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 <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
2022-01-18
글 : 진영인 (번역가)
사진 : 최성열
천준아 지음 / 송송책방 펴냄

책의 부제는 ‘아이 키우다 현타 온 엄마를 위한 대사들’. 방송 작가로, 특히 공중파 3사 영화 정보 프로그램을 모두 담당할 만큼 맹렬히 활동한 저자는 한때 노처녀를 위한 잡지까지 만들었으나 지금의 남편을 만나 아이가 바로 ‘한방에’ 생기고 결혼을 하여 ‘한방이’를 낳았다. 사실 예상치 못한 결혼이라 시작부터 무서웠단다. 이때 도움이 된 영화가 “사람은 누구나 부조종사가 필요하지”라는 대사가 등장하는 <인 디 에어>. 태어난 아기가 산후조리원에서는 그렇게 효자로 손꼽히더니 집에 와서는 ‘등센서’가 작동해서 밤새 울어대는 바람에 성악설을 믿게 되었다는 대목에서는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다 생명의 의미와 육아가 주는 깨달음을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통해 살펴보는 기발한 발상도 웃음을 추가한다.

“모든 분야에서 꼰대들의 활약은 지칠 줄 모르지만 유독 결혼과 육아 분야에 있어선 ‘꼰대 오브 더 꼰대’가 지리멸렬하게 존재한다.” 임신 때는 출산의 고통과 노산의 위험이 어마어마하다며 겁을 주더니, 아이 탄생 후에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나가기만 해도 아이 옷차림이 추워 보인다고 누군가 꼭 나타나 잔소리를 한다.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신청하니 이기적인 엄마 소리를 듣고, 학원 안 보내면 게으른 엄마 소리를 듣는다. 저자는 16살 소녀가 임신한 이야기를 다룬 <주노>를 가져오며 ‘각자 잘하는 일에나 신경 쓰자’고 이야기한다. 한편 <허공에의 질주>를 통해 사회와의 관계를 피하려고 애쓰며 살아가는 부모와 그런 부모 아래서 독특하게 자라난 자식의 바람이 과연 일치할지 따져보기도 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발달이 느린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등등 부모의 고민도 커진다. 이때는 누군가를 해할까 봐 몸싸움을 피하는 미식축구 선수 마이클이 등장하는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가 도움이 된다. 타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이클의 심성이 역설적으로 그를 대단한 선수로 이끌었듯이, 아이마다 단점이 장점으로 변할 수 있고 그만의 발달 속도가 있는 것이다. 인생이 여러 영화와 하나 되는 그만의 방식을 보여주는 재미난 에세이다.

부모의 노력과 아이의 자율

“내 아이가 온전히 자기 삶을 자기 힘으로 꾸려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면 부모의 가설은 어떤 식이 옳을까.”(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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