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반장 소녀와 잘생기고 싸움 잘하는 소년. 얼핏 순정 만화에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이들이 속한 공간이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고등학교라면 어떨까. 게다가 외부와 소통을 거부하는 외로운 섬 같은 남라, 폭력의 가해자였던 경험이 있는 수혁은 말랑말랑한 하이틴물과는 제법 다른 결을 가진 인물들이다. 오컬 트영화 <변신>부터 메디컬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까지 자유로이 흡수되는 백지의 매력을 가진 조이현, 또래 배우 중 희소성 있는 고전적 마스크로 이목을 끌며 일찌감치 눈 밝은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로몬은 원작 웹툰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두 캐릭터에게 산뜻한 숨을 불어넣는다.
- 신선한 얼굴들을 과감하게 기용한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았다. 두 배우는 어떻게 작품과 인연을 맺게 됐나.
로몬 이재규 감독님과 식사 자리가 있었다. 내가 감독님이 원하는 느낌을 갖고 있다며 <지금 우리 학교는>을 같이하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사실 내가 머리도 짧고 피부도 거칠었던 때라 운동부의 일원일 줄 알았다. 그런데 수혁 캐릭터를 맡게 됐다고 해서 너무 감사했다. 웹툰을 먼저 봤기 때문에 얼마나 좋은 역할인지 알고 있었다.
조이현 감독님을 먼저 뵙고 그 이후에 오디션을 봤다. 어떤 작품을 하고 싶으냐고 여쭤보셔서 “지금까지 어두운 역할을 많이 연기했다. ‘피, 땀, 눈물’은 그만 흘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감독님이 “그런 작품은 아닌데, 혹시 좀비물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며 만약 함께한다면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 중 또래 배우들이 가장 많을 작품이라고 설명하셨다. 그게 <지금 우리 학교는>이었다. 오디션에서는 온조 대사를 했다. 당시엔 굉장히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텐션을 많이 올리지 못했다. 한달 정도 연락이 없어 오디션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남라 역으로 함께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웹툰 원작을 보니 너무 좋은 캐릭터라 영광스런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
- 인물 관계도에서 유일한 ‘쌍방’ 커플이다. 남라는 수혁을, 수혁은 남라를 좋아한다. 상대에게 호감을 갖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조이현 우선 반대되는 성향에 끌렸던 것 같다. 남라는 항상 이어폰을 꽂고 다니고 친구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는다. 그런 인물일수록 오히려 주변을 더 많이 관찰한다. 공부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고 친한 사람도 없으 니까. 수혁이 워낙 잘생기고 인기도 많은 게 눈에 보이니까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지 않았을까.
로몬 시놉시스에는 나와 있지만 드라마에는 등장하지 않는 내용이 있다. 수혁은 부모가 없고 할머니와 산다. 그리고 자신이 할머니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 친구들이 모두 남라를 싫어하기 때문에 자신이 할머니를 지키는 것처럼 남라 역시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리고 이현의 외모가 첫사랑처럼 생기지 않았나. 실제로 정말 예쁘다고 생각한다.
조이현 감사합니다~. 아, 민망하네. (웃음)
로몬 진심이다. 인터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웃음)
- 남라는 보통 무표정으로 있어 속을 읽을 수 없는 캐릭터다. 하지만 내면에 상처가 많다는 건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조이현 남라가 무표정한 것은 다른 표정을 지을 줄 몰라서다. 다른 사람과 소통해야 다양한 감정과 표정이 생길 수 있는데 남라에겐 그럴 만한 교류가 없다. 남라는 <SKY 캐슬>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고 엄마에게 엄청난 압박을 받는다. 반장을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모두 엄마 때문이고 대학만 가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온전히 착한 학생은 아닌 듯해서 그렇게 순수한 캐릭터로 연기하진 않았다. 오히려 다 알지만 모르는 척하는 느낌을 담으려고 했다.
- 수혁은 한때 학교 폭력 가해자 귀남(유인수)의 무리와 어울렸던 시기가 있다. 당시의 수혁은 어떤 학생이었고, 어떻게 개과천선하게 됐나.
로몬 시놉시스에 수혁은 운동신경이 좋고 잘생기고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나와 있다. 사실 학교 다닐 때는 이 세 가지가 최고다. 집이 잘산다거나 머리가 좋은 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다. (웃음) 그래서 수혁은 많은 친구들에게 관심을 받았고, 너무 순수해서 질 나쁜 친구들이 주는 관심도 일반적인 관심이라고 받아들였다. 같이 어울려 놀다가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싶은 순간들이 있었을 거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경험도 했을 거고. 싸움질을 하다 합의금을 줘야 하는 상황에서 집안 사정도 좋지 않은데 할머니를 고생시키는 경험을 하며 반성하게 됐다는 사연도 상상해봤다.
- 공교롭게도 두 배우 모두 액션을 담당한다. 남라는 특수한 면역반응으로 좀비에게 물린 후 100% 좀비가 되진 않지만 드문드문 좀비의 공격성이 발현 되는, ‘이뮨’이라는 설정이다. ‘절반의 좀비’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조이현 여자배우들 중에서는 액션스쿨에 가장 많이 갔고, 좀비 레슨을 따로 받았다. 입을 벌리고 “크아아앙” 소리를 내는 게 일상생활에서 할법한 행동은 아니지 않나. 연기할 때도 쉽게 접할 액션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좀비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게 부끄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연습이 거듭되다 보니 재밌기도 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또 특수분장의 힘이 커서 표정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굉장히 많은 변화를 보여줄 수 있었다. 덕분에 촬영 때는 전혀 부끄러움 없이 임할 수 있었다.
- 수혁은 싸움을 잘한다는 설정 때문에 학생 배우들 중 액션 연기를 선보일 기회가 종종 있었다. 수혁이 보여줄 액션은 어떤 것이었나.
로몬 <지금 우리 학교는>의 액션은 ‘싸운다’가 아니라 ‘살아남는다’였다. 그리고 수혁의 액션은 ‘지킨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화려하고 각이 살아 있는 액션이 아닌, 조금 허술하고 스텝이 꼬이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도 날아차기는 정말 잘하고 싶어 준비를 많이 했다. 매일 반포대교 건너 한남대교까지 왕복 러닝한 후 매일 30분씩 발차기 연습을 했다. 멋있게 잘 나오고 싶었다. 원래 운동을 열심히 한다. 9시간 동안 헬스 트레이닝을 하다가 과로로 쓰러진 적도 있다. 나름 체력이 좋다고 자부해서 이번 작품 들어가기 전에 체력 훈련을 할 때도 허세를 부렸다. 다른 배우들이 구토를 하러 갈 때 나는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근육통이 와서 3일 동안 한의원에 누워 침을 맞았다. (웃음)
- 혹시 처음 만났을 때 어땠는지 기억나나.
조이현 낯을 많이 가려서 배우들을 처음 만났을 때도 바닥만 쳐다보고 말을 거의 안 했다. 그런데 로몬이 먼저 말을 걸어줬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너무 잘 보고 있다며,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하니 제발 알려달라고. (웃음) 그러면서 금방 친해졌다. 사실 데뷔작이었던 웹드라마 <복수노트>에 함께 출연했었는데 같이 촬영한 적은 없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로몬이 정말 스위트하더라. 내가 추위를 많이 타는데 촬영할 때마다 진짜 많이 챙겨줬다.
로몬 사실 나는 <복수노트> 때의 이현을 기억한다. <변신> 시사회도 갔었는데 영화를 보다가 “어? 이현이네” 하면서 굉장히 재밌게 본 기억이 난다. 사실 나도 낯을 많이 가리는데 이현이도 긴장을 많이 하는 게 눈에 보여 일부러 먼저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다. 처음엔 이현이 굉장히 조신하고 우아하고 귀한 집 딸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극중 남라가 수혁을 좋아하는 설정인데, 내가 엄청난 허당이라 말실수를 하면 어떡하나, 친해지지 못하면 어떡하나 늘 걱정했다. 그런데 촬영하면서 이현의 색다른 모습을 많이 봤다. 겁이 많은데도 연기를 할 때는 시멘트 바닥에서 구르는 신까지 직접 소화한다. 그런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같은 배우로서 진짜 존경스러웠다. 내가 이현이를 많이 챙겨줬다고 하는데, 사실 이현이도 날 많이 챙겨줬다.
- 두 사람 모두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고 자평했는데 배우가 되려는 꿈은 어떻게 품게 됐나.
조이현 중학교 3학년 때 뮤지컬 <위키드>를 보고 너무 감동받아서 저렇게 노래로 극을 이끌며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결심했다. 춤, 노래, 연기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운좋게 예술고등학교 뮤지컬과에 합격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수업 시간에 정말 많이 울었다. 막연한 꿈 때문에 예고에 입학했는데 막상 현실에 부딪치니까 너무 힘들었다. 오기로 버티고 열심히 연습해서 원래 내가 가진 성향을 극복한 케이스다. 학교 다니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고, 작품하면서도 달라지고 있다. 아무래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계속 성격이 밝아지는 것 같다.
로몬 생각해보면 어렸을 땐 낯을 가리지 않았다. 초등학생 때까지 비보잉을 배웠고 네이버 지식인에 “아이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글을 올린 적도 있다. (좌중 폭소)
조이현 진짜? 너무 귀엽다~!
로몬 SM, JYP, YG엔터테인먼트 같은 곳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말이지…. (웃음) 다행히 지금 소속사 분들을 만나면서 정식으로 연기를 배우게 됐다. 처음에는 놀면서 학원 다니느라 오디션장에서 철없는 말도 했던 것 같은데, 점점 배우에 욕심이 생겼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타고난 승부욕이 있어 계속 노력하고 있다.
- 이틀 후 <지금 우리 학교는>이 릴리즈된다. 작품 공개를 앞두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이현 모든 배우와 스탭이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시청한 후 정말 좋은 작품을 봤다고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로몬 좀비 연기를 한 배우들과 트리플에이 스턴트팀에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굉장히 위험한 액션이었는데도 다들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참여해준 덕분에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매력적인 배우들이 정말 많다. 이 친구들의 성장 과정을 예쁘게 잘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