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 <타인의 집>
2022-02-22
글 : 진영인 (번역가)
사진 : 최성열
손원평 지음 / 창비 펴냄

손원평 작가의 <타인의 집>이 새 표지로 선을 보인다. 집값이 비싼 시대, 집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인간관계도 변한다. 이별을 눈앞에 두고 냉랭한 상태였던 어느 부부는 핀란드에서 어렵게 찾아온 에어비앤비 손님을 집에 들이면서 상처를 되짚어보게 된다(<사월의 눈>). 사이가 나빠도 꾹 참으며 창의적으로 돈을 아끼는 공동 공간도 있다. ‘나’가 면접까지 보며 어렵게 월세로 들어온 아파트는, 전세로 집을 빌린 사람이 세명의 월 세입자를 따로 받고 있다. 원래 집주인 눈만 속이면 전세 임차인은 월세로 돈을 벌고, 월세 임차인은 싼값에 역세권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괜찮은 구조다. 생활방식이 다르고 화장실 문제가 겹쳐 세입자끼리 불편한 관계가 문제이긴 하지만, 볕 잘 드는 공간에서 느긋하게 임동혁의 피아노 연주를 듣는 호사를 잠시나마 누릴 수 있다(<타인의 집>). 한편 미래의 집은 어떨까. <아리아드네 정원>은 노인 인구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미래가 배경으로, 노인들은 오래 살며 건강이 나빠질수록 질이 낮은 거주 공간으로 옮겨가게 된다. 민아는 치매 노인 등이 속하는 최하층 등급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젊은 이민자와 유사 가족을 맺어 새로운 혜택을 얻고자 한다.

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떼어내기 어렵다. 보탬 안되는 남편 대신 쌍둥이를 어렵게 키웠으나 어느새 대화가 끊긴 자식들이 쓴 ‘아빠를 죽일 거야’라는 예언 같은 일기를 보고 공포에 집어삼켜지는 엄마가 있다(<괴물들>). 한때는 짙은 눈썹이 아름다웠던 남편이 함께 살다 보니 견딜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으나, 그럼에도 손주를 보며 행복한 가족 공동체쪽에 손을 들어주는 엄마도 있다. 이렇게 가족이 흔들리고 있는데, 공동체는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여 있어도 서로를 신뢰하기 어려운데, 타인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이 대답은 <상자 속의 남자>가 품고 있다. 모르는 아이를 구하다 심하게 다친 형 때문에 세상을 원망하게 되었으나 그 원망은 역시 잘 모르는 사람이 우연히 준 도움으로 풀릴 수 있었다.

도시의 삶

“표면적으로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자존심을 할퀴어서였지만 실상은 어지러울 만큼 환하고 삭막한 도시의 야경 속에 우리를 품어줄 곳이 한칸도 존재하지 않아서였다.”(1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