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의 <토리와 로키타>는 고향 아프리카를 떠나 벨기에에 정착하려는 10대 소년 토리(파블로 실스)와 그보다 나이도 몸집도 큰 소녀 로키타(음분두 조엘리)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다. 토리와 로키타는 자신들이 남매임을 증명해 벨기에에 함께 정착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로키타의 서류 발급은 계속 지연된다. 식당에서의 아르바이트와 마약 운반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는 토리와 로키타. 기댈 상대는 오직 서로뿐인 상황에서, 정착을 위한 생존 투쟁은 벅차기만 하다.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은 <토리와 로키타>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75주년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름 그대로 없던 상을 새로 만들어 ‘특별히’ 수여한 것인데, 다르덴 형제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상이었다. 외신 기자들과의 라운드 인터뷰에서 두 감독을 만났다.
- 영화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들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 두곡이 있는데, 하나는 카메룬 언어로 된 자장가이다. 아무도 아이들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지 않지만, 아이들은 이 노래를 부름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 매우 모성적인 노래이며, 로키타가 토리에게 불러주기도 하고 토리가 로키타에게 불러주기도 한다. 서로를 보살피는 로키타와 토리의 관계를 보여주기에 적절한 노래였다. 또 다른 곡은 두 배우가 함께 부르기도 하고 그들의 핸드폰 벨소리로도 쓰이는 노래인데, 이탈리아 뮤지션이 직접 선곡하고 가르쳐준 것이다. 영화에 어떤 노래를 사용하면 좋을지 물었더니, 그는 아이들에게 이탈리어를 가르칠 때 선생님들이 선택하는 노래를 알려줬다. 가사에 다양한 단어들이 사용되고 반복적인 노래라 이탈리어어를 배우기에 적절한 노래라고 한다. 우리는 나중에 그곡이 실제로 유대인의 노래이자 이민자와 망명자들의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됐다.
- 토리와 로키타를 연기하는 두 배우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두 배우 모두 전문 연기자는 아닐 텐데.
= 둘 다 학생이고, 캐스팅 회사에서 괜찮은 친구가 있다는 메시지를 받고 사진을 본 뒤 캐스팅했다. 오디션을 볼 때는 아이들에게 영화 속 한 장면을 연기하게 했다. 그들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금방 몰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는 5분이면 충분했다. 로키타 역의 음분두 조엘리를 캐스팅할 때는, ‘지금 우리가 너를 카메라로 찍고 있는데 어머니와 통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전화 통화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녀는 정말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것처럼 연기했고, 테스트를 통과했다.
= 사실 토리 역의 배우를 찾는 게 더 어려웠다. 토리의 경우 신체적으로 요구되는 것들이 있었다. 로키타와 대비되게 체구는 작지만 생기가 넘치고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아이여야 했다. 현장에서 끊임없이 뛰고 돌고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파블로 실스에게서 우리가 원하던 불꽃을 발견했다. 실제로 두 배우는 영화적 배경과는 관련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문득 생각난 이야기가 있는데, 파블로를 캐스팅했을 때의 일이다. 한번은 그가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카메라는 누가 들어요?” 우리의 오랜 친구인 촬영감독 베누아 더복스가 너를 따라다니며 촬영할 거라고 했더니 “내가 너무 빨라서 따라잡을 수 없을 텐데요”라고 하더라. (웃음)
- 로키타는 여성으로서 여러 성적인 수모를 겪는다. 로키타의 고통이 어린 토리의 고통보다 더 크게 다가왔는데, 여기엔 어떤 이유가 있나.
= 로키타는 신체적으로 고통받는다. 토리를 숨겨주고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멀리 도망치기 위해 히치하이킹을 하려고 할 때도 혹시나 토리가 사람들 눈에 띌까 봐 숨어 있게 한다. 그리고 결국엔 희생당한다. 로키타는 성적 학대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 처하지만, 영화에서 그녀는 자신을 괴롭히는 남자의 머리를 가격하는 작은 복수를 실행한다. 그럴 때 우리는 모두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로키타는 일종의 박해자다. 로키타의 비극 이후 토리는 사람들 앞에서 짧은 편지를 읽고 노래를 부른다. 토리의 짧은 연설은 그녀의 비극이 부당하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관객이 그녀의 운명에 슬픔을 느끼면서, 용인할 수 없는 현실의 부당함에 저항하기를 바랐다. 영화를 통해서 그런 반응을 이끌어내고 싶었다.
- 아이들은 아프리카 출신 어른들에게도 착취당한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노예노동의 이중적 착취다. 거기에 연대는 없다. 이런 상황과 캐릭터는 어떻게 조사하고 구축했나.
= 이런 일은 꽤 전형적이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강제수용소나 난민수용소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착취하는 일은 언제든 일어난다. 실제로 이익을 챙기는 나쁜 사람들이 있다. 영화에서도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흑인 남성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몇푼의 돈을 뜯어내려고 아이들을 위협한다. 불쌍한 아이들은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도 돈을 보내야 하고, 마약 밀수업자에게도 돈을 줘야 하고, 그 밀수꾼들 또한 아프리카인이다. 아이들을 다스리고 착취하는 어른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 항상 함께 영화를 만들어오고 있는데, 공동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인가.
=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그건 40년 동안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우리는 영화적 취향을 공유하는 것뿐 아니라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조율한다. 시나리오에 대해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오디션과 캐스팅, 리허설에 대해서 의견을 나눈다. 각자 새로운 카메라앵글을 찾으려 하고 새로운 카메라의 움직임을 고민한다. 그러다 서로의 생각이 같은 것을 발견할 땐 무척 행복하다.
- 이미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로제타>(1999), <더 차일드>(2005))을 두번이나 수상했다. 무엇이 당신들을 계속해서 전진하게 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왜 항상 칸영화제인가. 다른 영화제가 아닌 칸영화제에서 매번 새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 우리에게 칸영화제는 세계에서 영화를 상영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세계의 수많은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주기에 가장 완벽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경쟁부문에 초청돼 최초로 영화 상영을 하면 영화에 대한 각국의 반응을 즉시 접할 수 있는데, 비록 수상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그건 무척 중요하다. 한때는 벨기에 프랑스어 공영방송 <RTBF>에서만 영화에 대한 크리틱을 내보냈지만, 지금은 우리가 <리베라시옹>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하니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웃음) 칸과의 인연은 그래서 소중하다.