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시리즈 감독: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전세계에 열풍을 일으킨 놀라운 연출자”(김현수)가 탄생했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경쟁에 내몰린 사람들에게 골목 놀이로 목숨 값을 매기는 극단적 상상력으로 전세계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콘텐츠가 범람하고 “하나의 콘텐츠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에 시청자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대단한 기술”(김송희)이다. “10년 전부터 준비한 시나리오를 품고 시대의 변화를 주시하며 공개될 때를 기다려온 설계자”(김선영)로서 그의 뚝심도 박수받을 만하다. 시리즈가 담아내는 폭력성과 잔인함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았지만 “미국 자본주의를 과잉 학습한 한국식 자본주의, 무한경쟁 사회체계와 한번 나락으로 떨어지면 재기가 불능한 사회안전망 부재 등 여러 맥락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기에 황동혁 감독이 접목시킨 데스게임 장르는 괜찮은 선택”(배동미)이었다. 2009년 <오징어 게임>의 시나리오를 완성시킨 황동혁 감독은 오랫동안 충무로에서 기회를 찾지 못하다가 글로벌 OTT를 통해 기회를 잡았고 “비영어권 시리즈의 흥행과 파급력을 증명함으로써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뒤바꿨다”.(김선영)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으로 이미 충무로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은 그는 그렇게 생애 첫 시리즈로 세계적인 연출자가 되었다. 넷플릭스는 일찌감치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며, 이제 전세계인이 그의 기발한 상상력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의 시리즈 스탭: <오징어 게임> 채경선 미술감독
줄어드는 참가자, 매번 바뀌는 무대와 게임의 컨셉들로 오싹한 밀도를 높여가는 서바이벌 데스게임 <오징어 게임>의 주역은 단연 미술이다. “극단적인 상황을 시각화해낸 상상력, 그리고 이를 구현한 실행력”(배동미)은 “올 한해 <오징어 게임>에 필적할 수준의 미술을 보지 못했다”(김성찬)는 찬사로 이어졌다. <오징어 게임>의 “만화적 게임 공간”(김봉석)을 살려낸 미술은 “작품을 떠올릴 때 지배적인 이미지가 여럿 동시에 압도하듯 튀어나오는 경이로운 사례”(이다혜)다. 특히 많은 평자들이 <오징어 게임>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전세계를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밈’이 되어야 하는 세상에서 직관적으로 따라할 수 있는 옷과 세트, 그리고 놀이들은 번역이 불가능한 한국의 바이브”(오진우)를 만들어냈다. 채경선의 비전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대담한 구현은 해외에서 <오징어 게임>의 진행 요원 복장이 인기 핼러윈 코스튬으로 쓰이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영희 로봇이 오브제와 야외 동상으로 제작되는 특수한 유행을 일으키며 한국 콘텐츠 시장에 새 화두를 던진 셈이 됐다. 채경선 감독은 “영희 로봇을 디자인할 때 70년대 우리 교과 서를 참고하고, 미로 복도에 에셔 작품의 구도와 이미지를 차용”하면서 원본의 의도와 자신의 의도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듯 느껴지기를 바랐다. “공간마다 새로운 고충과 난관이 있었던 작품”이라고 회상한 채경선 미술감독은 “용기 있게 작업할 수 있도록 믿어준 황동혁 감독, 디자인한 그대로의 공간을 근사하게 구현한 세트팀, 미술팀과 소품팀, 그리고 무엇보다 촬영하는 동안 엄마를 잘 기다리고 응원해준 딸과 가족에게 고맙다”라고 전했다.
올해의 시리즈 작가: <구경이> 성초이 작가
가히 캐릭터 쓰기의 천재들이라 할 만하다. 센스와 기본기, 포식자 같은 취향과 대담한 마이너함, 예리한 감수성의 소유자들로부터 TV드라마의 미래를 본다. 가족을 살해한 후 자살한 아버지의 폭력 아래서 살아남은 젊은 여성 살인마 송이경(케이), 교사인 남편의 성범죄를 의심하다 남편의 죽음 이후 히키코모리가 된 탐정 구경이. 두 여자가 때로는 고독한 단독자로서, 때로는 걸출한 팀워크의 일원으로서 한국 사회의 온갖 폭력을 직면하는 이야기인 <구경이>를 향해 쏟아진 찬사 중에는 이제껏 대중 서사로서 메인 스트림에서 자주 구현되지 못했던 시선을 향한 반가움과 용기를 짚은 필자들이 많았다. “이들의 작업은 자수의 매끈한 앞면을 전시하는 것이 아닌, 뒷면을 앞으로 돌린 것처럼 보인다. 덕분에 시청자는 보통 TV드라마에서 대표성을 부여받고 줄곧 겉면에 노출되던 인물들 외의 이야기를 듣고 겉으로 드러나는 바늘땀에 이어진 뒷실의 무늬를 본다.”(유선주) “세상에서 외면받는 모든 것들과 진정으로 교감하고 그 반향으로 극을 쓰는 팀 같다. 재치는 용기가 받들고, 그 용기는 실력이 받들었다. 막강한 힘이 느껴진다.”(복길) 캐릭터의 다채로움과 날렵한 메시지로 각본의 힘을 여실히 증명했던 성초이의 재능은 “개성이 너무 강해서 촌스럽게 보일 수 있었을 초반의 전개를 설득력 있게 풀어가는 데 성공하고, 사건의 진상을 궁금해하게 만들며, 매회 남은 회차를 세어보게”(이다혜) 할 정도로 장르적 완성도에 있어서도 만족스러운 평가를 낳았다. <구경이> 속 조사 B팀 못지않은 돈독한 협업을 자랑하는 2인 작가로 구성된 성초이는 “감독, 배우, 스탭들이 함께 완성해준 드라마이기 때문에 작가로서 따로 호명되는 것이 부끄럽고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처음 캐스팅 과정, 그리고 리딩 과정을 지켜볼 때 ‘저렇게 대단한 분들이 이걸 왜…’ 싶을 정도로 얼떨떨한 모먼트가 있었다. 그만큼 영광스럽고 운이 좋았다. 평생 쓸 행운을 여기에 다 써서 우린 아마 로또 당첨은 안될 것 같다. (웃음)”
성초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구경이>를 가장 즐기는 사람, <구경이>의 최고 덕후가 바로 성초이 자신이었던 덕분에 탄생했다. 보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을 밀어붙일 수 있는 뚝심을 향해 최지은 칼럼니스트는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하며 스스로 변화를 이끄는 작가들이 ‘스스로 젊은’ 시청자를 향한 이야기를 세상에 던져놓고 밀어붙인다”라고 썼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전의 TV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천재, 지금 가장 궁금한 작가”(유선주)들이 더 많은 작품을 유연하고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는 작가들을 위한 창작 환경의 진화일 것이다.
올해의 시리즈 여자배우: <구경이> 이영애
“예상치 못한 순간마다 용감하고 재미있는 선택으로 돌아와준다.”(최지은) 배우 이영애의 뾰족한 취향, 감각, 그리고 합당한 야심에 대한 증명인 <구경이>는 이영애의 지난 필모그래피까지 돌아보게 만든다. <대장금>의 국민 스타와 <친절한 금자씨>의 불편한 아이콘 사이 어디쯤, 이영애는 자신을 둘러싼 그 종잡을 수 없는 판타지를 스스로 해제하고 <구경이>에서 쓰레기 더미 위를 나뒹군다. 그 결과 구경이와 이영애의 조합에 쾌감을 느끼는 평자들의 포인트도 배우 본연의 파노라마만큼 다채롭다. “‘어딘가 어색한데’의 느낌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감각. 이영애는 <구경이>를 통해 그 엇박자를 있는 힘껏 활용했다.”(남지우) 배우 자신의 숨길 수 없는 고상하고 차분한 품새와 캐릭터 사이의 괴리를 흥미롭게 지켜본 이가 있는가 하면, “눈빛, 대사 한마디, 행동 하나도 허투루 하는 법 없는 배우임을 다시금 실감”(조현나)하며 더욱 노련해진 연기의 테크닉에 감탄하는 이도 있었다. 과연 이영애는 현실에서 한발 공중부양하는 온갖 장치들을 굴러가게 하는 ‘캐릭터’로 충실히 기능했고, 동시에 사랑을 잃은 사람의 심연을 내비칠 때에도 아득한 깊이를 더해냈다. 돌이켜보면 그는 로맨스의 통속성 위에 여성의 감수성에 대한 타고난 통찰과 이해를 덧붙이는 배우였다. “40대 탐정, 60대 기부 재단 이사장, 30대 보험조사관, 20대 연쇄살인범 등 기존의 장르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보지 못한 개성적인 여성 캐릭터의 전시장인 <구경이>의 대표자”(김선영)인 이영애가 대표할 여자들은 아직도 너무나 많다. 이영애는 “배우로서 올해 가장 기쁜 일”이라고 <씨네21> 투표 결과에 화답했다. “새로운 작품과 도전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 앞으로의 행보에도 큰 용기가 생긴다.”
올해의 시리즈 남자배우: <D.P.> <킹덤: 아신전> 구교환
다들 구교환을 더 사랑하지 못해 안달이다. 그만의 희귀한 매력에 대한 찬사는 더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예능 출연 영상이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인기 스타상’ (청룡영화상)을 받는 새로운 흐름에 대해서는 첨언이 필요하겠다. 구교환 특유의 유머, 내성적 매력, 마이너한 이미지가 곧 인기 요인임을 증명한 2021년은 오늘날 대중이 스타에 바라는 미덕이 무엇인지도 흥미진진하게 점검하게 만든다. 카메라 바깥에서 그가 보여주는 권위 없는 아우라가 지지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역설적으로 카메라 안쪽에서 뿜어내는 날렵하고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돌아보게 만든다. 공교롭게도 평자들은 구교환이 작품의 문을 열고 첫 등장하는 순간의 남다른 활기에 매혹됨을 일관되게 고백했다. “그가 등장하면 그때부터 화면의 질감이 변한다는 착각이 든다.”(김송희) 작품마다 “극의 공기를 뒤바꾸는, 올해의 등장 신”(남선우)을 남긴 구교환은 “텍스트만으로는 질감이 다소 뻣뻣했을 작품에 유연한 리얼리즘을 더해 작품에 입체성을 더하는 좋은 의미의 변칙으로 작용하는 배우” (임수연)다. 독립영화 스타가 “나날이 높아지는 영향력 속에서 스타파워를 지니게 된”(김현수) 요즘, “시청자는 구교환의 얼굴만 봐도 웃거나 울 준비를 한다. 그가 시상대에 올라갈 때마다 제 아이 보듯 흐뭇해하던 배우 조인성의 표정을 이제는 모든 사람이 하고 있다”(김송희). 구교환이 보내온 소감마저 그답게 사랑스럽다. “여전히 지하철 가판대에서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씨네21>. 90분 걸리던 4호선 등굣길을 9분 만에 도착시켜 시공간을 초월하게 만들어줬던 나의 <씨네21>. 감사하다. 내년에도 어딘가에서 마주칠 수 있는 사람처럼 반갑게 연기하겠다.”
올해의 시리즈 신인 여자배우: <오징어 게임> 정호연
“올해 가장 영향력을 행사한 스타 탄생을 보여줬다. MZ세대들이 어떤 스타에 끌리는지를 알 수 있었다.”(김현수) 미국에 젠데이아가 있다면, 한국에는 정호연이 있다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 두 배우가 아이콘으로 기능하는 방식은 어쩐지 닮아 있다. 그리고 2021년만 놓고 본다면, 혜성처럼 등장한 정호연의 영향력이 더 막강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오징어 게임>으로 데뷔해 단숨에 글로벌 스타로 급부상한 정호연은 “전세계적인 인기를 나눠가질 만큼 제 몫을 했고 다음 행보가 더 궁금할 정도로 매력적이다”(유선주). 그가 <오징어 게임>에서 연기한 탈북 여성 새벽은 최약자의 고투를 상징하는 인물로 “주변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관찰하는 강새벽의 외부자적 시선을 완벽하게 체화해 잊을 수 없는 얼굴”(김선영)을 남겼다. 아직 그의 연기력을 구체적으로 말할 이력은 부족하지만 “가장 전형적인 동기를 가진 캐릭터를 개성적이고 스타일리시하게 구현”(박현주)하면서 자신만의 아우라와 스타성만큼은 확실히 증명했다. 2380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모으고 “모든 패션하우스에서 자기 옷을 입히고 싶어 하는 셀러브리티로 성장”(김송희)한 지금, “런웨이 위의 셀럽과 사연 많은 소시민의 정서를 자유롭게 오가는”(임수연) 재능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다. 정호연은 단시간에 일어난 그간의 경험을 “소행성 충돌 후 폭발”에 비유했다. “내면과 외부에서 여러모로 폭발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왜 배우가 되고 싶었는지’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게 됐다. 영화는 나를 창피하고 행복하게 하고, 공감하고 슬프게 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영화로부터 얻은 첫 마음을 되새기며 연기하겠다.”
올해의 시리즈 신인 남자배우: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라켓소년단> 탕준상
첫 주연작인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으나 누구보다도 섬세한 관찰력이 있는 그루, <라켓소년단>에서 철없지만 속 깊고 다정한 해강을 연기한 탕준상이야말로 올해 가장 독보적으로 활약한 신인 남자배우”(박현주)다. 타인과 감정 교류가 쉽지 않은 그루는 “표정과 행동을 정반대로 행해야 하는 캐릭터로, 탕준상은 표정과 목소리 톤에 힘을 빼고 담백하게 표현하면서도 유족들은 신경 쓰지 않는 물건들을 전달하려고 애쓴다거나 경찰도 수사를 종결한 사망사건을 두고 원인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배동미). 폭발하고 표출하는 연기가 아닌, 절제와 생략의 스타일이 때로는 더욱 어려운 법. 이보라 평론가는 “감정을 배제하는 연기의 고충을 맞닥뜨리고 그 상태를 돌파해나가는 배우의 모습이 작품에 인상적으로 드러난다”라고 배우와 캐릭터가 하나로 만나는 순간을 짚었다. 서울서 땅끝마을 농촌으로 전학 온 도시 소년이 배드민턴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라켓소년단>에선 “등장하는 모든 신을 자신의 리듬으로 지배”(위근우)하며 “눈썹부터 발끝까지 전부 다 잘한다”(최지은)는 애호도 이끌어냈다. “표정과 몸짓을 매력 있게 활용하고 2003년생 배우라기엔 기술적 완성도까지 뛰어난”(임수연) 탕준상의 미래는 시리즈, 영화, 그리고 뮤지컬에서 모두 활약할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확고한 입지에 믿음을 갖게 한다. 탕준상은 “데뷔 후 처음으로 신인배우상에 호명되는 격”이라고 뿌듯함을 전했다. “이제 스무살을 앞두고 있다. 올해 연기한 작품들을 통해 막중한 책임감을 이겨내고 극복하는 과정을 배울 수 있었기에 매우 특별했다. 첫걸음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