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 <내 동생의 무덤>
2022-01-18
글 : 이다혜
사진 : 최성열
로버트 두고니 지음 / 이원경 옮김 / 비채 펴냄

로버트 두고니의 <내 동생의 무덤>은 형사물과 법정물을 절묘하게 조합한 스릴러다. 1993년, 부모님이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자 트레이시는 남자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러 가면서 동생 세라에게 꼭 고속도로로 운전해서 귀가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 이후로 20년, 트레이시는 세라를 보지 못했다. 감쪽같이 사라진 세라 때문에 트레이시의 가족은 슬픔에 잠겼고, 부모님도 차례로 돌아가셨다. 학교에서 선생으로 일하며 동생과 가까이서 살고자 했던 트레이시의 소원 역시 물거품이 되어, 지금 트레이시는 고향을 떠나 강력반 형사로 일하고 있다. 세라의 사체가 20년 만에 발견되자, 트레이시는 고향으로 잠시 돌아와 사건을 다시 파헤치고자 한다. 세라를 살해한 범인으로 강간범 에드먼드 하우스가 이미 1급 살인 유죄판결을 받아 복역 중이지만 트레이시는 당시 실종 상태인 세라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하기 위해 에드먼드 하우스가 누명을 썼다고 판단하고 그를 석방시키려고 노력한다. 진범을 찾기 위해서.

초반에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인물간의 관계를 보여주다가, 후반 법정 장면에서부터 이야기가 빠른 속도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형사 트레이시가 동생을 죽인 진범을 찾기 위해 누가 봐도 사이코패스 강간범인 에드먼드 하우스를 석방시키고자 시도하면서 소설의 긴장감은 극을 향해 치닫는다. <내 동생의 무덤> 후반부에서는 과거의 참혹한 진상이 드러난다. (약간은 과하다는 느낌마저 들지만 과거의 상황이 자세히 알려져야 하는 이유가 있기는 하다. 세라의 실종 사건이 현재의 사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법정 신에서 증거를 바탕으로 반전이 일어나는 부분과 그 반전이 결국 또 다른 반전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전개는 트레이시 크로스화이트의 다른 활약상을 궁금하게 만든다.

<내 동생의 무덤>은 트레이시 크로스화이트 형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의 첫 책인데, 트레이시 크로스화이트는 로버트 두고니가 데뷔작부터 줄곧 집필하던 데이비드 슬로언 시리즈에 잠시 등장했다가 새로운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발탁되었다. 트레이시 크로스화이트의 과거사를 다룬 <내 동생의 무덤>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트레이시 크로스화이트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는 2021년까지 총 8권이 출간되었다.

진실을 찾아서

“그래서 시더 그로브에 돌아오지 않는 거야? 옛 기억들이 너무 괴로워서?”

“조금은.”

“그런데도 그 기억을 죄다 또 파헤치려는 거로군.”

“파헤치려는 게 아냐, 댄. 완전히 묻어버리려는 거지.” (1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