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심상정 대선후보, “콘텐츠 쿼터제, 투자 유치와 해외 진출 모두를 견인한다”
2022-02-23
글 : 김소미
-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이 어느 때보다 주목 받는 이 시기,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예술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정치인 심상정과 정의당의 진보 정당사가 대변하는 노동권 향상에의 투쟁은, 2022 대선 정책에서 ‘일하는 시민을 위한 기본법’, ‘청년기초자 산제’와 같은 주요 공약에 집약돼 있다. 초장시간 노동, 불안정한 프리랜서 근로가 대부분인 창작자들에게는 부동산 민심을 달래는 게우선인 거대 양당 후보들의 아우성보다 외려 또렷이 공명할 만한 지점이다. 심 후보가 <씨네21>에 들려준 문화예술 정책 기조는 그가 사회, 경제 분야에서 주장한 소신과 일관된 연장선에 있었다. 차별금지법 입법에 대한 의지가 ‘소수 문화, 비주류 문화, 비상업 문화의 공존’ 이라는 확고한 가치로 재표명되고, ‘주 4일제’, ‘심상정 케어’가 보여준 복지관의 파격성은 ‘OTT 콘텐츠 쿼터제’라는 강력한 미디어 정책 에서도 드러난다. OTT 콘텐츠 쿼터제는 해외 OTT가 국내 콘텐츠를 최소 30% 이상 구성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한편 심 후보는 지난 세번의 대선 레이스에서 꾸준히 지켜온 독립영화, 다양성영화 전용 관에 대한 적극적 지원 의지도 내비쳤다. 단일화에 선 긋고 양당 정치를 제어할 대안 세력으로서 대선 완주를 선언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목소리를 전한다.

심 후보가 그리는 차기 정부 문화예술 정책의 핵심 기조를 개괄한다면.

첫째, 예술인과 예술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처우를 개선 하고, 상식적 수준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문화산업, 콘텐츠 산업의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과 공공성 확대가 필요하다. 산업발전의 경제논리만 강조된다면 우리의 문화생태계는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문화 다양성의 가치를 증진해야 한다. 소수 문화, 비주류 문화, 비상업 문화도 공존하고 교류될 수 있어야 우리 문화가 더욱 발전할 수 있고, 한류도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신한류,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이 지난 3~4년간 전세계적 이슈로 부상 했다. 한국 콘텐츠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새 정권의 문화 예술 정책은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금까지 쌓아온 우리 문화의 역량을 세계인으로부터 인정받은 결과 여서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이러한 성과가 일시적인 유행이 되지 않도록 올바른 방향의 정책적 지원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창작자와 콘텐츠 산업 노동자들이 어떤 조건에서 창작하고 노동하는지 들여다봐야 할 때다. 지금도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살인적인 초장시간 노동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을 쥐어짜서 유지되는 콘텐츠 산업은 당연히 지속될 수 없다. <오징어 게임>의 명대사처럼 모두 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조건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2020년 기준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의 예술활동 연수입 평균이 755만원이라고 한다. 3년 전보다 무려 41% 나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예술 인의 예술활동 수입이 월 63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지금 당장 예술인과 예술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할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의 길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를 위한 노동법

이번 대선 1호 공약인 신노동법에 관해 비정규직,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 랜서 노동자 비율이 높은 영화인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심 후보의 일하는 시민의 기본법은 영화, 방송계 노동자들을 비롯해 예술 노동자들이 처한 근무 환경의 특수성에 관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나.

예술인의 대다수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공약으로 준비한 ‘일하는 시민을 위한 기본법’은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일하는 모든 시민 들의 노동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큰 회사의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지 않더라도 일하는 모든 영화, 방송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 사회보험법, 노동조합법 등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 다는 것이다. 우선 평등수당을 도입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다수 예술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 일시적 업무가 아닌 고용에서 단기로 예술 노동자를 고용하고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 계약종료수당’을 지급하고, 비정규직은 받지 못하는 혜택 등을 보전 하는 보상수당을 지급하며, 1년 미만 계약으로 일하는 예술 노동자에 게도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겠다. 또 최소노동시간보장제를 도입해 주당 최소 15시간 이상의 노동시간을 보장하겠다.

청년 예술인 지원책에 대한 심 후보의 비전은.

만 20살의 모든 청년에게 3천만원의 기초자산을 지급하는 청년기초 자산제는 청년 예술인에게도 예술 활동을 준비하거나 지속하는 데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다. 또 앞서 공약한 ‘전국민 일자리보장제’가 청년 예술인에게 일자리와 예술 활동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지자 체와 마을공동체가 일자리보장센터를 만들어 지역사회에 필요한 문화사업 등의 분야에 ‘사회적가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부가 정한 일정 수준의 생활임금과 사회보험 보장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독립영화와 인디뮤직을 적극 지원해 청년 예술인의 도전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 인디뮤직의 경우 전용 공연장과 창작 공간을 마련하 고, 인디뮤직 제작지원기금을 조성하겠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장혜영 의원, 인터넷 방송 진행자이기도 했던 류호정 의원 등 문화예술계 젊은 인력에 대한 수용도와 친밀도가 높은 정의당이 다. 심 후보가 최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젊은 창작자가 있다면.

<벌새>의 김보라 감독, <남매의 여름밤>의 윤단비 감독 등 젊은 여성 감독에게 관심이 많이 간다. 과거 우리 영화사에 여성 영화감독은 박남옥, 최은희, 이미례 등 극소수에 불과했다. 빠르게 등장하고 있는 많은 여성감독들이 한국영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를 기대한다.

올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 공모전에서 ‘여성 가산점 제도’를 이어가겠 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역차별이라 표현하는 반응들도 있다. 남녀동수 내각을 지향하는 심 후보자는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나. 또 가산점을 매기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 정책인지에 대한 방법적 고민도 듣고 싶다.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서도 여성의 참여는 더욱 장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영화계에서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여전히 남성이 대다수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 역시 큰 틀에서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심사위원단의 성별 다양성 확보, 심사 과정에서의 성차별 요소 제거 등 심사 과정에서 성차별적 요소나 인식이 개입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드는 데 우선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극장의 위기, 영화계 자구책에서 벗어나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때

최근 극장을 방문한 경험을 듣고 싶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라진 극장 상황을 체감하나.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배우가 주연한 영화 〈세자매〉 시사회 이후에는 최근 극장에 가보질 못했지만 뉴스에서 본 근래의 극장 풍경이 원래의 활기를 잃고 스산한 모습이어서 안타까웠다. TV 화면으로는 느낄 수 없는 극장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관객으로 북적이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 다. 나 역시 영화산업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

2년 연속 극장 업계의 매출과 관객수가 평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 했다. 극장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방역 지침으로 인해 지난해 12 월에는 극장 관계자 및 영화인들이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영업시간 완화와 지원을 촉구했고, 멀티플렉스 3사는 영화를 개봉하는 제작·배급사를 대상으로 티켓값 일부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자체 개봉 촉진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극장 생태계 복원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책을 필요로 하는 목소리들이 많은데 이에 대한 심 후보의 의견은 뭔가.

코로나19 3년차를 맞으면서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산업이 붕괴할 수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영화산업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때다. 영화계의 자구책에만 의존할 때가 아니다. 한시적으로라도 정부가 개봉 촉진 사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고,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살펴 영화 관람 소비쿠폰 사업 등도 다시 시행해야 한다.

지난해 8월에 42년 역사를 지닌 서울극장이 폐관하는 등 중소 규모 영화 관, 지역 영화관 또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독립예술다양성 영화관들은 코로나19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 다. 당장은 폐관하지 않고 영화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긴급 융자 등을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 영화 문화의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있도록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이와 함께 재정 지원도 이루어져야 한다. 오래된 지역 영화관들이 환경 변화에 밀려 하나씩 문을 닫는 현실을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된다. 오래된 극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유산이다. 공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원해서 지역 극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

독립영화 진흥을 위한 제작, 배급, 영화제 등 여러 분야의 지원 중 심 후보가 생각하는 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제작 지원과 상영 기회 확대가 중요하다고 본다. 독립영화의 제작 지원을 위해 모태펀드 영화 계정의 일정 비율을 독립영화 제작에 배정 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복합상영관에서는 1개 상영 관을 독립영화 등을 상영하는 다양성영화 전용관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

해외 OTT 자본에 공적 의무를 부여하는 신선한 정책 수혈하겠다

영화발전기금의 운영과 사용처, 국고 출연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지난해 12월 박정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이 낸 영화 및 비디 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어 영화발전기금의 징수기한이 2028년까지 연장되긴 했으나, 신규 재원이 부족해 장기적으로는 고갈이 예상된다.

우선 영화발전기금은 그때그때 징수 기한을 연장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상시 운영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영화발전기금은 관객이 부담해서 마련한 기금인 만큼 이에 대한 관객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기금 사용에 있어 공익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영화 스탭의 노동조건 개선, 독립영화 진흥 등에 중점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OTT 플랫폼의 성장세가 무섭다. 특히 넷플릭스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 데, 디즈니+, Apple TV+ 등도 론칭했으며 올해 HBO Max까지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통신 사업자들이 론칭한 웨이브, 시즌, 티빙 그리고 왓챠와 같은 토종 OTT의 진흥 및 콘텐츠 제작사의 성장 정책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

정부는 2024년까지 1조원 이상의 문화 콘텐츠 펀드 조성 등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최소 5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2019년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액이 18조 1300억원에 달하고, 애플도 7조2500억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해외의 미디어 자본과 규모 경쟁을 하겠다는 발상은 현실성이 없다. 해외 자본도 우리 사회의 문화 공공성과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적 의무를 부여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바로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문화 정책으로 OTT 콘텐츠 쿼터제를 공약에 내걸었 다. OTT 콘텐츠 쿼터제는 해외 OTT에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국내 콘텐츠를 30% 이상 구성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유럽연합 (EU)은 2018년에 시청각서비스 지침서를 개정해 해외 OTT 사업자에 유럽 제작 저작물을 30% 이상 구성하도록 의무화했다. 콘텐츠 쿼터제는 해외 OTT의 국내 콘텐츠 투자 확대를 유도할 수 있고, 국내 콘텐츠 제작사의 해외 OTT에 대한 여러 가지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미디어 지형도가 급격히 재편되는 과정의 진통도 무시할 수 없다. 기존 방송산업을 비롯해 케이블TV 등의 유료방송시장이 정체되는 현상과 더불어 인터넷 사업자들간 망 사용료의 불균형 문제를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봐도 넷플릭스의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대규모 트래 픽을 일으키는 대형 콘텐츠 제공 업체가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타당 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의 영화제 인프라가 탄탄하게 마련되어야 한국영화의 내실이 다져질 것이라 본다. 팬데믹 위기로 인한 예산 축소 등으로 영화제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늘어난 지역별 영화제들간의 변별력과 경쟁력 또한 요구된다. 정부의 영화제 지원에 대한 심후보의 기조는 어떠한가.

수적으로는 특색 있고 다양한 영화제들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 다. 하지만 지속적인 운영에 대한 고려 없이 지자체장이 치적 쌓기용 으로 영화제를 남발해서는 안된다. 규모와 비용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팔 길이 원칙’을 강조하고 싶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전제 되어야 성공적인 영화제 운영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사례에서 분명히 확인한 바 있다.

심상정 후보가 인상적으로 본 작품 <세자매>

“문소리 배우가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모든 딸들이 폭력의 시대나 혐오의 시대를 넘어서 당당 하고 환하게 웃으며 살아가는 그런 마음을 영화에 담았 다’고 했는데, 그 얘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많은 분들이 문소리 배우의 수상 소감에 공감을 표한 이유는 지금 우리 여성들이 발 딛고 서 있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여성들이 폭력과 차별에 넘어지지 않도록 있는 힘껏 노력하겠다.”

사진제공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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