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
2022-02-22
글 : 이다혜
사진 : 최성열
기디언 슈워츠 지음 / 이현준 옮김 / 을유문화사 펴냄

기술은 예술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영화는 그 탄생부터 기술의 예술이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창작자와 그 시대의 새로운 기술이 결정적 도약의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음악은 어떨까. 145년의 오디오 역사를 다룬 기디언 슈워츠의 <Hi-Fi 오디오·라이프·디자인>에서 1950년대 재즈 신을 말하는 대목을 보자. “1950년대는 재즈 신이 절정에 달했던 시절이다. 당시 재즈 아티스트들의 재능은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이었다. 이 재즈 천재들은 높은 수준의 공학 기술이 담긴 45회전 LP음반이 없었다면 이내 잊혔을 것이다.” 이 시대 최고의 레코딩 기술자 중 한 사람인 루디 반 겔더가 만든 음색은 ‘반 겔더 사운드’ , (유명한 재즈 레이블 이름을 딴) ‘블루 노트 사운드’라 불리며 명성을 떨쳤다. 존 콜트레인의 《블루 트레인》과 《러브 슈프림》, 마일스 데이비스의 《마일즈》, 텔로니어스 멍크의 《멍크》 등이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1950년대의 오디오가 하이엔드 절대 왕정이었다면 1960년대의 오디오는 대량생산 시대를 맞이했다는 점 역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Hi-Fi 오디오·라이프·디자인>은 오디오의 역사를 훑기 위해 시대를 빛낸(혹은 시대와 함께 저문) 오디오 브랜드를 소개하고, 관련 기술자를 언급하며, 다양한 도판 자료를 제공한다. 전설의 하이엔드 오디오 마란츠, 음향 심리학에 기반을 둔 보스, 오디오 디자인에 민감한 소비자를 공략한 JBL, 카세트데크의 클래식 나카미치 등 브랜드별 역사가 글과 사진으로 총망라되었다는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큰 재미. 그리고 아이팟이 등장한다. MP3파일로는 음악적 정보와 음질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이 퇴짜 놓기엔 편의성은 너무나 유혹적이었다. 1977년 프랑스의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기술이 결국 음악적 표현력과 시장에서의 경제성 실현 모두를 희석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단 파일 공유, 해적 파일 그리고 보상받지 못하는 아티스트의 출현으로 그의 예견은 정확히 적중했다.” LP는 부활했다. “아날로그가 하이엔드 오디오 환경에서 다시 자리 잡는 동안 디지털 기술 또한 음질 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지금 우리는 여기 있다. <Hi-Fi 오디오·라이프·디자인>은 어쩔 수 없이 거인들의 시대였던 과거 이야기가 흥미진진한 책이다. 그런 대목들이 기껍게 읽힌다.

아름다움에 대하여

하이엔드 오디오는 니나 시몬의 애잔한 목소리, 데드마우스의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이츠하크 펄먼의 절묘한 바이올린 음색을 전달하기 위해 작동하는 빛, 버튼, 다이얼의 총체다.(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