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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욕심껏 과감하게, <침범> 배우 권유리
한 눈에 보는 AI 요약
권유리는 영화 <침범>에서 기존 이미지와 다른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캐릭터의 깊이를 표현하기 위해 감독과의 협업과 스타일링에 신경 썼으며, 이설과의 연기 호흡을 통해 더욱 유연한 연기를 보여줬다.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며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자 한다.
  1. 새로운 도전, 김민 캐릭터
    1. 권유리는 기존의 밝은 이미지와 다른 어두운 캐릭터 김민에 끌려 출연을 결정
    2. 추리·SF 요소가 강한 시나리오에 흥미를 느끼고 직감적으로 선택
  2. 캐릭터 구축 과정
    1. 김민의 배경을 직접적인 설명 없이 주변 인물의 대사와 상상으로 완성
    2. 감독과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캐릭터의 세부적인 설정을 구체화
    3. 디테일한 설정이 연기의 밀도를 높이는 데 도움
  3. 스타일링을 통한 표현
    1. 관객이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모호한 이미지 연출
    2. 앞머리를 눈썹까지 내려오는 뱅 스타일로 설정
    3. 무채색 의상으로 익명의 느낌을 강조하며 눈빛 연기에 집중
  4. 이설과의 연기 호흡
    1. 이설과의 대립 구도가 영화의 긴장감을 형성
    2. 현장에서 적극적인 아이디어 교환을 통해 연기 유연성 향상
    3. 여성 배우들과 협업하는 작업을 고대해왔고, 이번 작품에서 그 바람이 이루어짐
  5. 배우로서의 도전과 성장
    1.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며 연기 스펙트럼 확장
    2.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를 넘어 새로운 연기적 도전을 지속
    3. <침범>이 배우로서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확신
  6. 공통 질문
    1. 침범받지 않는 하루: 누군가의 하루에 기분 좋게 개입하고 싶고, 미술팀의 작업실을 방문해보고 싶음
    2. 추천 출연작: <이별유예, 일주일>을 추천하며, 감정적으로 깊이 있는 연기를 경험한 작품으로 소개

<침범>의 2부를 책임지는 김민(유리)은 걸어가는 그를 돌려세워 우리가 아는 그 유리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을 만큼 낯설다. 배우 특유의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는 온데간데없고 음울한 아우라를 풍긴다. 늘 고여 있던 웃음기도 싹 빠졌다. 과거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막막함, 다시 말해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은 그 자신을 좁은 방에 웅크리게 했다. 그런 민에게 경계 없이 치고 들고 들어오는 해영(이설)은 위협적인 존재다. 해영과 부딪치면서 민의 적막한 인생에 소음이 가득 차기 시작한다. 파도치는 인물의 내면이 선명히 떠오른 유리의 얼굴은 놀라움을 안기며 앞으로의 그에게 신선한 기대를 품게 한다.

- 직전 영화 <돌핀>의 나영에 이어 <침범>의 민도 대중적으로 익숙한 ‘유쾌한 유리’와는 거리가 있다.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였나.

김민이라는 인물에 대해 호기심이 컸다. 사연도 많고 기구한 인생을 살아왔는데 그걸 떠벌리는 성격이 아니다. 차라리 혼자 차갑게 얼어버린 쪽을 택한 친구다. 그동안 내가 맡아왔던 캐릭터들과 확실히 달라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아픔이 깊고 진한 인물에 갈수록 더 끌린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 앞서 <침범>의 첫 느낌이 정말 좋았다.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 직감을 믿는 편인데 평소 즐겨 읽는 추리·SF 소설을 읽을 때처럼 술술 읽혔고 흥미진진했다.

- 20년 뒤 현재인 2부에서 관객은 추리 게임을 시작한다. 1부에서 만났던 기이한 소녀 소현(기소유)가 민인지 해영인지를 찾아야 한다. 모호하게 설정된 캐릭터라 할지라도 연기하는 배우는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거쳐야만 했을 텐데, 그 과정은 어땠나.

그런 이유로 민이는 시나리오를 통해서 자세히 알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다른 인물들의 대사, 이를테면 엄마는 우울증으로 돌아가시고, 아빠는 없다는 주변인들의 몇 마디 말들을 통해 그의 삶을 짐작해야 했다. 그래서 김여정, 이정찬 감독님과 만나 두분이 구상한 민이에 대해 듣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감독님들과의 대화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민이 부모뿐만 아니라 그의 친구들은 어떤 사람이었을지. 작품에 등장하는 전 애인과는 왜 만났을지 혼자 계속 상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물의 디테일이 늘어날수록 연기의 밀도가 높아지는 게 체감되어서 더욱 그런 작업에 몰두했다.

- 시각 정보로 인물을 표현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민의 스타일링에 어떤 의견을 냈는지 궁금하다.

추리 게임을 하는 관객을 염두에 두고 민이의 모습을 만들어봤다.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없고 소녀시대 유리와도 매칭되지 않는 모호한 이미지일 때 관객이 긴장감을 끝까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표정이 잘 읽히지 않도록 앞머리를 눈썹까지 내려오는 무거운 뱅 스타일로 잘랐다. 의상은 회색 인간처럼, 지하철에서 스쳐 지나가는 이름 모를 누군가처럼 보이도록 무채색 계열로만 준비했다. 외적인 부분이 미니멀해지면서 눈빛이 중요해졌는데 그만큼 눈빛으로 표현하는 연기란 무엇인지 공부할 수 있어서 <침범>을 한 뒤 부쩍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

- 이설 배우와 서로 다른 에너지로 맞부딪히며 내는 마찰이 2부의 스릴을 만들어낸다. 긴밀한 소통이 오갔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조화로운 공연이었다.

민과 해영의 대립 구도가 팽팽하게 느껴졌다면 그건 이설 배우의 공이 크다. 현장에서 설이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냈다. 이전에 나오지 않았던 참신한 해석이라 자극을 많이 받았다. 설이의 의견을 반영해 준비해온 것들을 바꿔보기도 하면서 유연해지는 법을 배웠다. 여배우들이 잔뜩 나와 극을 이끌어가고 함께 현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한신 한신 만들어가는 작업을 오랫동안 바라왔다. 그 바람이 <침범>을 통해 이루어져서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

- 여성배우가 영화 속 남성 캐릭터를 연기해보는 ‘마리끌레르 젠더프리’에 올해 참여했다. 보면서 또 다른 캐릭터로 변신한 유리 배우를 상상했는데, 최근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었다면.

기본적으로 모든 작품을 ‘저 인물을 내가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본다. 최근에는 <서브스턴스>의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지금 당장 엘리자베스 역할이 맡겨진다면 데미 무어처럼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은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만 연륜과 경력이 더 쌓인 뒤라면 그런 도전적인 캐릭터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

- <돌핀>과 <침범>. 시리즈 <보쌈-운명을 훔치다> <굿잡>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까지 최근작들의 장르가 스릴러, 사극, 액션 등 겹치지 않는다. 캐릭터들은 한데 묶을 수 없는 개성을 가지고 있다. 도전 정신이 강하게 느껴지는 필모그래피에서 폭넓게 성장하고 싶은 열망이 느껴진다.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작업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다양한 도전을 하기에 충분한 나이이니까. 평소 생각만 하거나, 실패할까봐 두려워하다가 결국 못하게 되는 상황을 경계하는 편이다. 그런 시기를 지나쳐 지금은 한두 가지 확신만 있으면 일단 해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소녀시대 유리가 내게 가져다준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에 감사하고 있다. 그렇지만 배우로서는 그에 반하는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내가 보아도 익숙하지 않은 내 얼굴이 담긴 <침범>이 터닝 포인트가 될 거라고 믿는다.

공통질문

1. 아무에게도 침범받지 않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흥미진진한 깜짝 이벤트를 연다든지 해서 누군가의 하루에 기분 좋게 침범하고 싶다! 그리고 스태프의 작업실에도 슬쩍 가보고 싶다. 특히 미술팀. 영화를 볼 때 미장센에 우선으로 눈이 가는 편이고 세트에 들어섰을 때 공간이 주는 무드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방문하면 정말 신날 것 같다.”

2. 유리가 직접 추천하는 유리의 출연작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드라마 <이별유예, 일주일>을 꼽고 싶다. 남은 시간이 일주일밖에 없는 한 여자가 그 시간을 연인과 전력을 다해 사랑하는 데 쏟는 절절한 러브 스토리다. 예민한 감정을 다루는 역할이라 하면서 많이 배웠고 쉽게 공감할 만한 내용이라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