 깨졌다. 치과 갈 생각에 속상해하며 집에 가는데 그날따라 배달 라이더의 오토바이 소리가 구슬프게 들리더라. 그때 돈 없는 청년의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겨울, 나는>은 연인인 경학(권다함)과 혜진(권소현)의 관계를 다룬다. 공무원 수험생인 경학이 엄마의 빚을 갚기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와중에 혜진이 취업에 성공하면서 두 사람은 점점 다른 길을 걷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메가박스상, 왓챠상, 올해의 배우상(권다함)을 수상한 <그 겨울, 나는>은 겨울의 문턱에 열린 서독제에서 다시 한번 관객을 만났다.

영화에는 노량진 학원가에서 시험 준비를 하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물들의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오성호 감독은 “배달 라이더 업체들을 찾아가 족발에 술 한잔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고, 공무원 수험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며 많은 디테일”을 얻었다. 그렇게 완성된 경학과 혜진의 변화와 굴곡을 권다함, 권소현 배우가 꼼꼼히 표현해냈다. 오성호 감독은 배우들과 촬영 전후에 모여 긴 시간 대화를 나누며 상황을 만들어갔다. “경학이 너무 나쁘게 보일까봐 걱정이 많았다. 시나리오보다 덜 나쁘고, 더 부드럽게 다듬는 걸 고민할 때면 권다함 배우가 걱정하지 말라며 확신을 줬다.” 권다함의 연기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영화의 후반부다. “특히 엔딩 장면에서 경학의 결기가 잘 보인다. 어떻게 그런 표정이 나올 수 있는지…. 시나리오에도 없었고 권다함 배우가 오롯이 만들어낸 장면이다. 그런 게 영화적인 순간이 아닌가 싶었다.” 경학과 마찬가지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영민(김신비)과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충환(계영호) 등 영화에는 저마다 메마르고 혹독한 시기를 통과하는 청춘들이 등장한다. “<그 겨울, 나는>이라는 제목은 뒤의 문장이 비어 있는 상태지 않나. 관객이 영화를 볼 때 인물들의 상황과 자신의 경험을 연결해보며 비어 있는 문장을 채워넣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목을 지었다.”

오성호 감독은 서울예술대학교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나의 내면을 영화란 매체를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또 관객이 내 이야기에 공감하고, 영화를 매개로 타인과 연결되는 과정도 좋다.” 또한 “영화를 통해 사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오성호 감독은 경학과 마찬가지로 결핍이 있는 인물, 여리고 겁이 많지만 내색 없이 꿋꿋하게 살아가는 캐릭터에 끌린다고 말한다. “현실에서도 그런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영화에서도 그런 인물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장편은 단편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어 걱정이 많았으나, 오성호 감독은 “분량이 늘고 고생을 더 한다뿐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하며 장편 데뷔작을 연출한 소감을 전했다. 액션 누아르와 코미디 등 해보지 않은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의 다음 여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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