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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베스트 기사30 ➀
한 눈에 보는 AI 요약
<씨네21>은 영화계의 다양한 논쟁과 실험, 문화적 흐름을 기록하며 한국영화 담론의 중심을 지켜왔다.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 대한 찬반 논란부터 강한섭 평론가의 쟁점비평, 여성 영화인 특집까지 <씨네21>은 날카로운 시선과 실험정신으로 영화 문화를 조명해왔다. 기획영화의 르네상스, 도시 공간에 대한 해부, 인터넷 영상문화의 미래 등도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1. 감독과 비평가 사이, 찬반 논쟁의 현장
    1.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에 대한 찬반 대담은 감독, 비평가, 기자가 직접 참여해 직설적 논쟁을 벌인 사례
    2. 박찬욱의 <박쥐> 등도 네티즌과 비평가 사이에서 극단적 평가를 받아 논쟁 유발
    3. <씨네21>은 영화에 대한 찬반 논의가 취향과 담론의 충돌임을 보여주며, 단순한 공격이 아닌 문화적 욕망의 발현으로 해석
  2. 강한섭의 쟁점비평과 비평 문화
    1. 1999년, 강한섭 평론가는 ‘예술영화는 없다’는 주장을 통해 한국 영화 담론의 신화를 해부
    2. 영화계 인사들의 지지와 반발 속에서 생산적인 논쟁이 이어짐
    3. 쟁점비평은 단순한 비판이 아닌 의문 제기와 담론 전환의 계기를 제공
  3. 도시와 영화의 관계 탐색
    1. <씨네21> 창간 5주년 특집으로 파리, 뉴욕, LA, 서울 등 영화의 도시를 기행
    2. 서울을 영화적 공간으로 해부하며 이창동, 홍상수 등이 도시의 현실성과 상징성에 대해 논의
    3. CGI와 세트 중심의 현대 영화가 현실 공간을 외면하는 문제 제기
  4. 인터넷 시대의 영상문화 변화
    1. 1996년, <씨네21>은 인터넷 영상문화 특집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도래를 조망
    2. 동영상 기술의 한계와 가능성을 논하며 사회·문화적 변화 예측
    3. 오늘날 숏츠와 밈의 시대에 다시 읽을 가치 있는 기사
  5. 실험과 기획, 영화 제작의 양극단
    1.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는 비정형적 제작 방식과 실험성으로 주목
    2. 대기업의 투자를 받은 실험영화라는 점에서 충무로의 가능성 탐색
    3. 2000년대 초, 이춘연·차승재 등 프로듀서들이 기획영화의 산업화를 논의하며 현재 한국영화의 위기를 돌아보게 함
  6. 여성과 영화, 그리고 목소리
    1. 1999년, 여성 영화인의 현실과 가능성을 조명한 특집
    2. 심재명, 이정향, 채윤희 등 다양한 여성 영화인들의 활동을 소개
    3. 충무로의 성별 불균형에 대한 문제 제기와 영화계 혁신의 필요성 강조
  7. 국제 영화인의 시선
    1. 2001년, 일본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철학적 태도 소개
    2. 2024년에도 그의 신작 출간을 계기로 다시 조명됨
    3. 20년 넘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열정과 통찰은 여전

박찬욱, 봉준호도 못 피한찬반 논란

명실상부 한국영화의 금자탑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도 처음부터 모든 이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씨네21>은 ‘<살인의 추억>의 감독·비판자·지지자가 가진 3角 대담’ 기사를 통해 봉준호 감독과 남동철, 김소희 당시 <씨네21> 기자가 나눈 <살인의 추억> 찬반 대담을 진행했다. 감독을 코앞에 두고 펼치는 찬반 논쟁이라니. 더없이 직관적이고 자극적인 방식이다. “내적인 드라마의 치밀함은 시대가 와서 메워주고, 시대에 대해 정면으로 부딪치기 어려운 건 사건과 장면이 메워주는데, 그 솜씨가 너무 매끄러운 나머지 우리가 속는 게 아닌가 싶다”(김소희)라는 날카로운 지적에 봉준호 감독은 고유의 능글맞음을 살려 “솜씨가 매끄럽다니 기분이 좋다. (웃음) 아무튼 그건 나도 되짚어볼 만한 점인 것 같다”라는 식으로 대답했다.

심형래 감독의 <디 워> 이후로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자 네티즌과 매체(기자, 평론가)의 가시적인 갈등이 수면 위로 오르기도 했다. 때로는 영화의 감독이 직접 등장해 해명 아닌 해명을 한 사례도 있었다. 0점 아니면 10점이라는 네티즌의 평가가 잇따랐던 <박쥐>의 박찬욱 감독은 <씨네21>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박쥐>를 욕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고맙지는 않지만 그래도 밉지는 않다”라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특정 영화에 대한 찬반 논란은 대개 비평가의 몫이기도 하다. 예전 정성일 평론가는 <복수는 나의 것>과 <오아시스>에 대한 긴 비판론을 펼쳤으며, 이후엔 <곡성>을 두고 펼친 평론가들의 견해 차이가 화제였고, <조커> 개봉 당시엔 김병규 평론가가 “평면적인 초상의 영화이자, 상투적인 어둠에 붙들린 영화이며, 반동적인 흥분으로 도취된 영화”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씨네21>이 펼쳐온 영화 찬반 논란을 영화를 향한 의도적인 공격이라 말하기엔 부적절해 보인다. 매체인 동시에 그저 집단으로서 자신의 취향을 관철하는 욕망이 발현되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할 수도 있다. 그 욕망은 아마 잡지의 발행이 이어지는 한 계속될 것이다.

강한섭의 쟁점비평

1999년 195호

1999년 <씨네21> 195호부터 고 강한섭 평론가의 연속 쟁점비평 ‘한국 영화담론의 여섯 가지 신화 혹은 거짓말’이 연재됐다. 이중 가장 화두가 되었던 주제는 ‘예술영화는 없다’였다. 강한섭 평론가는 당시 한국영화계에서 쓰였던 ‘예술영화’에 대해 “용어가 만들어진 시대와 조건(1950년대 말 미국)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비판적으로 또는 감상적으로 사용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영화계의 지지 혹은 반발이 이어졌다. 조영각 프로듀서는 강한섭 평론가가 오락영화와 예술영화를 작위적으로 이분하고 있다며 반대했고, 이어 이택광, 문재철, 유지나 교수와 김영진 <씨네21> 기자 등이 각론을 펼쳤다.

26년 전 강한섭 평론가의 쟁점비평과 이어진 글들은 내용과 주제 면에서 지금의 영화산업, 영화 문화와 이질적이다. 다만 이 기획 기사를 다시 살펴봐야 할 이유는 ‘쟁점비평’이라는 형식 자체에 있다. 쟁점을 던진다는 일은 기존에 쌓였던 의미와 담론에 의문의 태도를 제기함을 뜻한다. 작금의 시대에 복기할 것은 어쩌면 ‘쟁점’이라는 투박함일 수도 있겠다. 매번 억지로 싸울 순 없더라도, 사실은 싸울 사람들조차 얼마 남아 있지 않더라도, 개인의 위치가 아닌 영화에 대한 태도로써 이야기하는 일의 필요함을 느낄 수 있는 기사다.

‘영화의 도시’ 영화적 공간을 해부한 창간 5주년 특집

2000년 248~251호

창간 5주년 연속 특집기사는 세계 곳곳에 있는 영화의 도시를 탐방하는 것이었다. 뉴욕, 파리, LA 그리고 서울을 기행하며 현장 스케치와 영화인 인터뷰를 이어갔다.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포룸 데 이마주 등을 방문하여 파리의 영화 문화를 체험했고,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샤를 테송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 등을 만났다. 세곳의 해외 도시에 이어 서울이란 영화의 공간을 해부한 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보선언>이 풍자한 청량리, <박하사탕>의 냄새가 밴 구로동,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비춘 너덜너덜한 인사동의 밤을 김홍준(현 한국영상자료원장), 이창동, 홍상수 감독 등이 설명했다. “서울은 뉴욕과 달리 특정한 개별 도시라기보다 현대 도시의 전형 혹은 시골의 대척점 정도로 느껴진다. (중략) 왜곡되어 변질된 것 말고 날것 그대로 현실을 도려내고 싶다”라는 이창동 감독의 전언은 지금 한국영화가 과연 서울이란 도시, 그리고 한국이란 공간에 대한 탐구를 적절히 이어가고 있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세트 촬영과 CGI 기법이 일상화된 지금의 영화는 우리가 사는 현실의 공간을 제대로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인터넷 영상문화 읽기

1996년 37호

“95년이 인터넷 월드와이드웹의 대중화 원년이라면, 96년은 인터넷의 영상미디어화 원년이 될 것 같다.”(오철우 <한겨레> 기자) 1996년 <씨네21>은 영상문화 종합지라는 정체성에 맞는 인터넷 영상문화 특집기사를 마련했다.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송신 기술이 상용화되는 시점이었지만 아직 1초당 24프레임의 영화 영상을 보기엔 역부족이었다. “가상공간의 혁명이 현실사회의 우리에게 새로운 사회·문화적 혁명을 요구할지도 모른다”(김성천 경주대 교수)는 말은 분명한 현실이 되어 있다. 이젠 UCC라는 말조차 사멸하고 유튜브를 경유한 숏츠와 밈의 시대에 월드와이드웹과 1996년의 영상문화에 대한 기사를 다시 읽는 일은 기술적으로 뒤처지기보다는 영화 영상에 대한 시각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나쁜 영화> 실험기록, 아서! 카메라에 가짜가 묻는다

1997년 110호

80년대 초 ‘열린 영화’를 주창하며 나타나 90년대 한국영화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장선우 감독 은 1997년 18개월의 작업 기간을 거친 신작 <나쁜 영화>를 선보였다. 시나리오도 명확하지 않고 작업 과정 전부를 ‘열린’ 상태로 둔 채 찍은 독특한 이 영화는 실제 비행 청소년들을 출연시키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실험영화에 가까워 보이는 이 작품이 충무로 영화사와 대기업의 18억원 투자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 영화의 안팎 모두 급진적이기 그지없는 이 작품의 긴 촬영기가 기사에 담겨 있다. 작품의 성패나 호불호를 떠나 지금의 한국영화계가 이러한 실험에 과감하게 몸을 던질 수 있을지 고민해볼 법하다.

여성이여, 영화를 향해 쏴라

1999년 190호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지만, 충무로의 절반은 여성이 아니다.” 한국영화계에서 여성 영화인의 상황과 역량을 기록한 특집기사다. 심재명 프로듀서(현 명필름 대표), <미술관 옆 동물원>의 이정향 감독, 올댓시네마를 설립한 영화 마케터 채윤희 대표, <그대 안의 블루> <접속> 등에 참여한 신보경 아트디렉터 등 각 분야의 여성 영화인 9명을 만났다. “<씨네21>이 궤도에 올랐다고 하지만 잡지 시장에 궤도라는 것은 없다. 독자들의 기호는 순식간에 변하고 유행도 금방 바뀐다. 시장 자체가 얇고 변화무쌍해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라고 단언한 조선희 초대 <씨네21> 편집장의 통찰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프로듀서 4인, 기획영화 10년을 말하다

2000년 362호

200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는 단언컨대 ‘기획영화’의 시대였다. 데뷔작으로 쓴맛을 봤던 박찬욱 감독이 명필름을 만나 <공동경비구역 JSA>를 만들었고 차승재 프로듀서를 만난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완성했다. 이 무렵 충무로의 대표적인 제작자 4명인 이춘연, 신철, 차승재, 심재명 프로듀서가 한자리에 모여 기획영화에 대한 담론을 펼쳤다. “제작사는 영화 공장이어야 한다고들 하잖아. 공장이라면 어디선가 상영되고 있고, 찍고 있고, 준비하고 있고, 1년 12달 계속해서 라인이 쉬지 않고 가동돼야지.”(이춘연) 침체된 작금의 한국영화계가 부활할 단서와 열정의 흔적이 이곳에 남아 있다.

빛고을에서 만난 일본 영화인 3人- 하스미 시게히코

2001년 418호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를 대표하는 일본의 영화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를 <씨네21>이 만났다. 광주국제영화제를 방문한 그를 임재철 수석프로그래머가 인터뷰했다. “영화란,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나 같은 ‘신경증환자들’을 위한 것”이란 하스미 시게히코의 영화론을 한국에서 거의 최초로 마주할 수 있는 기회였다. 20여년이 지난 2024년, <씨네21>은 그의 신작 <존 포드론> 한국 출간을 기념하여 일본에 있는 그를 직접 찾기도 했다(<씨네21> 1450호). 20년이 넘는 시차가 있음에도 그의 영화적 태도와 식견, 열정은 전혀 식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