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 열흘 만인 2021년 11월12일, 국내 OTT 플랫폼 왓챠를 찾았다. 안 후보는 이날 “우리나라도 디즈니, 넷플릭스와 같이 글로벌 콘텐츠 대기업이 나올수 있다”라며 한국 콘텐츠 업계의 창의력에 자부심을 표하면서도 “콘 텐츠 산업도 정부 조직 차원에서 책임을 맡는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가 말한 콘텐츠 기업은 왓챠와 같은 플랫폼 기업뿐 아니라 제작사까지 포괄한다. 정치인이 되기 전벤처 사업가로서 시장의 질서가 중요하다는 걸 몸소 느꼈을 그는, 규모와 형태 면에서 기존과 달라진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진행된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는 “국무총리 직속 ‘규제개혁처’ 아래 영상, 웹툰, 게임, 음악 등 대한 민국 콘텐츠 산업을 포괄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부처간 업무 조율 및규제 개혁을 이끌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시네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전통적인 극장 중심 영화 문화를 지킬 수 있도록 영화발전기금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오징어 게임>처럼 글로벌 OTT를 통해 국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한국 창작자들이 정당하게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제작사 중심 배분구조 문화’를 안착시 키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가 구상한 차기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 기조는 무엇인가.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예술로 ‘아름다운 문화국가’를 만들고자 한다. ‘팔 길이 원칙’에 따라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문화예술 정책을 통해 자유롭고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팔 길이 원칙’은 공공지원 정책 시행에서의 기준 중 하나로 ‘팔 길이만큼 거리를 둔다’는 뜻이다.-편집자). 문화예술을 통해 공동체를 더욱 풍요롭게 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문화시설 인프라를 구축하고, 무엇보다 문화예술인의 지속 가능한 삶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문화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 하나.
한류 또는 K콘텐츠로 각광받는 ‘문화예술 콘텐츠 산업’은 굉장히 가능성이 큰 분야로 생각하며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여러 번 밝혀왔다. 콘텐츠 산업에 우선 필요한 것은 ‘컨트롤 타워’다. 컨트롤 타워를 일원화하여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등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는 사업들로 인해 규제가 중첩되고 지원은 안되는 문제점을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또한 국내 기업의 역차별 문제도 심각하다. 넷플릭스가 통신료 관련해 소송 중이지만 외국 기업들의 국내 사업은 더 자유롭고,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반면, 우리 기업들은 더 비싼 통신료를 내면서 규제로 인한 제약도 심하다. 이러한 질서를 바로잡는 일을 먼저 서둘러야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극장이 위기에 처했다. 극장의 위태로운 상황을 시장 질서에 맡길지, 적극적인 지원을 펼칠지 후보의 생각을 듣고 싶다.
비과학적 방역 대책으로 극장가는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갑작스 러운 방역조치 강화로 개봉이 예정된 영화가 큰 타격을 입었다. 영화가 개봉하기 최소 한달 전부터 광고, 마케팅이 진행되는데 이러한 산업에 대한 이해 없는 정부의 방역 대책은 업계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었다. 극장에서는 음식물 섭취 금지, 이용인원 제한, 객석 띄어앉기 등 방역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지만 정부는 방역패스에 더해 상영시간 제한과 같은 2중, 3중의 제한조치만 더하고 있다(보건 당국은 2월20일까지 영화관 영업을 밤 10시로 제한했다. 다만 밤 9시 까지 상영관 입장을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밤 10시를 넘겨서까지 운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밤 12시까지는 극장 문을 닫아야 한다.-편집자). 극장은 음식물 섭취를 제한하고 마스크 착용을 준수한다면 대화를 나누거나 해도 비말이 확산될 확률이 적은 곳이다. 밀집·밀접· 밀폐의 과학적 근거를 기준으로 삼아 극장 상영을 빠르게 정상화시 키겠다.
영화발전기금을 확충하고 영화산업에 숨통 틔워야
최근 영화발전기금이 고갈될 위험에 처해 있다. 영화관 입장권에 부과되던 영화발전기금의 수입이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반 토막보다 더 떨어지 면서 고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후보자는 부족한 영화발전기금을 세수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산업 하락에 따른 기금 고갈을 자연스러운 방향이라고 생각하나.
영화발전기금은 영화관 입장료의 3% 부과금과 국고 출연금으로 구성됐지만 코로나19와 맞물려 기금이 고갈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대한 확충 방안이 반드시 강구돼야 한다. 특히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 어가 탄생할 정도로, 코로나19에 따른 변화된 일상생활로 우울감, 무기력감이 전 세대에 걸쳐 증가하고 있다.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예술·영화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영화발전기금 확충과 더불어 예술·영화·문화 사업에 정부가 투자하여 영화산업 발전에 숨통이 트이도록 하겠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OTT 플랫폼에 영화발전기금을 징수하는 내용이 담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OTT가 충무로인들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일부 성장한 만큼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영화 발전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후보자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글로벌 OTT와 국내 OTT 플랫폼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더 많은 제작과 투자 기회가 돌아오고 있다. 이에 따라 OTT의 지식재산권(IP) 독점권에 대한 문제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자본을 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권리나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기획을 주도하는 곳과 제작사에 IP 권리와 수익이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는 공정한 시장 조성이 필요하다. 영국은 BBC와 같은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IP와 수익을 제작사에 주는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국내 업계에서도 기획과 제작사를 중심으로 IP 권한과 수익이 더 많이 배분되고, 이것이 다시 영화산업에 투자될 수 있도록 세밀한 입법적 보완을 추진 하겠다.
제작사 중심의 수익 배분 구조 만들어야
OTT가 급성장하면서 OTT를 관할할 정부 부처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현재 OTT를 둘러싸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체부간에 신경전이 벌어 지고 있는데,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OTT와 관련해 두 부서간 질서를 어떻게 정리할 계획인가.
음악, 웹툰, 게임, 드라마, 영화 등 디지털 콘텐츠가 대한민국 미래전략 먹거리가 되고 있고, 관련 산업의 제도정비 및 지원정책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체부, 방송통 신위원회 등 담당부서가 산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각종 규제 권한을 두고 여러 부처가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산업 진흥과 정책 실효성을 담보하고, 부처 갈등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1 호 공약인 ‘G5 경제강국’ 전략에서 발표한, 국무총리 직속 ‘규제개혁처’ 아래에 메타버스, NFT, 클라우드 등 디지털 산업과 영상, 웹툰, 게임, 음악 등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을 포괄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부처간 업무 조율 및 규제 개혁을 이끌 계획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 콘텐츠 산업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면서 극장과 OTT까지 포괄한 지원 및 질서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11월 왓챠를 방문할 당시 왓챠측에서 ‘콘텐츠 수출 보증사업’ 을 제안했다. 해외시장 개척을 목적으로 제작된 콘텐츠에 한해 지원 하는 보증사업으로, 콘텐츠 제작과 아울러 해외시장에 맞는 현지 마케팅, 판로 개척까지 포괄해 지원하는 것이다. 이처럼 콘텐츠를 활용해 거둔 수익을 글로벌 거대 플랫폼으로 유출시키지 않고 국내로 가져와 재투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
후보자는 왓챠를 직접 찾아 K콘텐츠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 다. 후보자가 구상하는 K콘텐츠 기업은 국제적인 OTT 플랫폼을 뜻하나.
K콘텐츠 기업은 OTT 플랫폼을 포함하여 제작사도 의미한다. 우선 K 콘텐츠 수준을 크게 끌어올리는 동시에 K콘텐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무엇보다 IP를 포함한 권리나 수익을 제작사 중심으로 배분할 수있도록 할 계획이다. ‘투자는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기조하에 하나의 정부 부처에서 일관된 기획과 정책으로 관리·조정·집행으로 지원하고, 제작사 중심의 배분 구조를 국내 업계 문화로 만들겠다. 우리도 미국 디즈니 스튜디오와 같은 글로벌 제작사를 만들 수 있다. 독일은 정밀함, 일본은 장인정신, 프랑스는 예술성, 미국은 개혁적 마인드 등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장인정신·디자인 감각·예술성·꼼꼼함·혁신성 모두를 다 가지고 있는 유일한 민족’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데 이 말에 공감한다. 반만년 동안 농축된 우리 민족의 호모루덴스적 기질과 산업화, 민주화를 성취하고 후진국, 개도국, 선진국을 모두 경험한 우리나라의 역사가 차별화된 콘텐츠를 빚어냈다. 제2, 제3의 <오징어 게임>,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K콘텐츠는 계속 나올 것이다.
휴일 아침마다 영화관을 찾던 영화광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예술인권리보장법)이 국회를 통과됐다. 법안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예술인 권리구제기구를 설치하고 피해자 구제조치를 만드는 등 현실에서 많은 문화예술인에게 안정적 으로 시행되는 게 관건일 것이다. 후보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안착시키는 데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미투 운동’을 겪은 예술인들의 오랜 염원을 담아 ‘예술인권리보장법’이 통과되었다. 이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이에 따라 적용하는 것이다. 한번 만들 어진 선례로 앞으로의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위상이 결정될 것이다. 시행령에 예술인보호관에 대한 제도운영 사항, 예술인 성폭력 피해 구제 위원회 등이 위임되는 만큼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해당 시행령을 빈틈없이 체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나서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의 취지를 명확히 하고, 이에 부응하도록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면서 시행령 구축까지 철저히 해 예술계 환경과 권리구제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겠다.
영화를 포함한 한국 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으로 생각해둔 것이 있나.
K콘텐츠의 인기로 한국은 ‘힙한 나라’,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K콘텐츠를 이야기를 가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 한국을 더 많은 외국인들이 찾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첫 번째는 훌륭한 콘텐츠에 스토리를 더해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센강, 몽마 르트르보다 우리나라에 훨씬 훌륭한 관광 명소가 많다. 관광 명소를 <오징어 게임> <지옥> <갯마을 차차차> 등 K콘텐츠와 더해 잠재력을더 끌어올리겠다. 두 번째로 관광 인프라를 정비하겠다. 민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체계적 설비가 필요하다. 관광객이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숙소, 쇼핑할 수 있는 공간, 쉽게 찾아다닐 수있는 인프라를 정비하겠다. 세 번째로 K콘텐츠 주인공을 활용한 적극적 홍보로 지금의 관광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스토리가 있는 관광지·인프라 구축·홍보 이 세 가지를 정비하는 데박차를 가해 한국을 코로나19 이후 가장 먼저 찾고 싶은 나라로 만들고 싶다.
후보자는 영화 DVD와 블루레이를 수집하는 영화광으로 알려져 있다. 언제, 어떤 계기로 영화에 빠졌나. 갖고 있는 DVD와 블루레이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영화는 미처 보지 못했던 사회현상을 예리하게 짚어주면서도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준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휴일 아침 아내, 딸과 함께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조조영화를 보러 가는 영화광이었다. 요즘은 집에서 영화를 즐기는 시간이 늘어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소장한 DVD와 블루레이 1천개만으로도 영화 사랑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어떤 OTT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딸이 공유해준 국내외 OTT 서비스를 이용해 영화, 드라마를 시청했 지만, 요즘에는 바쁜 일정으로 거의 시청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가족과 함께 좋은 영화 한편 시청하고 싶다.
안철수 후보가 인상적으로 본 작품 <오징어 게임>
“첫화에 나오는 배우 이정재씨와 공유씨의 딱지치기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다. 기훈(이정재)은 파란색 딱지로, 딱지남(공유)은 빨간색 딱지로 딱지치기를 하는데, 빨간 딱지가 이기면 기훈이 뺨을 세게 한대 맞는다. 겨우겨우 파란 딱지가 한번 이기는 순간, 딱지남이 기훈의 손을 붙잡으며 10만원을 준다. 그걸로는 해결이 안돼 결국 기훈은 ‘오징어 게임’ 속으로 들어간다. 사실 기훈은 해고된 근로자, 즉 사회적 약자다. <오징어 게임> 속 딱지치기 장면이 곧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닐까. 파란색으로 상징되는 더불어민주당과 빨간색으로 상징되는 국민의힘은 서로 상대방을 뒤집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파란 딱지와 빨간 딱지는 이기면 약자를 괴롭히거나 아니면 10 만원을 나눠주고 말거나. 현재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 그런 상태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