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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베스트 기사30 ➁
한 눈에 보는 AI 요약
<씨네21>은 지난 30년간 한국과 세계 영화계를 아우르는 깊이 있는 기사들을 통해 영화에 대한 애정과 비평적 시선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취화선> 동행기와 <화장> 현장기, 스튜디오 지브리 제작기 등은 영화 제작의 현장을 생생히 담아냈으며, 단편영화 담론, 고전영화 재해석, 신예 감독 조명 등을 통해 다양한 영화적 흐름을 포착했다. 특히 <씨네21>과 홍상수 감독의 오랜 인연은 그의 영화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보여준다.
  1. <취화선>과 <화장>을 통해 본 정성일과 임권택의 동행
    1. 정성일 평론가가 <취화선> 촬영 현장을 100일간 동행하며 기록
    2. <씨네21>은 150매 청탁을 380매로 확장해 50쪽 특집기사로 구성
    3. <화장> 촬영 현장에서도 정성일과 임권택 감독의 교류가 이어짐
  2. 스튜디오 지브리 제작기와 창작 철학
    1. <모노노케 히메>의 제작기를 상세히 다룬 기사로 지브리와의 연 이어감
    2. 미야자키 하야오의 창작 고통과 철학이 담긴 제작 에피소드
    3.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등 지속적 보도
  3. 한국 단편영화와 감독들의 담론
    1. 봉준호, 장준환 등 감독들이 단편영화에 대해 나눈 진지한 토론
    2. 당시와 현재를 관통하는 단편영화의 치열함과 문제의식 공유
    3. 홍상수 감독의 영화 이후 유사한 작품들 증가에 대한 언급
  4. 고전영화 재조명과 영화제 기획전
    1. 로베르 브레송, 존 포드 감독의 회고전 등 고전영화 소개
    2. 고전의 의미는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관점 제시
    3. <씨네21>은 고전의 재해석에도 지속적으로 도전
  5. 차세대 거장 예감, 세계의 신예 감독들
    1.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 전 세계 젊은 감독 10인 조명
    2. 가와세 나오미, 이냐리투 등 현재 거장들의 초기 모습 기록
    3. <씨네21>의 심미안과 영화적 안목 강조
  6. 이창동 감독의 귀환과 <밀양>의 시작
    1. 장관 퇴임 후 첫 인터뷰에서 <밀양>의 기획 의도 언급
    2. 공무원 사회와 일반 국민의 문화 간 괴리에 대한 비판적 시선
    3. <밀양> 속 전도연의 고통은 이 시점부터 예고됨
  7. <씨네21>과 홍상수 감독의 긴밀한 관계
    1. 1998년 <강원도의 힘>부터 2024년 <여행자의 필요>까지 거의 모든 작품이 베스트5에 선정
    2. 홍상수 영화의 ‘진실한 순간 포착’과 서사 탈피에 대한 지지
    3. 감독의 불투명한 언어와 직관적 연출에 대한 존중과 반응
  8. 홍상수 감독 인터뷰: 연출 철학과 작업 방식
    1.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인터뷰에서 배우와의 즉흥적인 작업 방식 설명
    2. <하하하> 인터뷰에선 영화가 움직이기 시작한 내면적 이유 고백
    3. 계획보다 ‘몸이 준비됐을 때의 반응’을 중시하는 연출 철학

정성일이 쓴 <취화선> 100일 동행기

2001년 331호

임권택 감독과 정성일 영화평론가. 부정할 수 없는 한국영화계의 두 거인이 장장 100일을 함께했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촬영 현장을 찾은 정성일 평론가는 무려 200자 원고지 380매에 이르는 원고를 보내왔고, 원래 150매를 청탁했던 <씨네21> 편집부는 과감하게 잡지의 50쪽을 할애한 특집기사를 마련했다. “나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만드는 그 순간에 거기에 가서 그 위대한 비밀을 훔치고 싶었다. 하지만 감히 어떻게!”라고 서문에서 밝힌 정성일 평론가의 영화를 향한 여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h3>102번째 영화 <화장>의 임권택 감독과 촬영 현장을 기록한 정성일의 만남

2015년 998호

임권택 감독과 정성일 평론가의 우정은 계속됐다.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 <화장>에 대해 두 사람이 길게 말하는 자리가 다시 한번 마련됐다. “제가 이 영화의 현장에서 내내 견학을 하면서 이 영화의 뜻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많은 부분을 놓쳤거나 잘못 좇아간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는 정성일 평론가의 고백은 담담하고, 정직하며, 도리어 기쁘게도 보인다.

<모노노케 히메> 스튜디오 지브리 제작기

2003년 399호

1997년 제작된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가 2003년에야 한국에서 개봉했다. 좀처럼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스튜디오 지브리의 상세한 작품 제작기를 <씨네21>이 게재했다. 1994년 8월부터 1997년 6월까지의 고행기 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56살 생일 파티에서 “55살 안에는 완성하고 싶었는데…”라며 시무룩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씨네21>은 2004년 483호에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A부터 Z까지를, 1429호에서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스튜디오 지브리 탐방과 인터뷰를 통해 스튜디오 지브리와의 오랜 연을 이어왔다. 창작 집단 지브리의 창작법이나 그들이 작품 속에서 꼭 지키려 하는 영혼의 불씨가 궁금하다면 <씨네21>의 과거 기사를 탐색해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장편 감독들, 단편영화를 말하다

2003년 408호

2003년 제2회 미쟝센단편영화제를 앞두고 이현승, 봉준호, 김대승, 장준환, 오승욱 감독이 모여 당대 단편영화에 대한 여러 담론을 나눴다. ‘칙칙한 과거 영화 vs 치열함 없는 요즘 영화’라는 기사의 중제는 어쩌면 2025년인 지금에도 비슷한 현상처럼 느껴진다. 또 하나,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나온 이후로 비슷한 영화들이 많졌다. (모두 웃음+적극적 동조)”라는 김대승 감독의 의견 역시 굉장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요컨대 지금 다시 읽어도 동시대적인 발상의 이야기가 차고 넘치는 기사다.

로베르 브레송 특별전, 존 포드 회고전

2003년 415호

영화잡지 <씨네21>은 고전영화를 소개하고 그 상영회를 안내하는 길잡이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2003년에 부산에서 열린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특별전과 광주영화제에서 개최한 존 포드 감독의 15개 걸작선 기획전 역시 <씨네21>을 통해 소개됐다. 고전이란 유동적이다.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발굴하여 어떤 의미를 채우느냐에 따라 고전의 의미란 늘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것은 최근 재개봉 열풍을 타고 <씨네21>이 종종 도전하는 고전의 재해석과도 맞닿은 부분이다.

거장 예감, 세계의 신성 감독

2004년 469호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앞두고 <씨네21>은 차기 거장이 될 것 같은 세계의 젊은 감독 10인을 만났다. 그 목록을 보면 <씨네21>의 심미안을 자부하게 된다. 가와세 나오미,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린 램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베르트랑 보넬로, 리산드로 알론소 등이다. 30년 동안 <씨네21>이 차곡차곡 쌓은 기사엔 이처럼 현재 거장들의 풋풋한 모습이 가득 담겨 있다. 언제나 두눈에 불을 켜고 새로운 사람들의 새로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다.

이창동 감독 독점 인터뷰와 <밀양>의 탄생

2004년 481호

2003년 3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한 후 속세에 복귀한 이창동 감독이 퇴임 이후 첫 인터뷰를 가졌다. 영화감독으로서의 이야기뿐 아니라 “공무원 사회의 문화가 일반 국민들 문화와 격리돼 있다”라는 등 장관 시절 겪었던 솔직한 감상을 털어놨다. 물론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생각 중인 작품의 제목은 <밀양>. “한 사람 이야기예요. (중략) 한 개인이 아주 심하게 고통받아요.” 2007년에야 그 빛을 볼 <밀양>의 전도연의 작중 아픔은 이때부터 예정돼 있었던 듯하다.

<씨네21>×홍상수 모음집

“<씨네21>은 홍상수 감독을 왜 이렇게 좋아해요?” 지금도 종종 듣는 질문이다. 부정할 수 없다. 1998년 <강원도의 힘>을 시작으로 2024년 <여행자의 필요>까지 홍상수의 모든 영화가 매해 <씨네21> 한국영화 베스트5에 올랐다. 홍상수의 영화가 베스트5에 오르지 못한 건 딱 2번뿐이다. 한번은 2016년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이 근소한 차이로 올해의 한국영화 6위에 선정됐고, 다른 한번은 베스트 집계를 하지 않던 시절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1996)이다. 한해에 2편이 개봉한 해는 두편 모두 베스트5에 오른 일도 있었다. 말하자면 홍상수 영화는 그해 1위인지 아닌지를 다투거나 아니면 또 다른 홍상수 영화와 경쟁해왔다.

굳이 이유를 설명하자면 영화에 대한 지향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반응으로서의 불투명한 결괏값이다. 앙드레 바쟁이 말했던 ‘이미지-사실’에 뿌리를 둔다면 적어도 홍상수의 카메라가 포착하는 것은 ‘매 순간 거기에 있는 진실한 어떤 것’이다. 많은 영화가 서사에 중독되어가는 사이 전혀 다른 방향의 길을 걷는 건 그것만으로도 소중하다. 한국영화 전반을 훑어보아도 홍상수 감독과 같은 지향을 가진 이는 드물다. 여기에 28년 넘게 꾸준히, 쉬지 않고 작업을 이어간다고 하면 그 숫자는 더욱 줄어든다. 그리하여 홍상수 감독은 ‘유일함’을 지켜나가는 작가로서 계속해서 <씨네21>의 호명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홍상수라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영화들을 모아보니 홍상수의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거의 모든 개봉영화에 대한 기사를 다뤘기에 그 작업에 우열을 논한다는 건 무의미하다. 거시적인 시야로 흐름이 있다면 최근으로 올수록 영화가 미니멀해지고, 이에 맞춘 듯 감독의 인터뷰도 줄어든다는 것 정도다. (많은 감독들이 비슷하겠지만) 홍상수 감독은 언제나 말로 본인의 영화를 설명하는 걸 곤란해한다. 가장 많았던 답변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그 장면에서는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였다. 장면을 마주하는 순간 각각의 감상으로 발화하는, 이 아름다운 불투명에 대한 <씨네21>의 리액션 중 인상적인 기사와 문구들을 전한다.

<h3><잘 알지도 못하면서> 홍상수 감독 인터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다른 게 보인다”

2009년 702호

배우들이 나와 작업하는 게 힘들다고 하면서도 결국 좋아하는 건, 거의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오거든. 태도만 유지하는 거다. 그런데 그 사람한테 “야, 너는 2년 반 전엔 그랬어” 하다가 그다음엔 “이번엔 1년 전이야”, “이건 오늘이야” 이렇게 요구할 수가 없다. 난 배우가 풀어져 있는 상태에서 뭔가 이상한 부분을 잡아내는 걸 좋아하는데, 그렇게 계획이 들어가면 불가능해진다. 모르는 사람과 탁, 부딪히며 튕겨 일어나는 스파크 정도만 갖고 일상적인 관계를 꾸미고 싶다.(홍상수)

<하하하> 스페셜 에디션

2010년 752호

… 영화 안에 줌이 들어왔습니다. 감독님에게 영화가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정성일)

딱히 이유를 모르겠어요. (웃음) 그냥 여러 편 찍다보니 움직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줌인은 좀더 인위적이니까 머뭇거렸다가 한 것 같고. 조금씩 준비가 됐다고 몸이 느끼면 해요. 뭐랄까, 영화가 무엇인가, 나는 왜 이 영화를 만드나, 나의 영화 만드는 원칙은 무엇인가, 이런 생각이 차례대로 세 가지 있다 치면 전 앞의 두개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하거든요. (중략) 저는 최대한 정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있어요. 몸이 준비됐을 때 구멍만 열어주면 스스로 내 안의 무엇이 나오는 게, 언어적이고 논리적으로 정리된 걸 갖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해요.(홍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