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연말 <씨네21>은 기자·평론가들을 대상으로 송년 베스트 설문을 실시한다. 2021년부터는 ‘시리즈’ 부문이 신설됐다. 시대의 흐름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변화다. 극장 중심에서 스트리밍 중심으로 영화를 보는 방식이 옮겨가고, 점점 더 많은 영화제들이 온오프라인 상영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제는 영화감독 및 스탭들의 드라마 진출이 더이상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 됐다. 특히 2021년은 시리즈를 거론하지 않고서는 한해를 결산할 수 없다는 데 <씨네21> 구성원들이 의견을 모으면서 2주 연속 설문 기획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는 기존의 영화평론가와 기자들은 물론, TV 비평가들을 새롭게 초대해 총 30명의 필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기꺼이 설문에 참여해준 분들에게 다시 한번 지면을 통해 감사드린다.
다만 시리즈물에 ‘베스트’를 실질적으로 논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먼저 짚고 넘어가야겠다. 너무 많은 플랫폼에서 쉴 새 없이 영상물이 쏟아져 나오고, 남들 다 보는 것 같은 화제작을 챙겨보는 일마저 벅차다. 2시간 남짓 하는 영화와 달리 미니시리즈 기준 16부작을 기본으로 하는 시리즈물을 모두 감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봐야 할 드라마를 모두 봤다고 자신할 수 없다”고 우려한 일부 필자들이 있었지만, 각 플랫폼에서 백화점처럼 영상 섬네일을 디스플레이하는 시대에 어떤 드라마를 골라 꾸준히 시청하였는가 그 자체도 <씨네21>의 선택을 보여줄 수 있지 않겠냐고 결론내렸다. 선정 대상은 2021년 1월1일부터 12월19일까지 방영된 시리즈물로, 단막극도 포함시켰다. 12월19일 기준 모든 회차가 공개된 시리즈, 다시 말해 해당 기간 내에 ‘마지막 회’가 방송됐느냐를 기준으로 삼았다.
최종 집계 결과는 방영 당시 시청률이나 시청자 수와 무관하다. 오히려 역의 상관관계를 읽어내는 독자들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중장년·노년층을 잡지 않으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시청률은 낮지만 OTT에서 유독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작품들이 돋보이는 시대에 시리즈의 가치는 시청률만으로 판가름나지 않는다. 올해 처음 실시된 <씨네21>의 시리즈 설문 결과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읽을 때 더욱 흥미진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