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두더지, 까마귀, 용을 비롯해 많은 동물 반려 로봇이 ‘켄투키’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켄투키를 이용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인형 로봇을 구입해 ‘소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돈을 주고 연결 암호 코드를 사 켄투키가 ‘되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켄투키를 ‘소유’한 쪽이 로봇을 네트워크와 연결하면 켄투키 ‘되기’를 선택한 전세계의 사람 중 하나와 매칭된다. 어느 쪽이든 상대를 선택하는 일은 불가능하며, 켄투키의 작동은 ‘되기’를 선택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러니 반려 로봇을 소유한 쪽은 동물의 눈동자에 달린 카메라 렌즈 너머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알 도리가 없고, 반려 로봇이 되기를 선택한 쪽은 오로지 렌즈로 보이는 정보에 의지해 낯선 사람의 사적인 공간에서 지내게 된다. 사만타 슈웨블린은 초연결 시대의 사람들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엿보기’로 인한 두려움을 느끼던 이들조차도, 외국 어딘가에 살고 있는 사람의 삶과 연결된다는 사실에 매혹을 느낀다. 노년에 혼자 지내게 된 페루 여자 에밀리아는 켄투키-토끼를 통해 젊고 아름다운 독일 여자 에바의 삶의 일부가 된다. 크로아티아 남자 그리고르는 수십대의 컴퓨터와 켄투키 연결 암호 코드를 통해 수십대의 켄투키를 관리하며, 특정한 조건의 켄투키를 구하는 사람에게 웃돈을 얹어 파는 일로 돈을 번다. <리틀 아이즈>는 10여명의 사람이 켄투키를 소유하거나 켄투키가 된 뒤 경험하는 사건을 따라가는 동시에 수많은 다른 켄투키 이용자들의 삽화를 집어넣었다. 인간은 물건에도 감정을 이입해 바라보는 데 능하다. 켄투키를 집에 들인 쪽은 인형의 모습을 한 데다 말하는 기능이 없는 반려 로봇이 자신에게 반응하는(인간이 조종하니까!) 모습에 즐거워한다. 노인들이 있는 요양원에도, 택시 기사의 차 안에도 켄투키가 있다. 어떤 이들은 상대를(때로는 다른 켄투키를) 좋아하게 되고 그를 위기에서 구하고자 하지만 폭력적인 방식으로 연결이 끊기기도 한다.
<리틀 아이즈>는 애정과 환대, 폭력과 추방 사이를 오가는 수없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NPR>의 표현을 빌리면 ‘바로 오분 뒤’의 세계를 보여주는 SF 서스펜스. 인간은 무생물에도 감정이입할 수 있는 것을 넘어 이제 상품이 된다. 켄투키를 구입하든 켄투키가 되든 돈을 지불하고 ‘상품이 되는’ 경험. 네트워크는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현실 도피의 맛
다른 켄투키들이 죽을 때마다 그들은 마음을 하나로 모으곤 했다. 모두 생각이 많아졌고, 덕분에 마르빈도 이미 너무 지루해져버린 현실 세계의 유일한 걱정거리, 즉 곧 성적표가 나오면 아버지에게 보여드려야 한다는 사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2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